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강남구청 ‘유흥업소 밀어주기’ 논란

돈 남아도나…세금으로 클럽 지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 강남구가 유명 유흥업소 10곳을 ‘명품건전클럽’으로 선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의료관광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이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업소를 위한 규제완화와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최초로 건전업소 육성에 팔을 걷어 부친 강남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구(구청장 신연희)가 지난달 26일 뉴힐탑 호텔에서 건전한 유흥문화 정착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명품건전클럽’ 현판식을 가졌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명품건전클럽’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K팝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외국여행의 피로감을 음악과 춤으로 풀 수 있도록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구청이 업소 홍보

앞서 강남구는 간담회 및 현장 점검을 통해 클럽형 유흥업소 15곳 중에 성매매 알선 행위 등이 없는 10곳을 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확대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 관광객 등이 이들 업소를 이용할 경우 업소개별 상품과 클럽데이 상품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범 업소는 ▲디엘루이, 더엔서(청담동) ▲신드롬(신사동) ▲뱅가드(삼성동) ▲디에이홀, 베이스(역삼동) ▲옥타곤, 아레나, 큐빅, 줄리아나(논현동) 등이다.

구에서는 이들 업소에 대한 관광안내 가이드북 등재, 클럽축제 홍보, 현판 보급 등 업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퇴폐형태의 유흥·단란주점이 쉽게 건전업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 규제완화와 경제적 지원을 위한 제도도 마련 중에 있다.
 


구는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유흥 업주와의 상생의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운영상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한편 젊은 외국인들의 클럽이용을 통해 기존의 클럽에 대한 퇴폐적인 이미지 탈피와 건전한 유흥문화를 정착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간다는 방침이다.

강남구는 퇴폐업소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지만, 명품클럽으로 운영을 원하는 경우 시설비 지원과 각종 홍보지원 등 건전업소 육성에 최대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업주들의 자구노력이 수반되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강남구가 계획하는 지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법 규제완화와 경제적 지원이다.

유명 10개 업소 ‘명품건전클럽’ 선정
가이드북 등재…경제지원 제도도 마련

강남구 위생과 관계자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우리나라 문화 때문인지 일반음식점에서도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불법이다. 단란주점의 경우, 객석 면적이 객식 면적의 1/2을 초과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반사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상업지역 내에서는 춤과 노래를 가능하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지원 부분에 대해서는 시설비를 들었다. “기존의 유흥업소가 명품건전클럽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실내 인테리어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이 중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지자체가 팔을 걷고 업소를 돕겠다는 것이다. 법 규제완화는 조례개정이 진행 중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기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 수 없다. 건의 사항만 있을 뿐, 확정된 사안은 없는 상태다.


강남구가 명품건전클럽을 선정해 발표한 것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건전한 클럽문화 조성이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강남구는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강남을 찾을 때 의료관광에 집중됐다”며 “강북의 홍대 앞이나 이태원 등지보다 클럽 방문 비율이 낮아 이를 육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광객 유치’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다. 명품건전클럽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

강남구는 지역 내 유흥업소 업주들의 추천을 받아 명품건전클럽을 지정했다. 즉 강남구의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업주들의 주관적인 자기추천 형식으로 대상이 선정된 것이다. 이렇듯 강남구는 민간사업장인 클럽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기 힘든 만큼 자율적으로 건전 영업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후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외국인 유치 효과?

명품건전클럽 소식을 접한 클럽 마니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명품건전클럽에 선정된 한 클럽의 마니아인 최모(25·여)씨는 “어떤 방향으로 건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건전해진다면 다른 클럽을 찾아야할 것 같다”고 우려 아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의 한 유명클럽에서 일하는 매니저 이모(27)씨는 “콜라텍도 아니고, 건전한 클럽이라는 말 자체가 웃긴다”며 명칭 자체의 모순을 꼬집기도 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물 나이트’의 추억

서울 강남 ‘밤 문화의 상징’이었던 리버사이드호텔 ‘물 나이트클럽’이 33년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는다. 서울 잠원동에 있는 리버사이드호텔은 1년여의 공사를 통해 최신 유행의 고급 라운지 바와 스테이크하우스로 탈바꿈했다.

물 나이트클럽 영업은 1981년 호텔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50여개의 룸을 갖춘 물 나이트클럽은 ‘물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일 밤 술에 취한 남녀로 북적였다. 당대 최고의 코디디언 이주일과 ‘가왕’ 조용필도 이곳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세월은 피할 수 없었다. 나이트 문화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면서 물 나이트클럽의 손님이 급격히 줄었고, 결국 요즘 유행하는 고품격 라운지 바와 스테이크하우스로 간판을 바꾸게 됐다.

리버사이드 호텔은 1995년 3월 부도를 맞은 이후 10년 넘게 경매에서 유찰되다가 2008년 현재 소유주인 가우플랜(구 하이브리드건설)에 넘어갔다. 호텔을 인수한 가우플랜은 당초 이 자리에 주상복합빌딩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 룸살롱, 웨딩숍 등을 운영하는 세입자들의 반발과 전 운영사와의 운영권을 둘러싼 송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면서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유권을 확보한 가우플랜은 지난 5년간 12∼13층의 풀살롱은 객실로, 터키탕이었던 3층은 스파 시설로, 카바레는 고급 중식당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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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