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들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근래 들어 대중문화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스타의 몸값이 치솟은 데다 스타와 관련된 수입창출 창구가 급증하면서 스타들의 법정 싸움은 확대일로에 놓여 있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의 관계는 흔히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된다. 출연섭외와 일정, 이미지 관리 등 매니지먼트에 의존도가 높은 연예활동의 특성상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그러나 최근 엔터테인먼트사업이 대형화되면서 연예인과 연계기획사간의 계약파기와 소송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지환 측 “기본적인 내용도 지키지 않았다” vs 잠보 측 “사실이 아니다”
박보영 측 “난 돈벌이 수단이었다” vs 휴메인 측 “최대한 의사 존중했다”
배우 강지환은 전 소속사 잠보엔터테인먼트(이하 잠보)와 소송에 휘말렸다. 강지환이 잠보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현 소속사 에스플러스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플러스)와 새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전 소속사인 잠보는 “계약만료 시점이 올 8월인데 사전 협의 없이 임의대로 소속사를 옮긴 것은 엄연히 계약위반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 소속사 에스플러스는 “강지환이 계약서상의 불공정 내용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원만한 해결을 위해 시정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면서 “고문변호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새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지환·박보영
전 소속사와 소송 중
에스플러스는 5일 ‘강지환 소속사 분쟁의 진실’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 소속사 대표가 횡령과 사기 등을 행하고, 아주 기본적인 계약내용들 조차 지키지 않았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그럼에도 6년간의 신뢰를 쉽게 포기 할 수 없었던 강지환은 잘못된 내용의 시정을 정식으로 요청하고, 새로이 시작해 보려고 마음을 다 잡았지만 그의 노력과 진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강지환은 전속계약 해지의 방법을 택해 대한상사중재기관에 전속계약 해지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잠보 측은 에스플러스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잠보 측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신우는 6일 “강지환 측이 아직 분쟁 중인 전속계약 문제를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을 밝힌다”며 “전속계약과 관련하여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점에 대하여 강지환 및 에스플러스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한 상태다”고 밝혔다.
강지환에 이어 영화 <과속스캔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보영도 전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 확인 청구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박보영과 소속사의 갈등은 2월초 영화 <얼음의 소리> 캐스팅으로 불거졌다. 박보영과 소속사가 영화 출연 건으로 영화제작사 보템으로 사기와 사기, 횡령혐의로 각각 고소를 당한 것.
박보영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장백은 6일 “서울중앙지검에 현 소속사 휴메인 엔터테인먼트(이하 휴메인)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확인 청구소송을 냈다”며 “소송에 이르기 전에 소속사와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거짓해명과 계약해지의 불인정, 향후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보영 측은 또 “연기자는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라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며 배우로서 이미지 실추를 감수하고라도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소속사의 대표가 박보영 명의의 전속계약서와 위임장을 위조하고 도장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도 있어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죄’로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휴메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휴메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대한 의사를 존중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본인이 소속사의 돈벌이 수단이었다니, 소속사에서 일방적으로 박보영을 이용해 갈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불쾌하다”며 “박보영 측에서는 전속계약이 해지됐음을 주장하고 있으나, 박보영의 법적 대리인 측과 휴메인과는 내용증명을 주고받았을 뿐, 법적으로 명확하게 해지되었던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얼음의 소리>, 영화제작사 보템 측의 고소 건, 사문서 위조 건 등에 대해 “배우와 매니저가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오해가 쌓일 수도 있고, 이런 저런 사건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그동안 혼신을 다해 일해 왔던 회사 전체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계에 불어닥친 소송 바람의 원인은 무엇보다 ‘돈’에서 찾아진다. 연예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이권 다툼과 갈등도 커졌기 때문이다.
소송 원인은 대부분 ‘돈’
‘돈’ 쫓아 기획사 옮겨
모 연예기획사 대표 H씨는 “특히 3~4년전부터 본격화된 연예기획사들의 인수 합병과 코스닥 우회상장 열풍은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운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고자 한 반면, 기획사를 옮겨다니며 수시로 계약금을 챙기는 얌체 연예인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몸값은 종전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을 치르고도 남는다.
심지어 일부 연예 기획사나 영화 또는 드라마 제작사는 위약금 이상의 몸값을 제시하며 스타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의 법적 구속력은 무의미한 휴지조각이 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약 당사자간의 감정 싸움은 추악하기 그지없이 펼쳐져 연예계의 구조적 후진성을 드러낸다. 사소한 부분에 대한 흠집 잡기부터 사생활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상품성 손상, 신뢰도 추락, 생명력 단축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된다.
스타 상품성·수입규모 커지면서 발생
악덕기획사들 배우 궁지 모는 사례도
H씨는 “몇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일에 대한 지원이나 신뢰보다는 돈을 쫓아 기획사를 찾는 풍조가 당연시되고 있다”며 “기획사들 역시 정상적인 이익 창출보다 수익을 외부 자금 유치에서 찾다보니 서로 상대를 이용하려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연예인은 기획사를 옮겨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 때부터 모습을 보아온 원제작자에게는 하기 싫은 스케줄을 빼 달라거나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 등이 쉽지 않으나 스타급에 올라 거처를 옮기면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다.
H씨는 “소위 ‘떴다하는 연예인’들은 신인시절 본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오면 ‘내가 저길 나가야 돼’하는 식으로 말하며 매니저와 싸우는 경우가 잦아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며 “이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소속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예산업의 특성상 활동에 쓰인 비용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연예인과 기획사간 수익을 둘러싼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약 초기부터 법적 자문을 구하는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예인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L 변호사는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 전속계약을 위한 계약서 양식이 많이 보급되고, 수익구조나 회계 등에 있어서도 사전 법적 검토를 의뢰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등 연예산업 풍토개선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연예산업 풍토개선이 우선
“신뢰가 바탕이 돼”
H씨는 “아무리 처음부터 법적 검토를 하더라도 연예산업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근본 신뢰 관계가 깨진다면 법적 장치가 있더라도 일을 더불어 해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 바닥의 관행을 사전에 연예인에게 충분히 숙지 시켜주고, 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상호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경영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