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한옥 ③강원도 영월

따뜻한 온기가 담긴 추억의 옛집

한옥 여행은 따뜻해야 제격이다. 아침이면 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볕이 깃들어야 하고, 시린 웃풍이 불더라도 아랫목은 뜨끈한 게 좋다. 주인장 인심 역시 툇마루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따뜻해야 정감이 간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옥 종부의 목소리가 푸근할 때 발걸음이 동하고, 은근슬쩍 내준 고구마 몇 개, 차 한잔에도 여행자들은 깊게 감명받는다. 겨울의 문턱에서 한옥 여행을 꿈꾸는 것은 그런 따뜻함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이다.

옛것과 새것의 적절한 조화 ‘주천고택 조견당’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있는 우구정한옥

강원도 영월에는 가볼 만한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가옥)과 남면의 우구정가옥이다. 100년 세월을 뛰어넘은 두 옛집은 서로 다른 개성으로 한옥 여행을 부추긴다. 남부 지방에 내로라하는 고택들이 유명세를 타지만, 이들 한옥은 추운 강원도에서 꼿꼿한 자태를 지키기에 가치가 더욱 새삼스럽다.
주천고택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천장을 떠받친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만 800년쯤 된다고 하니 가옥에 1000년 세월의 깊이가 담긴 셈이다.

추운 강원도
꼿꼿한 자태

조견당은 한때 99칸이 넘는 규모로 중부 지방 양반집을 대표하는 전통 가옥이었다.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나머지 가옥은 대부분 손실되고, 현재는 안채만 남아 있다. 조견당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1호에 등재되었으며, 김종길가옥으로도 불린다.
기품이 묻어나는 안채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안채의 동·서·남쪽 지붕 아래에는 해, 달, 별이 조형되었다. 동쪽 벽은 다섯 가지(흑·백·황·적·청) 색깔의 돌로 꾸며졌는데, 이는 조견당에 우주의 원리와 음양오행의 정신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안채 옆의 커다란 너럭바위는 하인들의 규율을 잡는 터로 쓰였다고 한다.
조견당의 장점은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데 그치지 않고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의 사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채 외벽에 새겨진 문양과 집의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듣다 보면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더욱 잔잔하게 새겨진다. 이외에도 종부와 함께하는 다도 체험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주인장이 아홉 번 덖어 달인 맨드라미차를 꼭 맛보자.
조견당 안채가 옛 모습을 간직했다면, 사랑채는 새롭게 단장해 깔끔하다. 나무의 특성을 살린 내부 장식 또한 정갈하다. 사랑채는 안사랑과 바깥사랑으로 나뉜다. 안사랑은 통유리 너머로 안채와 마당이 보여 풍취가 뛰어나며, 바깥사랑은 차 한잔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연결된다. 

투숙할 수 있는 방은 모두 아홉 채로, 안채에서 묵으면 장작불을 이용한 구들 체험이 가능하다. 하룻밤 숙박비는 8만원에서 3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조견당 밖으로 나서면 주천 읍내와 주천강이 걸어서 닿는 거리다.
남면의 우구정한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옥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은 큰 자리바꿈 없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며, 그 위에 가마솥까지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집 밖으로 배추밭이 펼쳐지고, 모퉁이에는 수백 년 세월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서 있고, 밭 너머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이다.


종부가 들려주는 고택 사연 속 잔잔한 하룻밤
뜨끈한 방에서 몸 지진 뒤 맞는 개운한 아침

우구정가옥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로 구성된 ‘ㅁ’자 형 기와집이다. 자연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채 뒤로 돌담을 두른 중부 영서 지방의 전통 가옥 형태를 띤다. 방은 안채, 건넌방, 사랑방 등 단출하게 세 개다. 이 방은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우구정가옥은 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집주인이 ‘우구정’씨라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우구정씨의 아들 내외가 집을 이어받아 한옥 숙박을 꾸려가고 있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옛 한옥의 정서가 특별한 격식 없이 실려 있다. 

우구정가옥에서는 장작불을 때는 주인장 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뜨끈한 방바닥에서 몸을 지진 뒤 개운한 아침을 맞는 일상이 더디게 흘러간다. 남부 지방 고택처럼 번듯하고 웅장한 느낌은 아니지만, 툇마루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과 인심으로 건네주는 몇 개의 고구마만으로도 훈훈하게 다가서는 집이다. 우구정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70호로 등록되었으며, 하룻밤 묵는 비용은 5만~13만원이다.

출출해진 배는
별미인 묵밥으로…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에는 국가 지정 명승으로 등재된 영월의 자연을 음미한다. 조견당에서 우구정가옥으로 가는 길목에는 한반도 지형이 자리한다.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국토와 빼닮은 곳으로,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기 전 강물이 크게 휘돌면서 조성됐다. 하안단구 지질 등을 관찰할 수 있으며, 전망대까지 가는 길에는 회양목 군락지와 쉼터도 마련되어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소나기재 정상의 선돌은 서강의 푸른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영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주천읍에서는 이 지역 별미인 묵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워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주천 섶다리→조견당→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우구정가옥→선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선돌→우구정가옥
·둘째 날 : 장릉→청령포→주천 섶다리→조견당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월관광  www.ywtour.go.kr
· 조견당   www.jogyundang.com

문의 전화
· 영월군 관광안내  1577-0545
·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037
· 조견당   033-372-7229, 010-6344-1667
· 우구정가옥   033-372-5704, 010-7160-571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월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일 13회(07:00~22:00) 운행, 2시간 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일 4회(10:00, 13:30, 19:00, 20:30) 운행, 2시간 30분 소요.
기차> 청량리역-영월역 : 무궁화호 1일 6~8회(07:05~23:25) 운행, 2시간 15분~2시간 45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신림 IC→주천 방면 88번 도로→주천 읍내→조견당

숙박 정보
· 조견당 : 주천면 고가옥길, 033-372-7229, www.jogyundang.com (명품고택)
· 우구정가옥 : 남면 들골안길, 033-372-5704 (명품고택)
· 동강시스타 : 영월읍 사지막길, 033-905-2000, www.cistar.co.kr

식당 정보
· 주천묵집 : 메밀묵밥, 주천면 솔치로, 033-372-3800
· 청산회관 : 곤드레밥, 영월읍 중앙로, 033-374-2141
· 풍류관 : 꺼먹돼지구이, 주천면 서강로, 033-372-8851

주변 볼거리
별마로천문대, 영월 고씨굴, 영월마차탄광문화촌, 영월동굴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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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