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④이재성 아르누보몽드 대표

돈 없다면서 거대로펌이 변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무려 40조원에 달했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화는 14억1100만원을 체납한 이재성 아르누보몽드 대표다.

신문잡지 및 정기간행물 발행 등을 영업목적으로 삼은 (주)민주일보사는 1997년 4월 설립됐다. 민주일보사는 2005년 12월 상법에 따라 해산했다가 2007년 1월 상호를 변경해 당국에 신고했다. 변경된 상호는 (주)아르누보몽드였다. 아르누보몽드의 대주주는 이재성씨였고, 이씨가 보유한 지분율은 100%였다. 2010년 기준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사기로 구속

아르누보몽드는 회사의 설립목적을 부동산 개발 및 분양, 임대업 등으로 기재했다. 검찰은 지난 5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 해당 업체 김우영 전무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 등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현지 교민들에게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호텔식 레지던스인 '아르누보시티' 분양대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LA지사 등을 설립해 투자금을 끌어 모았으며, 이때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의 일부를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임의로 빼돌려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구속을 전후로 법조계에선 아르누보시티와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아르누보몽드는 2010년 9월부터 등록세 등 3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14억11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아르누보몽드는 2010년부터 부가가치세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둬갈 세금은 10억400만원이었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또 다른 회사 (주)아르누보씨티는 2011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모두 7건의 세금을 빼먹었다. 국세청이 정산한 체납액은 85억5700만원이다. 이씨는 개인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씨는 14억3200만원(부가가치세 등 3건)을 2010년부터 내지 않았다. 이씨의 파트너인 김씨도 2006년부터 법인세 등 9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징세할 체납액은 27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회피하고 있는 세금은 150억원이 넘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회사 등록 주소지를 찾았다.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앞서 아르누보씨티는 강남아르누보 레지던스 호텔을 분양했으며, 아르누보몽드는 서초아르누보 레지던스 호텔을 분양했다. 두 레지던스 호텔에 투자했던 분양사기 피해자들은 관련 주소지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수취인 부재로 번번이 반송됐다. 이때가 2011년이다.

그런데 이씨 등은 세금을 내지 않고도 3년 넘게 버텼다. 그 사이 미국에 있던 아르누보씨티 투자자들은 한국을 방문해 이 대표와 최모 아르누보시티 회장을 각각 고발했다. 이들이 주장한 피해금액은 42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 회장은 외환관리법 위반과 횡령 혐의 등을 받았으나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 처분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2년 미 사법당국에 의해 체포된 뒤 한국으로 송환됐다.

아르누보시티 분양사기 150억 미납
실소유주 지목 최 회장, 왜 안내나?

피해자들은 최 회장을 아르누보시티의 '실소유주'로 지목했다. 그런데도 최 회장은 100억원이 넘는 체납액과 관련해 외관상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최 회장의 처남 박모씨는 수사 편의 등을 제공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강남경찰서 경찰관 김모씨에게 마사지·유흥·골프접대 등을 2011년 1월∼2012년 9월까지 제공했다.

같은 기간 박씨는 모 법무법인 직원 또 다른 김모씨에게도 로비자금 명목으로 1500만원을 뿌렸다. 최 회장이 국내로 송환되자 구속영장 신청 저지 등 수사무마 활동을 위한 경비를 건넨 것이다. 이들 두 김씨는 지난 9월 나란히 불구속 기소됐다.

이 밖에도 박씨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최 회장으로부터 최대 1억원에 달하는 활동비를 지급받은 전·현직 경찰관은 대부분 구속됐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최 회장이 관련 회사의 실소유주라는 것이 확인되면 세금을 징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씨 등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이 속행됐다. 이날 오후 2시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등장한 이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판이 끝날 무렵에야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그런데 취재결과 이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국내 굴지의 로펌 Y사 소속 변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금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어야 할 이씨는 대체 무슨 돈이 있어 Y사에 사건을 맡긴 것일까.

기자는 담당 변호사를 만나 "이씨는 체납자인데 변호사 수임료는 어떻게 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잘 모르겠다"며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히 답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시간당 과금해 지불하는 방식과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 두 가지가 보편적이다. Y사가 이씨에게만 '특별대우'를 해 무료 변론을 맡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씨는 Y사 외에도 20여명에 가까운 변호사를 차례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10여명의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던 L사는 사건을 포기했으며, 여권 고위 정치인의 변호를 맡았던 J 변호사 등 4명도 사임했다.

Y사 변호사는 4명, 또 다른 Y사 변호사는 3명, D사 변호사는 1명이 각각 선임됐다. 담당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여러 변호사가 선임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배 째라" 당당

같은 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이모씨는 "전무 김씨가 2010∼2011년께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며 "나는 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고 분양신청을 한 죄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씨 등은 당시 광고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호텔 상가에 투자하라"고 홍보했다. 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모씨도 아르누보시티에 대해 "수익률이 뛰어나다"며 "최고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속였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변호사 수임료 등 의혹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조사해 환수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angeli@ilyosisa.co.kr>

 

[아르누보시티는?]

아르누보시티는 1996년 9월 설립 이후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시행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건설회사다. 시공사인 삼환기업과 손을 잡고 강남 일대에 삼환 베르사이유 오피스텔을 차례로 분양했으며, 레지던스 아르누보씨티도 3차까지 직접 분양했다. 미국 LA 등지에서 투자를 받아 해외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을 빼돌리거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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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