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부실공사 떠넘기기 실태

주민 안전 나몰라 하는데 명품아파트?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힐스테이트가 시끄럽다. 명백한 불법인 전실을 제공한다고 허위 분양 광고를 낸 데 이어, 입주 2년 만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는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행동에 주민들의 불안은 깊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 30여년을 사용해 온 ‘현대아파트’ 간판 대신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들고 나왔다. 힐스테이트의 첫 작품은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파주힐스테이트1차’였다. 그해 5월 분양 당시 어려운 분양여건 가운데서도 일부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명품아파트답게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분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행사인 기창플러스가 3만3000여m²을 기부채납해 만들어진 당동 근린공원은 마치 숲속에 있는 아파트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경시설을 잘 갖췄다. 단지에서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와 산책로는 물론, 주차공간을 100% 지하화해 단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단지 안에 문고와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회의실 등 커뮤니티시설도 갖췄다.

인기 아파트
끔찍한 속사정

현재 신축 아파트에는 대부분 적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출동경비 시스템과 단지 내 차량출입통제 시스템도 적용됐다. 주방 천장에는 인공지능센서를 달아 실내 쾌적도를 유지시켜 주고 디지털 실별 온도제어 시스템이 설치됐다.

문제는 2010년 입주 후에 발생했다. 입주 후 2년차 초기시점부터 4년차 시점까지 발코니 샤시에 아주 미세한 점이 생기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넓어졌다. 백화 현상이 발생했고 일부 세대에서는 크랙 깨짐 현상도 나타났다.


백화현상은 샤시에 있는 유리사이의 공기 건조층이 훼손되면 발생한다. 시공상 마감처리 불량으로 인한 하자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샤시에는 복층유리가 사용되는 데, 판유리 두 개 사이에 습기 흡수제 역할을 하는 ‘스페이서-간봉’이라는 물질이 충진되어 있는 구조다. 스페이서-간봉은 제작 당시 유입된 공기의 습기를 제거하고 유리사이의 온도 완충역할을 한다.
 

백화현상은 원인제거를 해도 소용이 없고 샤시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비용은 샤시 유리 사이즈와 층고에 따라 다른데 고층의 경우 사다리차를 동원해야해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나올 수 있다.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피해 사례 접수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준, 총 631세대 중 관리사무소에 발코니 샤시 하자 자진신고를 한 세대는 42세대. 15%가 넘는 수치다. 입주민 70%가 세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코니 샤시 하자가 발생한 세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현대건설 측에 AS를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거절했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CS센터 강북사무소장이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보낸 ‘유리 하자 보수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현대건설은 “세대 외부샤시는 본 공사 당시 시행사인 기층플러스(주)에서 시공한 사항으로 현대건설 시공과는 무관하다”며 “아울러 공용부 복층유리 하자는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경과했다”고 답변했다.

10년 보증 샤시 두고
2년 보증 선택, 왜?

주민들은 반발했다.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현대건설 모델하우스 분양사무실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옵션 샤시 계약서를 작성했고, 옵션에 따른 추가 납입 대금 또한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납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파주힐스테이트1차의 분양계약서와 옵션계약서의 외관은 같았으며 예금주 명 또한 현대건설로 동일했다. 옵션 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이 받은 ‘옵션금 납부 안내문’에도 보낸 이는 ‘현대건설주식회사’로 명시되어 있었으며 발코니 옵션금과 마감재 옵션금 모두 현대건설의 국민은행 계좌로 납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하자 보수 책임기간에 대한 불만도 있다. 현대건설이 명품아파트를 자처했다면 품질보증이 2년밖에 안되는 H사의 샤시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파주힐스테이트1차 발코니 옵션 시공에 씌인 샤시는 H사의 샤시로 무상 AS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 반면 L사의 샤시는 최장 10년의 품질보증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샤시 업계 구조상 우리나라 샤시의 대표적 생산자인 L, K, H사는 합성 수지 바만 제작해서 판매하고 대리점에서 부자재 및 보강재를 이용해서 조립 후 시공사에서 시공을 담당한다. AS는 제품 자체 하자만 생산자가 책임지고 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공·조립상 하자는 각 대리점과 샤시 시공사에서 책임을 진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은 아파트 분양자에게 분양금과 별도로 옵션 계약에 의해 15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발코니 샤시 시공비용을 받고 시공하였고, 평소 광고처럼 항상 명품아파트를 자처한다면 상품광고나 사용만족도 등을 통해 대중에게 품질이 우수하고 대중 인지도가 높은 L사의 샤시 시공을 해야했다”며 “H사의 샤시를 선택해 하자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AS 책임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시행사에 고묘하게 책임을 떠 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불법 전실 제공한다고 허위 광고
공정위 시정명령에 “책임 없다” 버티기

