가수 겸 연기자 비(본명 정지훈)가 20억 소송에 휘말렸다. 모 의류 원단업체 대표 A씨는 최근 비를 포함한 8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패션사업을 위해 (주)제이튠 크리에이티브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20억원 소송 휘말려…의류 원단업체에 피소
A씨 “투자 손해” vs 비 측 “경영 참여 안 해”
A씨는 2008년 2월 의류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주)제이튠 크리에이티브를 설립하면서 주식 납입금 25억원을 가장납입하고 상업등기부에 등재했다는 이유로 이들 8명을 고소했다. A씨는 또한 이들 8명이 같은 해 8월 비에 대한 모델료 명목으로 20억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번 사건 관련 사실관계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비의 소속사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가 공인으로서 횡령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며 “비는 단지 제이튠 크리에이티브의 모델일 뿐 이번 소송과 관련해 아무런 상관이 없다. 비를 걸고 넘어지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고 전했다.
연예인 내세운 사기 만연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와 제이튠 크리에이티브는 법인이 틀린 별개 회사로 비는 제이튠 크리에이티브에서 제작한 의류 모델로만 활동했다.
소속사 측은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크리에이티브쪽에 알아보고 있지만 공인인 비가 이번 사건에 연루될 이유는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이번 고소 사건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투자를 유인한 뒤 투자금을 빼돌리고, 단기간에 폐업하는 사기 사건으로 보고 A씨 등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투자를 유인한 후 투자금을 빼돌리고 단기간에 회사를 폐업하는 금융사기 및 횡령 배임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은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다. 6일 고소장이 제출된 후 본격적인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비에게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지는 수사를 해봐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을 동원, 연예인 자신도 모르게 사기에 이용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주부와 직장인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 피라미드 투자 사기를 저지른 연예기획사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중견 연예기획사인 A사 대표 P씨 등은 2008년 9월 A사가 운영하는 여행 관련 케이블 방송국을 조만간 코스닥에 상장시켜 30%의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자 887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A사에 소속된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실린 홍보자료를 뿌리고, 실제로 투자 설명회에 소속 연예인 K씨 등을 출연시켜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또 ‘원금을 보장한다’면서 당국에 발행 신고도 하지 않은 방송사 비상장 주식을 투자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케이블 방송사의 CEO를 겸직했던 P씨는 방송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었고, 회사는 자본금이 잠식돼 주식 상장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정 주부나 퇴직 직장인 등 평범한 시민들이었으며 연예 기획사가 방송사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목돈을 날린 것으로 밝혀졌다.
P씨 등은 다른 투자자들을 데려오면 웃돈을 얹어주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수법으로 피해자를 모았으며 가로챈 돈은 상위 투자자에게 수당으로 나눠주거나 자신들이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사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했다.
A사 소속 연예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투자 사기에 이용당하는 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많이 빌려주는 사업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한 인터넷 홈쇼핑 운영자는 “연예인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쇼핑몰 100개 중에서 85개는 이름뿐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쇼핑몰 운영자가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 연예인에게 수익 일부를 나눠주고 이름만 빌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짝퉁을 팔다 경찰에 적발된 연예인 중에도 “세부적인 쇼핑몰 운영에 대해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인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들은 부업이든 주업이든 크고 작게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 또 이름을 빌려줘 지분을 얻는 형태로 시작된 사업은 때로는 돈을 벌게도, 잃게도 한다.
철저한 검증 필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타를 끼고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업이 스타 혹은 주변사람들의 스타마케팅에 대한 환상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스타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조건 ‘잘될 것이다’는 생각에 철저한 검증 없이 사업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의가 요망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연예인들도 대중에게 자신이 운영한다고 공표한 이상 법적인 책임은 몰라도 사회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이에 합당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