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동화약품 리베이트 백태

회사 어려워도 ‘뒷돈 팍팍’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내 최장수 제약사로 ‘부채표’, 특히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 시행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경영을 외치던 100년 전통기업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 7일,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 923명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동화약품 법인과 영업본부장 이모(49)씨, 동화약품의 의뢰를 받아 리베이트 제공 업무를 대행한 영업대행업자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10년 초부터 2011년 중순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1회에 5만원에서 1100만원까지 총 4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용은 소비자 부담
 
나머지 10억여원 상당의 리베이트는 신규로 자사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에게 건네는 ▲랜딩비(landing) ▲처방유지·증대를 위한 선후지원금 ▲회사 영업사원을 통해 병의원 의사에게 현금·상품권 제공 등 고전적인 방법이 이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시장조사를 빙자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그 대가로 의사들에게 뒷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사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계약한 대행사 3곳에 통해 병의원 의사들에게 설문지를 제공하고 설문 참가비 명목으로 300만∼3000만원씩 제공했다.
 
동화약품 영업본부는 사전에 리베이트를 건넬 의사와 제품별 리베이트 금액이 적힌 명단을 대행사에 전달했다. 대행사는 영업사원들을 명단에 적힌 의사들에게 보내 형식적으로 설문조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일정 규모 이상 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사들에게 명품 지갑을 선물했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의사에게는 월세 40만원을 대납해주기도 했다. 일부 영업사원은 고가의 골프채나 TV선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판촉 대상 제품은 일반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대중매체 광고가 불가능한 전문의약품(ETC)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금품을 받은 혐의가 확인된 병의원만 전국 923곳에 달한다.
 
사상 최고액 50억원 의사들에 제공
명품 선물에 월세 대납…923명 관리
 
검찰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가운데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155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해외로 출국한 3명은 기소 중지했다. 또한 기소된 동화약품과 의사를 포함해 300만원 미만 리베이트를 받은 나머지 의사 모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업무정지와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또 현행법상 ‘2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인 리베이트 제공 및 수수자에 대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진행됐다. 적발된 5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는 처벌 법규가 처음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월 적발된 동아제약의 48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전국 병의원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화약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98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동화약품은 대행사가 알아서 불법 리베이트를 줬다고 발뺌하고자 이들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매출이 연간 800억∼900억원 수준으로 리베이트 비용이 들어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검찰에서 통보한 리베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대상자 행정처분과 관련 의약품의 상한금액 인하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의 경우 위반 시점과 수수액, 법원 판결 결과 등에 따라 자격정리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아울러 유통질서 문란행위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부당금액에 따라 약제 상한금액이 최대 20% 인하된다.
 

설문지 O표에 300만원
몇자 적으면 3000만원
 
지난 7월부터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번 이상 적발되면 급여목록에서 영구퇴출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됐는데 이번 사건은 그 전인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투아웃제의 적용을 받지는 않았다.
 
사실 동화약품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태다. 앞서 정장제 시장으로도 한 번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동화약품은 프랑스 락테올사의 원료 변경 사실을 알고도 지난 8년간 의도적으로 숨기고 락테올을 제조·판매하다 식약처로부터 잠정판매중단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락테올캡슐 및 제네릭의약품 등 46개 유산균제제를 판매 중단시켰는데, 이 제품들은 국내에서 1988년 최초 허가된 균종과 이후 제조된 제품의 균종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따라 시장 1위를 고수하던 정장제 락테올이 판매금지됐다.
 
 
동화약품은 대체 정장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번에 46개 품목이 판매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상당했다. 여기에 리베이트 문제까지 불거져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단순히 동화약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련 업계에는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는 관행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일 줄…
 
제약업계 리베이트에는 꼼수가 난무한다. 법의 테두리를 피해 음성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조사 대상을 대행사로 확대하자 업계와 상관없는 회사와의 거래를 통하기도 한다. 경영진의 지인을 동원해 불법 사례금을 건네는 창구를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영업직원 가족과 친구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들의 카드로 고가의 접대 물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학회나 재단을 만들고 회의비와 저술료, 강연료 명목을 부담하는 방식은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부담은 소비자가 그대로 껴안게 되는 현실이다. 제약계의 자성이 요구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약사 리베이트 잔혹사
 
동화약품 이전에 가장 많은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제약사는 동아제약(현 동아 ST)으로 48억원이었다. 지난 2012년 동아제약은 의사들에게 동영상 강의를 부탁한 뒤 이를 빌미로 리베이트를 했다. 당시 동아제약의 동영상 강의 리베이트는 1심에 이어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동아제약에는 벌금 3000만원, 임직원 4명 징역 1년6개월부터 2년, 집행유예 1년부터 3년의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해 10월 대웅제약은 자사 의약품 위주의 처방을 대가로 의료기관 홈페이지 구축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로 리베이트를 했다. 대웅제약은 홈페이지 구축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또한 CJ제약사업부는 의사 수백명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경찰 수사망에 걸리기도 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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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