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대기업 이색사업 백태

불황이라…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은 저마다 주력사업을 갖고 있다. 계열사의 성격도 이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이색사업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무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다소 쌩뚱 맞은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하이트진로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서영이앤티가 올해 들어 주력 영위업종인 술 사업과 전혀 무관한 키즈사업에 발을 들였다. 술과 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뒷말이 무성하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마이너스 실적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급감한 매출을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아리송한 계열사
같은 식구 맞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캐릭터 사업과 키즈카페 및 테마타크 운영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하는 ‘딸기가 좋아’를 인수했다. 현재 지점을 10여개로 늘리는 등 키즈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서영이앤티는 생맥주를 시원하게 만드는 냉각기계와 호프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캔 모양의 생맥주통, 생맥주를 따르는 생맥주 밸브 등 생맥주 관련 기자재의 제조·판매가 주력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줄곧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산균 발효유 전문업체로 야쿠르트, 우유, 음료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로봇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을 내년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500억원을 투자해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 큐렉소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 유상증자에 3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헬스케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큐렉소의 로보닥 제작과 연구는 미국 내 자회사인 씽크써지컬(Think Surgical, Inc/이하TSI)가 맡고 있으며 본사는 국내 영업을 포함해 총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수술분야는 인공관절 치환술로 무릎(슬관절)과 엉덩이(고관절) 뼈가 대상이다. 현재 큐렉소는 고관절 치환술에대해서는 FDA 승인을 받았으며 슬관절 치환술은 임상을 통해 내년께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존 구형 로보닥은 유럽 인증을 통해 독일과 국내, 일본에 공급되고 있다.
 
 
로보닥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면 뼈를 깎는 과정에서 정확도가 높아져 기존 수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술오차와 재수술률을 낮추며 수술 후 예후가 좋다. 망가진 연골을 인공관절로 대체하기 위해 잘라내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톱을 사용하지만 로봇은 밀링(milling) 방식으로 깎아 정확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일부 전문의들은 임상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를 인수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생산 체계도 갖췄다. 이전에는 전량을 미국에서 생산했지만 현대중공업이 로봇본체와 제어기 등 핵심장치 국내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았다. 2007년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판매량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맥주회사가 키즈사업
음료회사가 로봇사업
 
문제는 20억원을 투자해 장비를 구입하고도 수익을 더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보건당국이 수술로봇에 드는 추가비용을 인정하지 않아 의사 손으로 수술을 했을 때와 같은 비용을 받는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건당 평균 1000만원의 수술비를 환자로부터 받는 ‘다빈치’와는 다른 점이다. 다빈치는 2005년 허가받아 유통되기 시작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복강경 수술로봇이다. 전세계적으로 1200여대 가까이 보급됐다. 한국야쿠르트의 로봇사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큐렉소는 핵심 자회사인 TSI에 64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큐렉소 인수 이후 로보닥사업에 15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며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큐렉소의 최대주주는 36.98%를 가진 한국야쿠르트이며, 큐렉소는 TSI 지분 48.6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 상으로는 TSI는 큐렉소의 자회사이지만 실제 수술로봇사업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TSI에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수술로봇사업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큐렉소는 2011년 71억원, 2012년 142억원, 2013년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부분 로봇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TSI는 올 상반기에 3억3000만원의 매출과 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적자가 계속되자 로봇 관련 사업 외에도 한국야쿠르트와 팔도에 발효유 원재료를 공급하는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는 매출액의 약 90%가 무역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술 로봇분야의 초기 시장 개척에 있어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악화…
때 기다린다?
 
