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근혜 '닮은꼴 정치' 전격 비교

'박근혜 시대'에 드리운 '박정희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최근 박근혜정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정치적 사건이 박정희정부 때 일어났던 사건들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부녀지간이라는 태생적 유사성을 감안하더라도 30여년의 시대적 간격을 무시한 닮음은 시대의 역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닮은꼴 정치'를 들여다봤다.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박근혜 시대'의 헌법재판소가 박정희 때의 헌법 규정으로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이다."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에 이은 의원직 상실 결정은 '권한 없는 자의 법률행위'로 무효"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정희 빼닮은
박근혜식 정치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1962년 12월26일 개정한 헌법에는 '소속정당이 해산된 때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이 사라졌다.

해산된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뿐 아니라 다른 어떠한 법률에도 명시적 규정이 없다. 다만 2004년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책자에는 정당해산 시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의 자격은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정권은 박정희정권과 데칼코마니다. 박정희정권의 독재정치를 그대로 빼닮았다"라며 "헌재의 정당해산 판결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정당정치를 후퇴시키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통합진보당이 박 대통령에 대해 1961년부터 1979년 사이 철권통치를 한 군사독재자 '박정희의 화신'이라고 가장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과 그의 국가정보원 그리고 법무부의 정치적 승리"라며 "박 대통령의 부친을 포함한 독재자들은 독단적으로 의회와 정치단체를 해산하고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곤 했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헌재의 이번 결정이 박근혜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좌우 정치적 대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1979년 암살당할 때까지 18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사하다고 진보진영이 비판해왔다"고 보도했다.

위기 국면 공안몰이로 전환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박 대통령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지만, 안팎에서 '시대를 거스른 역사적 평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과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8명의 무고한 생명을 사법부의 칼날을 이용해 앗아간 인혁당 사건과 10만명의 당원이 있는 통합진보당을 일부 인사의 문제를 이유로 없애버린 것이 닮았다는 것이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에 반대하는 인사들에게 대법원이 사형선고를 내린지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사건으로, 이후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중앙정보부의 조작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은 "역사가 4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2014년은 1974년과 비교할 수 없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지만 헌재의 정당해산 판결은 합법적 테두리를 이용한 역사의 후퇴라는 의미다.

박정희-박근혜
유신 대 신유신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도 박정희 유신시대 긴급조치 1호와 묘하게 겹친다. 문건이 공개된 직후 나온 박 대통령의 "찌라시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는 발언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2013년 8월 대검찰청은 '사이버 명예훼손사범 엄정처리 지침'을 통해 '영리목적으로 찌라시를 제작, 유포한 경우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찌라시 유포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발표한 긴급조치 1호 3항에 담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는 규정과 유사하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아버지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행위를 '유언비어'로 규정했고, 딸 박근혜는 청와대 비선실세를 얘기하는 행위를 '찌라시'라고 단정지었다"며 "두 정권 어디에서도 '국민'이라는 존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입을 막을 수 있었던 유신독재시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근혜정권의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도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는 2심까지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사건 변론을 맡았던 장경욱 변호사는 "박근혜정권이 낡은 공안통치 수법으로 다시 유신시절 간첩조작과 비슷한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판 '박정희식 정치' 외신들도 우려
시대적 간격 무시한 닮은 정치는 시대역행

일각에서는 박정희정권을 유신정권, 박근혜정권은 신(新)유신정권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등이 지난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두 정권의 통치 패러다임을 "아버지 박정희가 '오리지널 권위주의 체제'였다면 박근혜정권은 '짝퉁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정의했다. 박근혜정권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아버지와 달리 선거로 권력을 장악했지만 억압적인 통치 패러다임은 같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두 정권의 공통점으로 ▲경제성장 일변도 정책 추구 ▲정당과 국회의 역할에 대한 무시와 경시 ▲검찰·국정원 등 억압적 국가기구의 동원과 이용 ▲여론 통제를 포함한 권위주의적 통치 선호 등을 꼽았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모델'을 참조하고 있다"며 "그것도 18년 통치 기간 가운데 '가장 나쁜 박정희'였던 집권 후반 '권력의 동맥경화증'에 걸린 모습을 따라 배웠다"고 지적했다.

태생적 유사성
후천적 유사성

사실 박근혜정권과 박정희정권은 닮을 수밖에 없다. 부녀지간이라는 태생적 유사성을 차지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가장 닮고자 했던 사람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사춘기를 청와대에서 보냈고, 20대의 5년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권력의 심장부에서 아버지의 유신정치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아버지가 만든 나라가 1997년 IMF 등으로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어서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저서에서 "박근혜에게 대한민국은 우리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 이 나라 국민은 아버지가 긍휼이 여긴 '나의 국민' 청와대는 '나의 집' 대통령은 '가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와 현재 사이에는 30여년이 넘는 시대적 간격이 존재한다. 이 간격을 무시하고 '박정희식 정치'를 되풀이하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언론의 박정희-박근혜 용인술 비교
"박정희의 사람들보다 못한 박근혜의 사람들"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대표적 보수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을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앞다퉈 내놔 눈길을 끈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5일 칼럼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보고 오늘을 다시 본다면 박 대통령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며 "박정희의 사람들은 도덕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능력은 확실했지만 박근혜의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논설위원은 "이런 식으로 3년이 더 흘러가면 미래는 더 암담하다"며 "'박정희를 떠올리고 박근혜를 찍은 것이 잘못'이라는 소리가 50대 이상에서 계속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은 영영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앞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도 지난 13일자 칼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지도자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 그의 후손을 보며 맥 빠진 표정들"이라며 "잦은 인사 실패, 권력 내부의 핵분열만 보고 그러는 것은 아닌 성싶다. 대통령이 '권력의 진돗개들' 싸움에 휘둘려 불황 탈출에 관심이나 있겠느냐고들 한다. 정권 출범 때 성장 목표조차 내놓지 않았던 이유도 알 만하다고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주필은 "새해가 들어서면 '아버지에게 신세 진 것 갚는 심정으로 지지한다'던 부채 의식에서 해방됐다는 분들이 부쩍 늘어날 듯하다"며 박 대통령 절대지지층인 50대 이상의 대거 이탈을 경고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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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