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분양사기·재산도피 의혹 허재호 고소장 공개

"서민에게 떼먹은 400억 뱉어라"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일당 5억원의 사나이. 이른바 '황제 노역'으로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졌다. 허 전 회장은 지난 9월 노역으로 탕감 받은 30억원을 제외하고 남은 224억여원의 벌금을 완납했다. 그러나 아직 떼먹힌 돈을 받지 못한 분양 피해자들은 억울함에 속 끓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참다못한 이들은 지난 10월30일 허 전 회장을 사기와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황제 노역'으로 몇 달 전까지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고소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경기 용인공세지구 피오레 아파트 분양 피해자 47명(대표 황미영)은 '허 전 회장으로부터 단 1원도 돌려받지 못한 억울한 처지'를 읍소하며 관심을 호소했다.

횡령·배임 혐의

본지가 입수한 고소장을 보면 피고소인 명단에는 허 전 회장을 비롯해 그의 처남인 황모씨, 사위인 이모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이 국내로 재산을 은닉하는 한편 뉴질랜드로는 자신의 그룹을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허 전 회장의 황제 노역 논란이 지펴졌을 당시 본지를 비롯한 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일요시사>는 지난 2007년 대주그룹의 기형적인 성장사와 족벌경영 폐해, 허 전 회장이 쥐락펴락한 법조계 인맥, 풀리지 않는 뉴질랜드 미스터리 등을 연속 시리즈로 고발한 바 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을 지난 4월4일 광주지방검찰청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은 허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었다. 고소인들은 허 전 회장을 막고 "수백억원의 분양대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차에 올라타며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저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야 한다. 내가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외면했다.


앞서 피해자 대표 황미영씨 등 280여명은 지에스건설(주)이 시행하고, 대주건설(주)이 시공한 용인공세지구 피오레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했다. 지에스건설과 대주건설 모두 대주그룹의 관계사로 확인된다.

지에스건설의 지분 구성은 허 전 회장이 50%, 처남 황씨가 30%, 그의 지인 오모씨가 20%로 사실상 허 전 회장의 1인 지배기업이다. 허 전 회장은 용인공세지구 시행사업을 위해 지에스건설이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사위 이씨는 허씨로부터 대표이사를 넘겨받아 2009년부터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오레 분양 피해자 47명 고소
"수백억 공사대금 빼돌려" 주장

지에스건설은 2008년 12월 입주예정이었던 피오레 아파트를 공사지연으로 2009년 5월께야 완공했다. 황씨 등은 회사의 책임을 물어 분양계약을 해제했고, 2010년 분양대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회사가 판결 직전 자신들의 자산을 신탁회사에 위임하면서 피해자가 변제받을 길은 봉쇄됐다.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430억원 규모, 그 사이 빈 아파트들은 대부분 제3자에게 재분양됐다.

고소인들은 공사대금으로 사용했어야 할 자신들의 계약금(혹은 중도금 등)을 허재호 일가가 사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주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는 동시다발적인 매각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때 허재호 일가는 계열사 간 불법 자금거래로 재산 은닉 및 해외 이전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소인들은 대표적인 예로 자본금 3억원인 지에스건설이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조선(주)에 2007년 200억원, 2008년 124억원 등 모두 324억원을 투자하고 손실 처리함으로써 '투자를 위장한 자금제공 사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공사에 사용됐어야 할 대금이 투자금 외 대여금 명목으로 2006년 282억원, 2007년 919원이나 계열사에 제공된 것으로 감사보고서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고소인들은 대주그룹 41개 계열사 가운데 상당 회사가 이 같은 수법으로 대주건설에 자금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허 전 회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차명으로 숨겨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대주건설은 2010년 10월 한국에서 부도를 맞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KNC Construction & Engineering Co. Ltd'(이하 KNC)란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부동산 투자를 감행했다. 올 3월 검찰이 은닉재산 환수에 들어가자 허 전 회장은 KNC 지분을 타인에게 양도했고, 친인척 임원진도 모두 사퇴했다.

고소인들은 대주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닥쳤을 무렵 지에스건설이 파산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지에스건설은 허 전 회장의 아들로 알려진 스캇허씨가 대주주(85%)로 있는 'KNC Grobal Management'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에스건설이 피오레 아파트 신탁자산 처분 및 정산에 관여한 정황에 비춰 허재호 일가의 비자금이 조성되지 않았겠냐고 의심했다. KNC는 이후 뉴질랜드에서 피오레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인들의 주장은 "지에스건설이 분양 피해자들로부터 계약해지를 요구받았을 당시 분양대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보유자산과 잠재수익이 모두 대주건설로 넘어간 상황에서 발생한 2649억원의 순부채는 서민들로부터 투자받은 공사대금을 오너를 위해 불법으로 빼돌린 결과"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돈이 없어 못 준 게 아니라 진즉부터 빼돌릴 마음을 먹고 수분양자를 기망했다는 결론이다.

고소인 황씨 등은 12종류의 증거문서를 첨부해 검찰에 제출했다. 허 전 회장 등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배임 및 사기 혐의를 적시했다. 고소장을 보면 모두 8가지의 요구를 검찰에 한 것으로 확인된다.

첫째, 허 전 회장의 국내 차명자산 및 해외 탈세자산을 수사해달라. 둘째, 대주건설과 지에스건설의 자금흐름을 수사해달라. 셋째, 지에스건설의 분양 사기행위를 수사해달라. 넷째, 지에스건설의 대여금 및 투자금 흐름을 수사해달라. 다섯째, 지에스건설의 사업소득을 수사해달라. 여섯째, 신탁자산 처분대금 용처를 수사해달라 등이다.

차명자산 쉬쉬

이 밖에도 고소인들은 대한주택보증의 아파트 공정율 조작 의혹, 한국산업은행의 연대보증 누락 의혹 규명을 추가로 요구했다. 그러나 광주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지난 9월 허 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6억원대 탈세 혐의 등으로 고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본 고발사건을 6억원대 탈세 사건과 병합해서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허재호는 어디에?

황제 노역의 주인공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14일 <한겨레>는 허 전 회장의 탈세 수사가 미진하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그의 근황을 전했다.

허 전 회장은 당뇨병 후유증으로 다리가 부어 목발을 짚고 광주시 금남로에 있는 모 개발 사무실로 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회장의 새 거처는 광주시 동구 옛 도심에 있는 한옥이다. 체납문제 때문에 공매에 들어가 내년 2월말까지는 비워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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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