담배 및 인삼에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는 민영기업인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을 인수했다. 같은 해 자회사 KGC라이프앤진은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 ‘동인비’를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3년에는 ‘오늘(onl)’이라는 브랜드숍 시장에 내놨으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4월과 6월에만 신촌점과 명동 1호점을 정리했다. 대표 상관에서 매장을 철수한 것은 부진을 방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소망화장품은 KT&G가 인수한 지난 2011년 이후 실적흐름이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26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은 26억원 규모였지만 간신히 손실을 면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KT&G가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던 시점과 비교했을 때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2011년 매출규모는 1198억원으로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큰 52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11억원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재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주력업과 동떨어진 신사업 왜?
도전장 냈지만…깊어지는 한숨

 
KT&G는 소망화장품을 인수하며 사업확장을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인 화장품사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중이며 브랜드 구축 실패로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아직 인수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하지만 KT&G가 인수 이후 소망화장품에 대한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망화장품을 인수한 지난 2011년 말부터 최근까지 KT&G가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려 내부 상황을 수습하기도 바쁜 탓이다. 주력사업인 담배와 홍삼사업이 부진을 겪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CEO 재임 논란에 이어 배임 혐의까지 잡음이 많았다.
 
국내 페인트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KCC는 최근 화장품용 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다. KCC는 이를 위해 영국의 실리콘 업체 바질돈(Basildon)을 인수했다. 이어 ‘KCC뷰티’라는 브랜드까지 선보이는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KCC가 만드는 화장품용 실리콘은 ‘순수한 실리콘’ 성분으로 구성된 크로스폴리머 블랜드 제품에서부터 주름과 모공 개선, 피지 흡수 등 특수효과를 내는 크로스폴리머 파우더 제품군까지 다양하다. 이들 제품은 모든 화장품에 들어간다. 샴푸, 로션, 에센스, 페이스파우더, 립스틱, 선크림 등. KCC측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유니레버 등 국내외 유수 화장품 업체들에 납품하며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결고리 희미
성과도 마찬가지
 
국내 3위권 페인트 업체인 삼화페인트공업도 주력인 페인트 사업 외에 IT솔루션 관련 서비스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의 기획부터 개발, 구축,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산업은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이러한 시장에서 삼화페인트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등 첨단 IT시장이다. 이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증대됨에 따라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페인트 전문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페인트 업계는 수년째 업체별 시장점유율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야만 실적이 오른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뮤직을 인수했다. 그러나 영창악기는 4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모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영창뮤직은 지난해 11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의 영향과 더불어 영창뮤직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진출 법인의 실적도 최근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 없으면
살아남지 못해
 
수년간의 적자로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자 영창뮤직은 모기업에 SOS를 날려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영창개발을 인수한 뒤 2012년 50억원대 유상증자로 긴급 자금을 수혈한 뒤 2년 연속 75억원대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창뮤직은 실적 개선을 위해 유통망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영창뮤직은 지난 3년간 64억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과 별도로 다양한 분야에 신사업의 씨앗을 심고 있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사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리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신사업 주의보
‘7가지 바이러스’ 보니…
 
지난달 21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보고서에서 “지난 4∼5년간 거의 모든 대기업이 녹색사업을 위시한 정부의 신성장 동력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중도에 사업을 접거나 유보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사업 발굴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장애물로 ‘레밍스 바이러스’와 ‘집단사고 바이러스’를 들었다.
 
레밍스는 북유럽에 서식하는 나그네 쥐로, 개체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레밍스 바이러스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신사업분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오류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집단사고 바이러스는 조직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의견일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채택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기획 단계에서는 성공을 확신해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자기확증 바이러스, “오늘은 잃었으니 내일은 따겠지”라는 기대감에 여러 사업을 벌이는 갬블러 바이러스, 정교한 사업모델과 마케팅 전략이 없어도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좋은 쥐덫’ 바이러스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지적됐다.
 
사업성이 없는데도 그동안 공들인 노력이 아깝거나 주위의 비난이 두려워 제때 중단하지 못하는 ‘흰 코끼리’(처치 곤란한 물건) 바이러스와 시장 상황이 변했는데도 계획대로만 밀고 나가는 돈키호테 바이러스가 실행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웅진과 STX그룹의 몰락은 단기간에 초고속으로 신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관리 범위와 역량을 넘어선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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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