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지방자치제도 개선’ 추진 논란

풀뿌리 뽑고 중앙집권 강화?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안을 내놨다. 그러나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등 민감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 기초의회에서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의 입장도 크게 엇갈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지난 8일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중앙과 지방 정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계획안 세부과제 20개 안에 광역시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 특별시·광역시 소속 기초의회 폐지 등 20여년 간 유지돼온 지방자치제도에 대변화를 예고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변화 예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이다. 이 과제의 골자는 서울과 6개 광역시 구·군의회를 모두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대평 지발위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특별·광역시 자치구의회 폐지는 주민의 생활권을 고려한 것”이라며 “같은 생활권 안에 있는데도 자치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정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청장·군수 선출 방식의 경우 서울은 수도의 특수성과 인구 등을 고려해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광역시는 시장이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구청장이나 군수를 임명하는 행정구·군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구의회 폐지나 광역시 구청장·군수 임명제 전환은 ‘자치권 확대’라는 지방자치제도 로드맵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방의 기초의원이나 기초 단체장 등 당사자들의 반발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성명성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이념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계획”이라며 “지방자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협의회는 “평등권 침해와 주민 기본권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위헌적 행위’가 분명하다”며 “구시대의 중앙집권적 행태로 돌아가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철회하고 진정한 지방분권을 통한 자치 실현에 중앙 정치권이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궐선거 전임자 임기승계 폐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제의 골자는 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당선자가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승계하도록 한 현행제도를 폐지하고 당선 시점부터 새로 4년의 임기를 시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잦은 선거에 따른 고비용과 업무 단절 등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지발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지자체의 경우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주기가 맞지 않아 매번 따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저조한 지방선거 투표율도 더 낮아지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구청장·군수 직선제 폐지 등 예고
야권 “지자체 뿌리 흔드는 것” 반발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시범실시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발위는 자치경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오는 2016년부터 시범적으로 해당제도를 실시한 뒤 지역여건 등을 감안해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제 도입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자치경찰제는 지자체별로 자체 경찰력을 두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세계 22개국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의 국가경찰과 지방분권적 자치경찰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는 참여정부 당시 시범도입 전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됐고, 이명박정부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됐다가 실현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당초 교육감직선제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교육계의 반발로 개선 필요성만 강조한 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지발위 핵심관계자는 “초안에는 교육감직선제 폐지가 구체적으로 검토됐지만 교육부와 전문계 등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추진 주체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기 때문에 최종 보고내용에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선출방법을 개선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발위는 ▲여성의원 선출비율 확대 ▲정당표방 허용 ▲기표방식 개선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 단계적 확대 추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여야가 앞다퉈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때문에 향후 정치권 논의과정에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진통 불가피

지발위는 이와 같은 세부과제를 2017년까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발 외에 여야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자치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지발위의 계획안이 시행될 경우 중앙정부로 권력이 더욱 집중시키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자 해온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