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메이저리그 가는 김광현

“현진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을 두고 말이 많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도입 이후 세 번 째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게 된 그는 기대보다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불구하고 미국행을 결정했다. 곧 연봉협상을 마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평가의 굴욕을 피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돈 보다 꿈’을 외쳤지만 야구계 안팎의 평가는 냉랭하다.

 
올해 프로야구 오픈시즌에 MLB 진출을 노리던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이 구단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달러(약 22억원)의 응찰액을 받아냈다. 김광현은 시즌 시작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한다고 밝혔다. 스카우트들을 몰고다닌 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쩐이냐 꿈이냐
아메리카 드림
 
그러나 200만달러의 응찰액은 김광현이나 구단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선수의 강력한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던 SK 구단은 포스팅시스템 수용을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의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어느 팀이라도 김광현보다 낮은 수준의 응찰액을 제시받고 심각한 전력 누출을 감수하며 에이스를 내보내기는 어려웠다.
 
앞서 지난 10월29일 SK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시즌 김광현의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SK는 프로 데뷔 후 7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김광현을 국위선양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MLB리그 진출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김광현에 대해 긍정적 기류는 일찍이 감돌았다. 김광현을 선발로 보는 팀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포스팅시스템 절차가 마지막 카운트를 기다렸다. 지난달 6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MLB 사무국이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시스템 공시를 했다고 확인했다. MLB 사무국은 김광현에게 관심이 있는 구단 중 최고액을 써낸 팀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하고, 현 소속팀인 SK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팅 금액과 상관없이 일단 도전
‘돈보다 꿈’ 샌디에이고와 본격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 김광현은 공식기자회견에서 “돈 문제는 아니다. 꿈을 향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광현은 연봉이나 보직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포스팅시스템 금액만 잘 나오면 예상보다 연봉협상이 일찍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었다. 당시 김광현은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멜빈 로만을 협상 대리인으로 선임해 구체적인 사전 준비를 하기도 했다.
 
소속팀 SK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왕이면 김광현이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000만달러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는 게 SK의 판단이었다. 그 아래의 금액이라고 해도 헐값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해외진출을 승인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지 언론에서 김광현의 이름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좌완이라는 장점,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나이, 향후 성장 가능성 등 김광현의 가치를 높게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2년 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부터 받은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역대 최고액까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500만달러 이상의 수준이 될 것으로 양측은 기대했다. 이 때문에 SK와 김광현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심을 거듭했다.

포스팅시스템

세 번째 MLB행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지난달 12일 SK는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히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 최종 응찰액이 200만달러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스포츠매체 <폭스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인 켄 로젠덜에 따르면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에 나선 구단 중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200만달러(약 22억원)로 최고액을 써냈다.
 
당초 1000만달러까지 내다봤던 SK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금액이었지만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SK에 전달된 금액은 포스팅시스템에 응한 역대 한국선수가 받아든 응찰액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액수지만, SK와 김광현 측에서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의미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김광현의 계약이 성사되면 2009년 최향남(101달러·롯데 자이언츠→세인트루이스)과 류현진에 이어 세 번째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프로야구로 직행하는 선수로 기록된다. 아울러 김광현은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달러 이상의 포스팅시스템 금액을 받아낸 선수가 됐다.
 
김광현은 구단을 통해 “결과를 수용해주신 구단과 김용희 감독님을 비롯한 SK 와이번스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렸을 때 꿈꾸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기회를 잘 살려 실력으로 검증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신인 같은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숱하게 한국을 찾아간 미국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구원투수 요원 급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피치’만으로는 그 구위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미국에서 버텨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섰던 거 아니냐는 것이다. 힘과 세기를 겸비한 미국 야구에서 투-피치로 플레이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포스팅시스템 금액 200만달러는 김광현을 확실한 선발요원으로 결론 내렸다면 결코 나오기 힘든 숫자였다. 그런데 조금 애매한 것은 구원투수라는 전제하에 따지고 보면 200만달러가 아주 박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한·일 프로야구 포스팅 역사나 미국에서 형성되는 전체적인 구원투수 몸값을 놓고 볼 때 포스팅시스템 후 연봉계약까지 2~3년 총액이 최대 10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낮은 대우…헐값 논란
마이너 전전할라…야구계 우려
 
일례로 지난달 1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있는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이 익명의 단장을 인용해 그 단장이 직접 예상해 내놓은 매년 ‘적중확률 50% 이상’을 자랑하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톱50’의 계약을 살펴보면 구원투수 중 1위(전체 12위)에 오른 데이비드 로벗슨(양키스)의 몸값이 3년 4500만달러로 나타났다. 로벗슨은 올 FA시장에서 눈여겨볼 유일한 마무리투수라는 데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셋업맨 이하 구원투수로는 전체 18위에 오른 앤드루 밀러가 3년 2200만달러 선이다. 2014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를 오간 좌완 강속구투수(평균구속 93.9마일) 밀러의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2.02다. 무려 73경기를 뛰면서 62.1이닝 동안 솎아낸 탈삼진 수만 103개에 이른다.
 
