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부실공사 떠넘기기 실태

주민 안전 나몰라 하는데 명품아파트?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힐스테이트가 시끄럽다. 명백한 불법인 전실을 제공한다고 허위 분양 광고를 낸 데 이어, 입주 2년 만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는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행동에 주민들의 불안은 깊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 30여년을 사용해 온 ‘현대아파트’ 간판 대신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들고 나왔다. 힐스테이트의 첫 작품은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파주힐스테이트1차’였다. 그해 5월 분양 당시 어려운 분양여건 가운데서도 일부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명품아파트답게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분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행사인 기창플러스가 3만3000여m²을 기부채납해 만들어진 당동 근린공원은 마치 숲속에 있는 아파트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경시설을 잘 갖췄다. 단지에서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와 산책로는 물론, 주차공간을 100% 지하화해 단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단지 안에 문고와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회의실 등 커뮤니티시설도 갖췄다.

인기 아파트
끔찍한 속사정

현재 신축 아파트에는 대부분 적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출동경비 시스템과 단지 내 차량출입통제 시스템도 적용됐다. 주방 천장에는 인공지능센서를 달아 실내 쾌적도를 유지시켜 주고 디지털 실별 온도제어 시스템이 설치됐다.

문제는 2010년 입주 후에 발생했다. 입주 후 2년차 초기시점부터 4년차 시점까지 발코니 샤시에 아주 미세한 점이 생기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넓어졌다. 백화 현상이 발생했고 일부 세대에서는 크랙 깨짐 현상도 나타났다.


백화현상은 샤시에 있는 유리사이의 공기 건조층이 훼손되면 발생한다. 시공상 마감처리 불량으로 인한 하자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샤시에는 복층유리가 사용되는 데, 판유리 두 개 사이에 습기 흡수제 역할을 하는 ‘스페이서-간봉’이라는 물질이 충진되어 있는 구조다. 스페이서-간봉은 제작 당시 유입된 공기의 습기를 제거하고 유리사이의 온도 완충역할을 한다.
 

백화현상은 원인제거를 해도 소용이 없고 샤시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비용은 샤시 유리 사이즈와 층고에 따라 다른데 고층의 경우 사다리차를 동원해야해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나올 수 있다.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피해 사례 접수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준, 총 631세대 중 관리사무소에 발코니 샤시 하자 자진신고를 한 세대는 42세대. 15%가 넘는 수치다. 입주민 70%가 세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코니 샤시 하자가 발생한 세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현대건설 측에 AS를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거절했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CS센터 강북사무소장이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보낸 ‘유리 하자 보수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현대건설은 “세대 외부샤시는 본 공사 당시 시행사인 기층플러스(주)에서 시공한 사항으로 현대건설 시공과는 무관하다”며 “아울러 공용부 복층유리 하자는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경과했다”고 답변했다.

10년 보증 샤시 두고
2년 보증 선택, 왜?

주민들은 반발했다.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현대건설 모델하우스 분양사무실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옵션 샤시 계약서를 작성했고, 옵션에 따른 추가 납입 대금 또한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납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파주힐스테이트1차의 분양계약서와 옵션계약서의 외관은 같았으며 예금주 명 또한 현대건설로 동일했다. 옵션 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이 받은 ‘옵션금 납부 안내문’에도 보낸 이는 ‘현대건설주식회사’로 명시되어 있었으며 발코니 옵션금과 마감재 옵션금 모두 현대건설의 국민은행 계좌로 납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하자 보수 책임기간에 대한 불만도 있다. 현대건설이 명품아파트를 자처했다면 품질보증이 2년밖에 안되는 H사의 샤시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파주힐스테이트1차 발코니 옵션 시공에 씌인 샤시는 H사의 샤시로 무상 AS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 반면 L사의 샤시는 최장 10년의 품질보증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샤시 업계 구조상 우리나라 샤시의 대표적 생산자인 L, K, H사는 합성 수지 바만 제작해서 판매하고 대리점에서 부자재 및 보강재를 이용해서 조립 후 시공사에서 시공을 담당한다. AS는 제품 자체 하자만 생산자가 책임지고 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공·조립상 하자는 각 대리점과 샤시 시공사에서 책임을 진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은 아파트 분양자에게 분양금과 별도로 옵션 계약에 의해 15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발코니 샤시 시공비용을 받고 시공하였고, 평소 광고처럼 항상 명품아파트를 자처한다면 상품광고나 사용만족도 등을 통해 대중에게 품질이 우수하고 대중 인지도가 높은 L사의 샤시 시공을 해야했다”며 “H사의 샤시를 선택해 하자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AS 책임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시행사에 고묘하게 책임을 떠 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불법 전실 제공한다고 허위 광고
공정위 시정명령에 “책임 없다” 버티기

