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할머니 살인사건 미스터리

벌건 대낮 주택가에 시체 유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귀가하던 고등학생 2명이 우연히 의문의 여행용가방을 발견했다. 불길한 예감에 지퍼를 열어보니 가방 속에는 흉기에 찔린 채 몸이 반으로 접힌 할머니가 있었다. 벌건 대낮, 주택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의 수사로 현재 용의자는 특정된 상황이지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할머니가 여행용 가방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2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 앞 길가에 버려진 여행용 가방 속에서 70대 할머니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할머니는 인천 부평에 거주하는 전모(71)씨로 밝혀졌다. 당시 가방의 크기는 가로 60cm, 세로 40cm, 두께 30cm 크기였다. 최초 발견자는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생 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로 얼룩진 가방
 
숨진 전씨는 결혼해 자식까지 둔 아들네 식구와 부평구에 있는 집에서 함께 살아왔다. 결혼한 딸은 전씨와 함께 살진 않았지만 어머니와 같은 부평시장 한쪽에서 주류를 판매해왔다. 전씨는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딸에게 “잔칫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시장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씨의 가족들은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전씨의 외박은 종종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전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가족들은 불안해했다. 결국 전씨의 아들은 22일 오후 1시30분께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신고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3시7분께 전씨는 남동구 간석동 인천지하철 간석5거리역 인근에 있는 한 빌라 주차장 담벼락 밑 여행용 가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의 시신은 처참했다. 오른쪽 옆구리와 목 등 5군데를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었고, 머리는 둔기로 맞아 일부 함몰된 상태였다. 당초 경찰은 전씨의 시신에서 흉기로 수차례 찔린 흔적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원한이나 채무 관계에 따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전씨가 시장에서 조그맣게 장사를 했으나 재산이 없지는 않았다는 주변인 등의 진술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후 24일 인천 남동경찰서는 숨진 전씨를 살해해 유기한 용의자로 정모(55)씨를 특정,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다수 확보해 전씨가 장사하는 시장의 상인들로부터 CCTV 속 남성의 신원을 파악해 용의자로 특정했다. 정씨는 검은색 점퍼에 모자를 썼으며 손에는 하얀 장갑을 낀 채 여행용 가방을 끌고 주택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경찰은 이밖에도 정씨의 집에서 피묻은 바지와 혈흔 등 증거물을 다수 확보했다.
 
또한 경찰은 정씨가 전씨를 살해한 후 2번이나 전씨의 딸을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 정씨는 전씨가 실종된 다음 날인 21일 전씨의 딸과 부평의 한 교회 예배당을 찾았고, 그 다음날인 22일에도 시장에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로 지목된 정씨는 가끔 시장을 찾아 전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가는 등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숨진 전씨와 용의자 정씨가 최근 다퉜다는 사실이나 채무 관계나 돈거래 여부는 현재까진 확인된 게 없다. 경찰이 특정한 정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시장서 채소 팔던 70대 노인 실종
빌라 주차장 여행가방에 숨진 채 발견
 
경찰 관계자는 “시장 상인, 유족을 비롯한 전씨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으며, CCTV 속 남성과 비슷한 체격과 걸음걸이를 한 이가 있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씨가 평소 이동수단으로 버스를 이용했다는 유족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씨가 소지하고 있던 버스카드로 사망 전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발견 당시 전씨는 이 버스카드와 현금 40여만원을 소지하고 있었으나 휴대전화는 없었다. 전씨는 평소에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25일 경찰은 용의자 정씨의 신원과 인상착의를 공해, 전국에 수배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키 165∼170cm에 보통 체격으로 노란 지퍼가 달린 검정 점퍼, 등산바지를 입고 검정 신발을 신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의 본적은 전남 화순이지만 오랜 기간 인천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목수 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용의자 정씨는 숨진 전씨를 부평시장에서 알게 됐으며, 같은 시장에서 주류를 파는 전씨의 딸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에 따르면 숨진 전씨 딸과 용의자 정씨 간에는 돈관계가 얽혀있었다.
 
 
정씨는 범행 직후 휴대전화 전원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다 아예 꺼놓은 상태다. 경찰은 앞서 24일 정씨가 서울 모처에서 휴대전화를 끈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급파했지만 정씨를 찾는데 실패했다. 또 정씨가 현금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추적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여행용 가방이 새것이 아니고 시신 유기 장소가 정씨 집에서 멀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는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인천지역에서 여행용 가방 속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행용 가방 트라우마’가 우려된다. 앞서 지난 5월31일에는 인천 남동공단 인근 골목길에서 두 다리가 절단된 50대 남성 시신이 여행용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된 바 있다. 당시 가방을 처음 발견한 공단 노동자는 “못 보던 큰 가방이 버려져 있기에 열어봤더니 사람 머리하고 피 같은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살인사건과 연결된 여행용 가능이 잇따라 발견되지 여행용 가방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흉기로 무참히 살해
 
경찰 관계자는 “여행용 가방을 이용해 시신을 유기하는 범죄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를 모방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여행용 가방을 발견하면 직접 열어서 확인하는 것보다 경찰에 알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자는 세 살배기 딸 살해한 엄마
 
지난 26일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자신의 딸을 베개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제 막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기 시작한 어린 피해자가 자신의 친모에게 살해당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공포와 충격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며 “피고인도 상당 기간 수감생활을 통해 속죄와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남편의 자살 이후 홀로 남겨진 상태에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과도한 채무와 육아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딸을 살해한 후 자신도 죽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점, 자신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죄를 깊이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9월15일 오후 10시께 인천시 서구 자신의 집 안방 침대에서 딸(3)이 잠 들자, 베개를 이용해 양손으로 얼굴을 누르는 방법으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