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 로리 매킬로이, 왜?

헌 우즈는 가라~ 새 골프황제 납신다

 무서운 상승세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로리 매킬로이의 ‘파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매킬로이는 몰락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대체할 ‘신 골프황제’로서 위용을 점차 꽃피우고 있는 것. 매킬로이는 우즈에 버금가는 확실한 흥행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프용품업계, 매킬로이시대 대환영
새로운 황제의 우승 비결 “결별 덕분”

스폰서·초청료 등으로 상금 6배 수확
세계랭킹 1위의 날씨 따른 모자 선택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든든한 후원자인 방송사들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그동안 타이거 우즈(39·미국)에 목을 매다시피 했다. ‘흥행 보증수표’였던 우즈의 활약에 따라 방송사의 희비는 엇갈려왔다. 그러나 이번 PGA챔피언십에서는 달랐다. 미국의 CBS방송은 우즈가 첫 탈락함에 따라 깊은 시름에 빠졌다가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의 우승 덕에 ‘대박’을 터뜨렸다.

‘대박’터뜨린
미국 CBS방송

최근 CBS는 전날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PGA챔피언십 4라운드 경기 시청률이 제이슨 더프너(37·미국)가 지난해 우승할 때 기록한 4.4%보다 36% 증가한 6.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챔피언조에서 양용은(42·KB금융그룹)이 우즈를 꺾고 우승했을 때 9.2%를 기록한 이래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필 미켈슨(44)과 리키 파울러(25·이상 미국)가 매킬로이와 막판까지 팽팽한 우승 경쟁을 펼친 데다, 매킬로이가 우즈에 버금가는 화끈한 골프를 구사한 게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불러 모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즈가 빠지면 흥행이 안된다’는 공식을 깨면서 매킬로이 체제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매킬로이의 ‘롱런’ 여부도 관심사다. 메이저 18승을 올린 잭 니클라우스(74·미국)는 “앞으로 메이저대회에서 15~20승을 기록할 비상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며 매킬로이를 극찬했다.
실제 최근 한달 동안 보여준 매킬로이의 경기력과 무서운 상승세를 놓고 볼 때 당분간 독주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매킬로이는 3개 대회 우승상금으로만 500만달러에 육박하는 거금을 벌었고, PGA투어와 유럽골프투어의 정규시즌 상금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연말 올해의 선수상 등 각종 시상식도 휩쓸 것으로 보인다.
매킬로이 상승세의 원동력은 공교롭게도 우즈와 상반된 행동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2009년 말 불륜스캔들과 이혼파동을 겪은 우즈는 지난해 가까스로 재기했지만 올해엔 부상으로 다시 몰락했다.
2012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매킬로이 역시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덴마크)와 사귀면서 2013년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올 초 약혼과 결혼 발표까지 했지만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매킬로이는 지난 6월 스코틀랜드 오픈 직전 파혼을 발표하면서 골프에만 전념할 뜻을 밝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일방적인 파혼으로 주위의 비난을 샀지만 매킬로이는 스코티시오픈 우승에 이어 브리티시오픈 제패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과 PGA챔피언십까지 내리 우승하면서 골프선수로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한편 골프용품업계도 매킬로이시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즈의 부진과 함께 골프업계에도 불황이 닥쳐왔다. 스포츠용품사인 딕스는 최근 500명의 프로선수를 해고했고, 아디다스골프 역시 지난 7월 올해 예상 매출액이 18%가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나이키 역시 불황 속에 매출은 늘지 않았지만 지난해 계약한 매킬로이의 최근 상승세로 올해 매출은 지난해 매출(7억9200만달러)과 엇비슷한 7억890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의 우승비결은 무엇일까.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최근 매킬로이가 특별한 우승비결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다름 아닌 연인이었던 테니스 스타 캐롤린 워즈니아키와의 최근 결별이 도움됐다는 것.
매킬로이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 골프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할애할 수 있었다. 더 할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골프코스에 가거나 체육관에 가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면서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 매킬로이는 결별의 아픔을 훈련으로 승화시켰던 셈이다.
그는 “난 정말 지난 몇 달 동안 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훈련했다. 경기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랬더니 훨씬 기량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계속했다. 난 항상 스피드와 파워는 좋았지만 스윙의 안정감이나 체력이 떨어졌다. 지난 8주 동안 근육량을 3kg 늘렸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 훨씬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까지는 당분간 그의 전성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올 시즌 디오픈에서 우승한 매킬로이는 상금으로 97만5000파운드를 받았다. 우리 돈으로 17억원이나 되는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SB네이션>은 “메이저 우승은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디오픈 우승자인 필 미켈슨보다 더 많은 돈을 코스 밖에서 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디오픈 우승자인 필 미켈슨은 소속사인 캘러웨이에서 100만달러(약 10억2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세계랭킹 1위 애덤 스콧(34·호주)은 광고 계약 등으로 약 300만달러(약 30억8000만원)의 추가수입을 올렸다. 2003년 US오픈 우승자인 짐 퓨릭(44·미국)의 에이전트인 앤드루 위틀립은 “메이저 우승은 횡재나 다름없다. 우승하는 순간 선수들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초청료도 껑충 뛴다”고 했다.
매킬로이도 예외가 아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상금(260만달러·약 26억7000만원)과 스폰서 수입(1800만달러·약 185억원) 등으로 골프선수 가운데 수입 6위(2060만달러·약 211억원)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잭 니클라우스(당시 23세), 타이거 우즈(당시 24세)에 이어 세 번째로 25세 이전에 메이저 3승을 거두면서 위상이 달라지게 됐다. 주요 외신들은 “매킬로이는 우즈의 시대가 가고 자신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입증했다”라고 평했다.
매킬로이는 수입 면에서도 우즈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지난해 PGA투어 5승을 거두면서 상금으로만 1209만달러(약 124억원)를 벌었다. 코스 밖에서는 스폰서와 초청료 등으로 상금의 6배에 달하는 7100만달러(약 729억원)를 벌어 수입 1위(8309만달러·약 853억원)를 차지했다.

여친보단 골프
탁월한 선택

아들의 우승으로 아버지 개리 매킬로이도 잭팟의 주인공이 됐다. 개리는 지난 2004년에 아들이 26세 전에 디오픈에서 우승(500대1의 배당률)한다는데 200파운드(약 35만원)를 걸었다. 2005년에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아들이 2015년(250대1)과 50세 이전(150대1)에 디오픈에서 우승한다는 데 400파운드(약 70만원)를 베팅했다. 낮에는 바텐더로, 밤에는 청소를 했던 그에게는 매우 큰돈이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그는 베팅금액의 300배에 달하는 18만파운드(약 3억1500만원)의 로또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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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