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소신 지킨 김이수 헌법재판관

남들 ‘예스’할 때 혼자만 ‘노’

[일요시사 사회2팀] 최현목 기자 = 군계일학.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후 한 정치평론가가 김이수 재판관을 가리켜 비유한 말이다. 물론 나머지 재판관이 닭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김 재판관의 소신이 돋보인 것을 사자성어를 빌어 표현한 것이다. 소수자 억압, 인권 침해 등을 헌법의 이름으로 막아달라는 헌법재판소 출범의 기본 취지를 끝까지 지킨 그의 삶을 짚어보자.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있었다. 심판을 위해 참석한 재판관은 총 9명. 그중 8명은 ‘인용’ 판결을 내려 통진당 해산을 찬성했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8대1의 압도적 결과로 통진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5명의 소속 국회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결과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각종 언론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쏟아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해산을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61·사법연수원 9기)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1953년 출생
전남고 출신

김 재판관은 195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72년 전남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쭉 호남지방에서 생활했다. 그러다가 서울대학교 법대에 진학하게 되면서 상경하게 되는데 그때 마침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한다.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을 중심으로 발생한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체제에 맞서 반독재·반체제 시위를 벌인 대학생 180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민당 후보의 자격으로 맞선 김대중이 신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체류하던 중 1973년 8월8일 도쿄에서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된다.


이 사실은 삽시간에 퍼졌고 9월 개학과 더불어 대학생들의 반유신체제운동이 시위형태로 발생하게 된다. 그러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4년 1월8일 긴급조치 1, 2호를 공포, 일체의 개헌논의를 금지했고 위반자를 심판할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불씨는 더욱 거세져갔다. 이에 4월3일 박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했다. 긴급조치 제4호가 선포된 후 관련자는 구속·기소되었다.

이때 김 재판관과 부인 정선자씨는 함께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게 된다. 그리고 김 재판관은 64일간 구금 조치를 당하고 부인 정선자씨는 양심선언문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게 된다.

구금에서 풀려난 김 재판관은 대학을 졸업한 후 1977년 제 19회 사법시험을 통과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법조인의 길을 가게 된다. 이후 1982년 대전지법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청주·인천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법의 수호자로서의 삶을 산다. 그러던 중 2012년 야당의 추천을 받아 지금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하게 된다.

그의 판결은 가히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할만 했다.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도로와 학교부지 등 사회기반시설도 마련하지 않은 채 건설사에 아파트 신축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해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만 해도 시민들의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개발이 한창인 시절에 나온 이례적 판결이었다. 또한 해당 지자체의 무분별한 아파트 신축허가 남발에 대해 “지자체가 피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확정결론이 나온 첫 판결이었다.

같은 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하반신 1급 장애로 전동휠체어를 타던 윤씨(당시 62세)는 2002년 5월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역내 근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식사하러 갔다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았고 혼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다 뒤로 추락해 사망했다.

군계일학
낭중지추


이 사실을 토대로 김 재판관은 윤씨의 아들(당시 37세)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공사 측은 원심보다 위자료 5400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휠체어리프트 사고를 처리할 때 장애인의 시설접근권이란 개념을 정립한 첫 번째 판결로 일반인에 비해 가중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재판관은 판결문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은 인간적 존엄과 가치, 행복을 지킬 수 있게 시설접근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공사 측은 사고 전 수차례 안전문제를 지적받았을 뿐 아니라 역무원들이 당시 윤씨가 안전하게 리프트를 타도록 작은 배려도 해주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며 “1심보다 위자료 5400만원을 더해 모두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혀 실질적으로 도시철도공사를 대상으로 괘씸죄에 따른 가중처벌을 내렸다.

근로자를 위한 행보도 빼놓지 않았다. 2005년 유씨는 산업용 전자기판 감광성 필름을 만드는 직장으로 출근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고 심폐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매일같이 연장근무를 하다 출근 도중 숨진 것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관리공단은 “의학적·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다.