주민들은 또 “샤시 품질보증기간 2년은 제품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을 때 해당되는 것으로 시공상문제는 AS가 아닌 ‘리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옵션 계약인 발코니 시공은 기창플러스에서 선정한 시행사 리앤미알파에서 담당한 것으로 현대건설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현대건설도 하자 보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하자 보수 요구를 받고 시행사인 기창플러스와 리앤미알파에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하자 보수 요청을 했는데 각사가 자금 사정과 품질보증기간 경과를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옵션계약에서 현대건설 명의로 대금 납입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대 별로 옵션 계약기간이 제각각이고 계좌도 다양해 편의상 현대건설이 납입을 받아 시공 완료 후 정상적으로 기창플러스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발코니 하자 AS의 책임을 현대건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정결정 때문이다.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민 일부는 지난 2012년 10월, 소보원에 현대건설의 허위 분양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한 분쟁신청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건설에 내린 시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2년 만에 샤시 백화·깨짐
피해 보상 ‘모르쇠’ 일관

현대건설은 파주힐스테이트1차를 분양하면서 아파트 전실이 공용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견본주택의 전실에 빌트인 가구를 설치, 전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해 지난 2010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해당 사실을 파주 힐스테이트 1차 정문 게시판에 공표할 것을 주문받았다.

현대건설은 2007년 4월27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인터넷 분양홈페이지 e-카탈로그를 통해 파주힐스테이트1차 아파트를 분양과고 하면서 ‘단위세대 전실 설치’의 제목 아래 ‘전세대 전실 설치, 공용공간과의 완충 및 수납공간 형성 가능’이라고 표현해 광고했다.
 


2007년 4월27일부터 2007년 10월23일까지는 견본주택에 평형별로 5.1∼7.0m² 넓이의 전실을 설치하고 내부에 수납가구를 배치해 전시했으며 2008년 10월7일부터 2008년 10월20일까지는 ‘무상 및 유상 옵션 서비스’ 행사를 실시하면서 전실입구에 인터폰을 설치해 수분양자들에게 전시했다.

전실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주거전용면적 부분과 주거공용면적 부분, 기타 공용면적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복도에 해당되는 전실은 주거공용면적으로 특정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특히 전실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는 등의 구조변경은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공동주택의 발코니 및 구조변경 업무처리 지침’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이며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피난시설에 해당되는 전실을 폐쇄·훼손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광고 속 전실에 수납장을 배치한 것은 공간활용의 예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실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조치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정조치취소 소송
현대건설 ‘패’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임종헌)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카달로그 광고가 아파트 주요 수요층인 장년층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입주자들은 광고와 달리 해당 전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을 지나치게 불이익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파주힐스테이츠1차 안내게시판에 공표해야 했다.

지난 2011년 10월4일부터 7일간 김창희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명의로 공표한 안내문에는 “저희 회사는 2007년 4월24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분양 홈페이지 e-카탈로그 견본 주택 등을 통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935번지 소재(파주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분양광고 하면서 주거용면적 부분인 전실을 개별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의 광고행위를 하여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에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현대건설의 전실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로 인해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이렇다.

먼저 전실 사용이 가능한줄 알았던 입주민 일부는 이미 현관문을 따로 설치해 전실을 전용공간으로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나올 경우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또한 전실을 사용하지 못한 세대들은 전실을 사용하고 있는 세대와 집 면적이 최대 3평가량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분양금을 내고 입주했다.

이에 주민들은 소보원에 분쟁 조정신청을 냈다. 현대건설은 분양을 담당했던 시행사 기창플러스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소보원은 현대건설 측에 “세대당 70만∼260만원을 배상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렸다.

소보원은 ▲파주힐스테이프1차 아파트 공급계약서상 아파트의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은 모두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점 ▲분양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이미지 광고와 상호가 사용된 점 ▲분양자들이 현대건설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토대로 “현대건설은 기창플러스와 함께 아파트의 사실상 공동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아파트를 신축했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건설에게도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분양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보원 손배 결정
현대건설 ‘무시’

현대건설은 소보원의 조정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다르게 소보원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민들과 현대건설은 손해배상을 주제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오랜 전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내놨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석수서 굴욕
‘엠코타운→힐스테이트’ 이름 바꿨지만 청약 미달

지난 9월부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굴욕을 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브랜드 사용 조건이 맞지 않아 해당 아파트는 ‘석수 엠코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모집공고를 냈다. 단일 사업장 규모가 300가구 미만이고, 공사금액도 500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거듭된 요구로 ‘석수 엠코타운’은 ‘힐스테이트 석수’로 간판을 바꿔달고 청약에 나섰다.

결과는 참패. 지난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4∼25일 힐스테이트 석수 1∼3 순위 청약 결과, 112가구 모집에 105명이 청약을 접수해 0.93대 1로 마감했다.

총 6개 주택형 중 84m²B∼84m²F까지 5개 주택형은 간신히 턱걸이 했지만 84m²A 주택형은 55가구 모집에 40명만 청약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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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