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①정윤회vs조응천 진실게임

MB? 김기춘? 친박의원? “셋중 한명 작품”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간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정윤회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를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충격적이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진실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이른바 ‘정윤회 감찰 문건’을 바탕으로 한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다’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이후 문건의 작성부터 시작해 유출까지 사사건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충돌하고 있다.

‘정윤회를 정점으로 하는 비선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로 요약되는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정권 말기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이제 집권 2년 차에 불과한 박근혜정부 청와대 공식 문서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정윤회 vs 조응천’의 진실게임 쟁점 세 가지를 <일요시사>가 정리했다.

쟁점1.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문고리 권력 3인방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안팎에 포진한 십상시 10인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2회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정씨에게 청와대 내부 동향, 국정 동향을 보고했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왕의 눈을 멀게 하고 전횡을 일삼아 나라를 망치게 한 10명의 환관을 일컫는 말로, 지난 1월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행정관)이 정씨를 따르는 10인의 청와대 안팎 인사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동에서는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청와대 2인자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 시점 등 정부 고위공직자의 기용이나 퇴진,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씨는 잇단 총리 후보자 지명 실패로 ‘비선 인사’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고리 권력 3인방과의 접촉설에 대해 “접촉이 없다. 인간적으로 이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게 도리인데, 섭섭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총무비서관도 비슷한 시기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정씨를 최근에 만난 적 없다. 2003년인가 2004년에 만난 적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일보>를 통해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도 정씨는 “사실무근”이라며 문건을 보도한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 문건 놓고…누가 거짓말?
유출경로 두고도 온갖 억측 난무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작문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문건이 맞을 가능성이 60~70%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4월11일 퇴근길에 이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며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총무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폭로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고리 권력의 인사 개입’에 대해서도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제2부속실에서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진 적이 있고, 더 기가 막힌 것은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고도 밝혔다.

결국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조 전 비서관은 일주일도 채 안 돼 갑자기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당시 그의 사퇴에 대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설명은 “조 비서관이 인생의 다른 길을 걷기 원해 사표를 제출했다”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그 다음 주 화요일(4월15일) 홍경식 민정수석이 갑자기 불러 ‘그동안 수고했다’며 그만두라고 했다”고 자신의 사퇴가 정씨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 전 비서관 사퇴에 앞서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 경정은 문건이 보고된 지난 2월 일선 경찰서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에 대해 박 경정은 지난 3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은 게 맞다”고 시인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가 나온 직후 정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이 총무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또 안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도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정씨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며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입장을 번복해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은 “공직비서관실이 루머를 모아 사실로 보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비서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마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비대위원의 주장에는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대다수 인사들도 공감대를 표하고 있다.

쟁점2. 문건 유출은 누가?

문건이 유출된 경로를 놓고도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정씨는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하고 있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가는 과정에서 문건이 유출됐다는 얘기다.

정씨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의 배후로 민정수석실을 지목한 것이다.
 

청와대의 주장도 정씨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4월 <세계일보>가 공직기강비서실 문건을 근거로 청와대 행정관의 금품수수 등의 혐의가 적발돼 퇴출됐다는 보도를 했을 때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여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문건의 유출도 사실상 박 경정의 범행이라고 잠정 경론을 내린 상태에서 외형상으로는 검찰 수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경정은 수차례 언론을 통해 “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경정이 올해 초 청와대 근무 당시 상관인 조 전 비서관에게 정윤회 문건을 다른 사람들이 들고 다닌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도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보고서가 지난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갔다”며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보고서 유출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아마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을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의혹
‘제3자’ 특정인 배후설 부상

박 경정과 상관없는 제3자가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크게 3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첫째, MB배후설이다.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로 코너에 몰린 MB가 이슈 전환을 위해 ‘정윤회 카드’를 꺼냈다는 것. 실제로 4자방 국정조사 등의 주장이 이슈에서 사라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침묵을 지켜온 친이(친이명박)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세계일보>를 고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대리하고 있는 손교명 변호사가 이명박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쳐,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낸 친이계 인사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둘째, 김기춘 배후설이다. 김 실장이 정씨와 박지만 EG회장 사이에 싸움을 붙여 막후 권력싸움에서 어부지리를 취하려 했다는 것. 실제로 이번 문건 파동은 ‘정윤회 vs 박지만 권력암투’의 결과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친박계 핵심 인사였던 A의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서는 과정에서 문건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쟁점3. 박지만 미행설 진실은?

이번 문건 파문으로 지난 3월 <시사저널>의 정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시사저널>은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박 회장의 미행을 사주했던 사람이 정씨라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수상한 오토바이 한 대가 자신의 승용차를 미행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왜 나를 미행하느냐’고 추궁했고, 오토바이 기사로부터 ‘정씨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

박 회장은 자술서를 받아낸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통보해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즉 정씨에 대한 감찰 문건이 만들어진 배경이 정씨의 박 회장 미행이었다는 것. 당시 <시사저널>은 정씨와 가까운 문고리 권력 3인방과 박 회장이 갈등을 빚으며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며 “박 회장을 찾아가 미행한 사람의 자술서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박 회장이 ‘주겠다’고 했다가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에서 이 부분이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십상시’ 멤버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감찰 문건’이 정국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한 가운데 문건에 담긴 정씨를 따르는 십상시 면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십상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한 핵심 실무그룹을 칭하는 것으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대거 청와대로 입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십상시 멤버로 거론되는 인사는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외에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청와대 인사들이 멤버가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고소인은 3인방 외에 김춘식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이창근 제2부속실 행정관, 음종환 홍보수석실 행정관, 신동철 정무수석실 비서관,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등 8명이다.

이들 외에 청와대 외부 인사로 여당 실세 A의원의 J보좌관, B장관의 J정책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십상시로 거론되는 인물을 잠정적으로 고발(공무상 비밀누설·직권남용 혐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또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