랭킹이 내려갈수록 몸값은 점점 곤두박질친다. 랭킹 31위인 루키 그레거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1년 500만달러, 한때 최강의 클로저 중 하나였던 32위 라파엘 소리아노(워싱턴 내셔널스)가 1년 800만달러로 예측됐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됐던 팻 니쉑(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조차 1년 400만달러인 점을 볼 때 김광현의 몸값 총액 예상치는 나쁜 수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
한국야구 위상?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권하기에는 뭔가 석연치않다. 미국 스카우트들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겠지만 한국프로야구는 어느 정도 내상을 입었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다소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은 ‘나쁜 선례’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국선수 ‘후려치기’ 러시가 들어올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포스팅을 받아들인 샌디에고가 취할 연봉협상 태도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샌디에고 유력 일간지인 <유니온-트리뷴>에서는 “김광현에게 제시한 200만달러조차 상상 지출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MLB의 생리다. 쓸만한 선수라고 판단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을 껴서라도 선수를 데려온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걱정해야할 우려가 적지 않다.
 
 
김광현에게 던져진 200만달러의 조건은 추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대로 된 연봉이나 받으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타 선수를 위한 옵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MLB에서 고생만 하다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좋은 조건으로 MLB에 입성했다가 마이너리그를 돌았던 이가와 게이(오릭스 버펄로스)의 사례를 기억해할 것으로 보인다.
 
일로노이주 시카고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자회사인 <시카고 나우>는 “KBO의 스타 김광현이 좋은 시즌을 보낸 뒤 포스팅 될 예정”이라며 “그는 올 시즌 리그 탈삼진과 평균자책점(ERA)부문에서 ‘톱5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광현에게는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면서 “첫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지적했다.
 

이어 “그가 가진 스터프로 볼 때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과 두 번째 주무기 등이 모두 평균 수준으로 분석되고 때때로 컨트롤(투쿠제어)과 커맨드(경기운영)로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광현의 종합 프로필은 구원투수 아니면 빅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을 책임질 어깨 정도로 평가된다”면서 “이 수준이라면 컵스 자체 마이너리그 내에서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슷한 옵션(선택사항)이 많아 컵스는 포스팅 비용으로 거액을 쏟아 붓지 않는 선에서 김광현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빅리그 스터프를 지녔다. 명백하게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레벨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며 “만약 김광현이 시작 단계의 21살 유망주였다면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됐든 김광현은 MLB행을 선택했다.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으로 선발투수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고와 김광현 측은 내달 안에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저평가 논란
MLB 딜레마
 
2007년 김광현과 나란히 데뷔한 양현종은 구단의 만류로 국내에 남게됐다. 김광현 보다 약 50만달러 적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각자 소속 구단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제패하던 시절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으며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KIA타이거즈는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았다. 굳이 자존심을 구겨가며 열악한 연봉으로 고생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관문을 열고빅리그행 열풍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가만히 있으면 몇십억엔을 손에 쥘 수 있는 선수들이 100만달러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돈보다 꿈’이라는 외침 뒤에는 풍족한 일본 야구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가짐이 주효했다. 일본 선수가 현역으로 7∼9년 뛸 경우 남부럽지 않은 돈을 모으게 된다. 돈 걱정 없고, 설사 실패한다 해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깔려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야구 스타들은 포스팅시스템 또는 FA자격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일본 선수들의 움직임에 빅리그 구단들은 일본 야구시장을 ‘전략적 확보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국야구는 박찬호 이후 불었던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한풀 꺾였다. 사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그 방법이 달라졌다. 일단 프로리그에 뛰어든 뒤 국내 무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방식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 다르지만, FA광풍과 메이저리그행 이적료 사이에는 무시하지 못할 상관관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김광현은?]
 
▲서울 출생
▲안산공고 졸업
▲건국대 체육교육과 학사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경기도 안산시 스포츠 홍보대사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프로야구 올스타전 동군 대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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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