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인물열전> 2015 이들을 주목하라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을 뒤로 한 시점에 송구영신의 뜻처럼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에서 ‘2015 이들을 주목하라’란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2015년 각 분야별 주목되는 인물을 살펴보자.

[차세대 리더 안희정]

‘잠룡’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에게 있어 2014년은 남다른 한 해였다. 6·4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명실공히 ‘충남의 아들’로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야권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꼽히는 등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민주당의 불모지와 같던 충남에서 당선된 사실은 그의 저력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언변이 능해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안 지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며 7·30 재·보선 패배 후 ‘안철수 구하기’의 선봉에 서서 ‘포용의 리더십’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등 정치적으로 신념이 확실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권 도전을 언급한 바 있는 만큼 2015년은 그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 지지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을지가 향후 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1965년 뱀띠인 안 지사가 과연 허물을 벗고 ‘잠룡’이 아닌 ‘용’으로 승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상 꿈꾸는 박세창]


독수리가 비행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꼭 필요한 행사 이외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해왔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비상을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부사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소유한 인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젊은 경영인으로서 꿈과 열정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분야별 주목할 만한 10인 선정

박 부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금호타이어 전략담당 부장으로 전격 합류했다. 이후 2014년 1월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그의 행보가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식이라 보고 있다.

그가 맡고 있는 금호타이어도 2010년 이후 5년 만에 경영성과가 호전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15년 박 부사장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호타이어가 세계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작품 기대되는 유하]

묵직한 이야기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중견감독 유하가 2012년 영화 <하울링> 이후 3년 만에 돌아온다. 그가 이번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강남 1970>으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잇는 거리 3부작의 완결편으로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욕망과 배신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민호와 김래원이 주연으로 출연해 카리스마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오는 2015년 1월21일 개봉한다. 한국형 느와르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을 통해 사랑을 받아온 그가 <강남1970>에선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또 어떤 시대상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지상파 노크 하연수]

속칭 ‘꼬부기녀’로 불리는 하연수가 웹 드라마 <사이:여우비 내리다>를 통해 인기몰이 중이다. 박수봉 작가의 인기 단편 웹툰 <사이>를 원작으로 한 단편 웹 드라마 <사이:여우비 내리다>는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2013년 영화 <연애의 온도>를 통해 데뷔한 그녀는 동그란 이마와 큰 눈망울 등 남심을 흔드는 귀여운 외모로 일찍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치 <포켓몬스터>의 ‘꼬부기’를 연상시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꼬부기녀’로 통하고 있다. 모태 자연미녀로 통하는 그녀는 데뷔 1년8개월 만에 이미 다수의 화보와 CF 등을 찍어 모델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제 연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2015년 행보가 주목된다.
 

[남자로 돌아온 유승호]

‘리틀 소지섭’이 누나들 품으로 돌아왔다. 최근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이기자부대 신병교육대대에서 전역식을 치른 유승호는 향후 작품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유승호는 2013년 3월 비밀 입대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제가 제대로 인사도 못해서 많이 죄송스럽고 많이 아쉬운 마음이었다”며 “전역할 때는 정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이다”고 전역 소감을 밝혔다. 현재 특별한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유승호는 고아라와 함께 영화 <조선마술사> 출연을 확정, 세부사항을 조율 중에 있다.

[시청자 홀린 변요한]

4개월간 시청자를 울고 웃긴 tvN 드라마 <미생>이 지난 20일 종영되었다. 그러나 극중 호평받은 배우들은 그 기세를 2015년까지 끌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생>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캐릭터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중 한석율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배우 변요한은 변칙적인 제스처와 확실한 감정표현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그는 내년 3월 개봉 예정인 주연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를 통해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미생>을 통해 사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은 미생을 통해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얻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행 가시권 강정호]


미국프로야구(이하 메이저리그) 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포스팅 제도 도입 16년 만에 처음으로 독점교섭권을 따냈다. 그 주인공은 한국의 A-로드(알렉스 로드리게스) 강정호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야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가 승인한 상황에서 남은 건 계약뿐이다.

국민들의 우울한 마음 달래줄 기대주

김광현, 양현종과는 달리 강정호는 40홈런을 친 유격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메이저리그가 현재 유격수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피츠버그는 2013년, 2014년 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최근 강팀으로 변모해 만약 강정호가 계약한다면 생애 첫 우승반지도 노려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야진이 탄탄한 피츠버그를 두고 타팀을 견제하기 위한 위장 오퍼다 주장한다. 그러나 피츠버그가 제시한 포스팅 입찰액 500만 ‘2015달러’가 의미하듯 조건이 맞다면 강정호와 2015년을 함께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현진의 진출로 열린 메이저리그 직행의 문, 그 문 앞에 서있는 강정호가 보여줄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국축구 희망 이승우]


한국의 축구팬이라면 해외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보며 한번쯤 ‘아~저런 선수가 대표팀에 있어야 되는데’하는 생각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축구팬의 갈증을 해소해줄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리틀 메시’라 불리는 이승우다. 그는 역대 한국 축구 선수 중 가장 어린나이로 스타가 됐다. 만 13세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해 일찍이 세계 최고의 명문 팀으로 꼽히는 바로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하게 된다. 그리고 16세가 됐을 때 ‘U-16 챔피언십’에 한국대표로 출전, 숨겨왔던 기량을 맘껏 뽐내 국내 축구팬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강하게 새겼다.

이승우는 이 대회에서 5경기를 소화하며 5골 5도움을 기록해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최우수선수와 득점상이라는 개인 타이틀까지 휩쓸었다. 그가 메시와 비교되는 것은 비단 소속팀 때문도 메시와 함께 찍은 사진 때문도 아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빠르고 힘차며 날카롭다. 앞으로 3∼4년 안에 1군에 올라간다는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18세가 되는 2015년, 그의 성장이 한국 축구의 성장과 비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녀 개그우먼 김승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와중에 개그우먼 김승혜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007년 SBS 9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그녀는 그동안 <웃찾사> <개그사냥> <개그투나잇>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러나 SBS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으로 그녀는 2014년 KBS로 직장을 옮기게 되고 개그맨의 산실과도 같은 <개그콘서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력은 다채롭다. 2006년 MBC <팔도모창 가수왕>에서 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2007년 SBS 신인개그맨 선발대회 동상 등 다분한 재능을 선보여 왔다. 또한 그녀는 걸그룹 'WOW' 출신으로 2012년 디지털 싱글 앨범 ‘둥근해가 떴습니다’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렇듯 그녀는 잠재된 끼가 충만하다는 점에서 2015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신예 걸그룹 소나무]

데뷔를 앞둔 신인 걸그룹 ‘소나무’의 멤버들 모습이 전격 공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단체 사진과 데뷔 트레일러 속 그녀들은 그룹명에 걸맞게 녹색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녀들은 같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 ‘시크릿’을 이을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음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이틀 곡 ‘데자뷰’는 히트곡 ‘마돈나’ ‘매직’ 등을 작곡한 프로듀싱 팀 스타트랙(강지원, 김기범)과 ‘빈티지’ ‘여자를 몰라’ 등 세련된 비트가 돋보이는 작곡가 MARCO가 함께 제작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소나무는 오는 29일 화려한 쇼케이스를 가진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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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