이에 유족이 “사망원인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김 재판관은 “유씨가 맡은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작업환경이 쾌적하지만 근무정황상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려 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유씨의 사망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통합진보당 해산 유일한 반대표 던져
“일부 지향을 전체 정견으로 간주 안 돼”

법의 사각지대는 상식이 통하는 판결로 메웠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택배 배달운전기사 심씨가 술을 마신 뒤 차량을 3미터 이동시켰다가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면허증은 생명증과도 같았다.

이에 김 재판관은 경찰 처분의 위법성에 대해 법적 판단을 내렸다. 김 재판관은 판결문에서 “원고가 운전한 것은 노상주차장에서 유료주차장까지 왕복 3미터에 불과하고 이 거리 중 대부분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경찰청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재판관은 부당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서 엄벌을 내렸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있은 후 검찰과 국정원은 사실을 왜곡 발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말 그대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인 처사였다. 김 재판관은 이러한 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위법한 국가권력에 대해 단호한 법률적 제재를 가한 것이다.

고용환경에서의 성차별을 깬 역사적 판결도 있었다. 소위 ‘김영희 사건’으로 불리는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전화교환원 정년차별 사건에서 눈에 잘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고용상의 성차별 관행에 철퇴를 가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청소년 고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아리 택사스 사건’ 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온 인물로 평가된다.

2012년 헌법재판관이 된 후에도 그의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한미FTA 반대 시위 물대포 사용 사건’ ‘국가공무원법상 교원 정치활동 전면금지 조항’ ‘정당법·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금지 조항’ 등에서 위헌 의견을 내 다수의 의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재판관은 평소 포용력 있고 온화한 성품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타인의 주장을 경청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 후배 법관들과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에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인간미와 합리적 사고가 적절히 공존하는 선배’로 통한다. 또한 김 재판관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당사자가 직접 수행하는 사건에 대해 적극적이고 적절한 소송지휘로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약자와 소수자 보호
합리적 판결

그가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지금과 같이 합리적 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남다른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로서 2003년부터 입문, 다음 해인 2004년부턴 풀코스 완주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그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들다는 풀코스 완주를 10회나 기록할 정도로 강철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 부인 정씨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먼저 시작한 그녀는 2002년부터 입문해 이듬해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진보성향 강한 호남출신 법조인
장애인 기본권 향상에 큰 공헌

취미가 같다보니 부부동반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지난 2005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김 재판관은 부인과 함께 참가했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결승선을 끊고 나서 김 재판관은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달려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부인 정씨는 마라톤 선배답게 김 재판관보다 10분 앞선 4시간26분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부인에겐 졌지만 김 재판관 역시 자신의 최고기록을 30여분이나 앞당겼다. 이를 위해 김 재판관은 지난 3개월간 혹독한 ‘동계훈련’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합리적 사고가 마라톤을 통해 뒷받침 됐다면 김 재판관의 인간미는 신앙심과 낭만을 즐길 줄 하는 성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 재판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하다. 또한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애수의 소야곡’으로 알려졌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마는”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면서 우수에 젖어 있는 체념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고요하고도 애절한 가락이 가수 남인수 특유의 미성과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사랑받은 곡이다. 최근 가수 정인이 <불후의 명곡2>에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재판관은 이번 통진당 해산 판결에서도 그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 재판관이 밝힌 반대의견의 핵심은 그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범위와 시기, 그리고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먼저 김 재판관은 일부 당원의 행위를 당 전체의 움직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범위의 측면에 대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피청구인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해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기면에서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심판이 청구되고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다시 독일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5000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000∼7000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통진당 해산
국민 손으로

마지막으로 방법적인 측면에서 “강제적 정당 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며 “해산 결정은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정치평론가는 김 재판관을 ‘군계일학’으로 비유한 데 이어 베스트 인물로도 선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 투표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특정 정당을 장외로 밀어버리는 판결에 대해서 정말로 소신있게,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를 강하게 대변한 김이수 재판관,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chm@ilyosisa.co.kr>


[김이수는?]

▲제19회 사법시험 합격
▲대전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 법원장
▲특허법원 법원장
▲사법연수원 원장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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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