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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1일 06시47분

기업

<대박상품의 비밀> 없어서 못파는 해태 ‘허니버터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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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감자칩 성분 보니 ‘헐∼’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해태제과가 오랜만에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상의 과자라고 불리는 ‘허니버터칩’이 그 주인공이다.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태제과 공장 화재설, 의도적 마케팅설 등 온갖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허니버터칩에 들어가는 꿀과 버터 함유량을 두고 과대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카시아꿀과 고메버터 함유량이 0.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해테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 출시 100일을 앞두고 매출 50억원을 뛰어넘었다. 보통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신제품의 월 매출이 10억원만 넘겨도 히트상품으로 본다.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으로 그냥 히트도 아닌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것이다.

온갖 루머도

전국의 마트, 편의점 등에서 허니버터칩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전체 스낵 메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수급이 불안정해 일시적으로 제품 발주가 중단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어떤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을 한 사람당  한 개씩만 팔겠다는 곳도 있었다. 급기야 중고매매 사이트에서는 한 봉지에 1500원인 허니버터칩을 3배가 넘는 5000원에 구입하는 소비자들까지 나타났다.

공장을 풀로 가동해도 구매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해태는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원주 문막 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하고 주말에도 풀가동 중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허니버터칩이 화제로 떠올랐다. 허니버터칩 열풍에 덩달아 크라운제과 주가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10만원대였던 크라운제과 주가는 이달 들어 20만원대를 넘기며 파죽지세다. 이달 초에 비해 무려 40% 이상 급등했다. 크라운제과의 자회사인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인기가 순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괴소문도 돌았다. 공장에 불이 나서 허니버터칩 생산이 완전히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흘러 나왔다. 의도적으로 적게 생산해 품귀 마케팅을 유도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가 합작사인 일본 카루비(Calbee)의 ‘시아와세 버터(행복한 버터)’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만들어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현지화한 상품은 아니지만 아이디어의 근원은 일본 합작사의 제품인 것이다.

카루비는 버터, 치즈, 파슬리, 사워크림 등 4가지 맛을 기반으로 한 감자스낵 ‘행복한 버터’를 선보였다. 이 과자에는 감자와 식물성 기름, 우유 가공품, 당류, 소금, 버터 분말, 버터 밀크 파우더, 파슬리, 치즈 가루, 꿀 가루, 조미료, 향류, 감미료 등이 들어갔다. 봉지당 58g이다.

해태제과 측은 허니버터칩이 카루비의 행복한 버터가 원조라는 점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다른 장점을 강조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일본 카루비 제품은 시즌 한정 상품이었고, 그 과자에는 MSG가 들어갔다”면서 “허니버터칩에는 MSG를 넣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개발에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입소문 타고 불티 “가게마다 품귀현상”
달짝지근 맛은…꿀·버터 0.01%만 함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허니버터칩은 ‘환상의 과자’로 불린다. 이 과자가 성공한 것은 ‘감자칩은 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기 때문이다. 달콤함으로 편견을 깼다. 허니버터칩은 짠맛보다는 버터와 꿀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강조했다. 짭짤한 맛도 버리지 않았다. 단순히 짠맛이 아닌 허니버터칩에는 달콤함과 고소함, 짭짤한 맛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제품 포장에는 벌꿀 그림과 버터 그림을 넣어 말 그대로 아카시아 꿀과 프랑스 고메버터 맛이 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꿀과 버터의 함유랑은 100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대광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허니버터칩 원재료 및 함량표기에서 허니버터맛시즈닝은 6%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고메버터와 아카시아꿀은 함유량은 각각 0.0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백설탕, 결정과당, 버터혼합분말 등 유사한 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다. 허니버터칩 60g 한 봉지당 고메버터와 아카시아꿀은 0.36g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함유량을 보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허니버터칩은 “(허니버터를) 넣은 듯 넣지 않은 넣은 듯한 너”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꿀과 버터가 지나치게 적게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따지면 어니언 맛 감자칩도 실제 양파가 들어가는 게 아닌 어니언향만 들어간다”며 “다른 과자들처럼 우리도 포장에 꿀과 버터가 들어갔다는 점을 표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설탕 함유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0.01% 함유량에 대해 미량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카시아꿀과 버터가 들어간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회의적이다. 허니버터칩의 성공 여부를 단정 짓기 이르다는 시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기본 감자칩에서 벗어난 색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스테디셀러 과자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짝 인기를 누렸던 하얀 국물라면의 경우와 같다”고 설명했다.


하얀라면 닮은꼴?

이 관계자는 “다른 제과업체와 마트에서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카피상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2011년 팔도에서 하얀국물라면 꼬꼬면을 출시하고 다른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출혈경쟁이 이어졌던 것과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니버터칩이 '신화'가 될지 '거품'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태-크라운제과 무슨 관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에 크라운제과 주가가 치솟고 있다.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의 특수 관계 덕분이다.

해태제과는 1945년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빠졌고 부도가 났다. 1999년 채권단의 출자 전환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1년 CVC, JP모건, UBS캐피털 등 투자그룹이 결성한 UBS컨소시엄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경영을 정상화했다.

이후 2005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2007년 8월 안양공장을 매각하고, 이듬해 6월 (주)크라운스낵을 흡수합병했다. 2009년 3월 해태제과식품(주)과 영업망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해태제과의 최대주주는 (주)크라운제과다. 6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자의 장남 윤영달 회장이 크라운과 해태제과 모두 운영하고 있다.

해태제과와 특수 관계로 얽혀져 있어 크라운제과는 ‘허니버터칩’ 인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크라운제과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크라운제과 스스로 영업실적을 내지 못하고 ‘히트상품’ 이라는 가시적 흥행에 기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따라서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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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 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이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뿐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명(반 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선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 선거운동과 장내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명(반 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명(친 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친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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