주민들은 또 “샤시 품질보증기간 2년은 제품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을 때 해당되는 것으로 시공상문제는 AS가 아닌 ‘리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옵션 계약인 발코니 시공은 기창플러스에서 선정한 시행사 리앤미알파에서 담당한 것으로 현대건설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현대건설도 하자 보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하자 보수 요구를 받고 시행사인 기창플러스와 리앤미알파에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하자 보수 요청을 했는데 각사가 자금 사정과 품질보증기간 경과를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옵션계약에서 현대건설 명의로 대금 납입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대 별로 옵션 계약기간이 제각각이고 계좌도 다양해 편의상 현대건설이 납입을 받아 시공 완료 후 정상적으로 기창플러스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발코니 하자 AS의 책임을 현대건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정결정 때문이다.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민 일부는 지난 2012년 10월, 소보원에 현대건설의 허위 분양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한 분쟁신청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건설에 내린 시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2년 만에 샤시 백화·깨짐
피해 보상 ‘모르쇠’ 일관

현대건설은 파주힐스테이트1차를 분양하면서 아파트 전실이 공용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견본주택의 전실에 빌트인 가구를 설치, 전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해 지난 2010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해당 사실을 파주 힐스테이트 1차 정문 게시판에 공표할 것을 주문받았다.

현대건설은 2007년 4월27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인터넷 분양홈페이지 e-카탈로그를 통해 파주힐스테이트1차 아파트를 분양과고 하면서 ‘단위세대 전실 설치’의 제목 아래 ‘전세대 전실 설치, 공용공간과의 완충 및 수납공간 형성 가능’이라고 표현해 광고했다.
 


2007년 4월27일부터 2007년 10월23일까지는 견본주택에 평형별로 5.1∼7.0m² 넓이의 전실을 설치하고 내부에 수납가구를 배치해 전시했으며 2008년 10월7일부터 2008년 10월20일까지는 ‘무상 및 유상 옵션 서비스’ 행사를 실시하면서 전실입구에 인터폰을 설치해 수분양자들에게 전시했다.

전실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주거전용면적 부분과 주거공용면적 부분, 기타 공용면적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복도에 해당되는 전실은 주거공용면적으로 특정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특히 전실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는 등의 구조변경은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공동주택의 발코니 및 구조변경 업무처리 지침’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이며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피난시설에 해당되는 전실을 폐쇄·훼손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광고 속 전실에 수납장을 배치한 것은 공간활용의 예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실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조치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정조치취소 소송
현대건설 ‘패’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임종헌)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카달로그 광고가 아파트 주요 수요층인 장년층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입주자들은 광고와 달리 해당 전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을 지나치게 불이익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파주힐스테이츠1차 안내게시판에 공표해야 했다.

지난 2011년 10월4일부터 7일간 김창희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명의로 공표한 안내문에는 “저희 회사는 2007년 4월24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분양 홈페이지 e-카탈로그 견본 주택 등을 통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935번지 소재(파주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분양광고 하면서 주거용면적 부분인 전실을 개별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의 광고행위를 하여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에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현대건설의 전실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로 인해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이렇다.

먼저 전실 사용이 가능한줄 알았던 입주민 일부는 이미 현관문을 따로 설치해 전실을 전용공간으로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나올 경우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또한 전실을 사용하지 못한 세대들은 전실을 사용하고 있는 세대와 집 면적이 최대 3평가량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분양금을 내고 입주했다.

이에 주민들은 소보원에 분쟁 조정신청을 냈다. 현대건설은 분양을 담당했던 시행사 기창플러스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소보원은 현대건설 측에 “세대당 70만∼260만원을 배상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렸다.

소보원은 ▲파주힐스테이프1차 아파트 공급계약서상 아파트의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은 모두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점 ▲분양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이미지 광고와 상호가 사용된 점 ▲분양자들이 현대건설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토대로 “현대건설은 기창플러스와 함께 아파트의 사실상 공동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아파트를 신축했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건설에게도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분양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보원 손배 결정
현대건설 ‘무시’

현대건설은 소보원의 조정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다르게 소보원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민들과 현대건설은 손해배상을 주제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오랜 전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내놨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석수서 굴욕
‘엠코타운→힐스테이트’ 이름 바꿨지만 청약 미달

지난 9월부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굴욕을 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브랜드 사용 조건이 맞지 않아 해당 아파트는 ‘석수 엠코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모집공고를 냈다. 단일 사업장 규모가 300가구 미만이고, 공사금액도 500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거듭된 요구로 ‘석수 엠코타운’은 ‘힐스테이트 석수’로 간판을 바꿔달고 청약에 나섰다.

결과는 참패. 지난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4∼25일 힐스테이트 석수 1∼3 순위 청약 결과, 112가구 모집에 105명이 청약을 접수해 0.93대 1로 마감했다.

총 6개 주택형 중 84m²B∼84m²F까지 5개 주택형은 간신히 턱걸이 했지만 84m²A 주택형은 55가구 모집에 40명만 청약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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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