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단골 회장님, 누구?

역시 재벌…수십억 베팅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경매에 나온 나폴레옹 모자가 26억에 팔렸다. 당초 예상한 낙찰가 6억 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다. 모자를 손에 넣은 사람은 한국 닭고기 전문기업인 하림의 김흥국 회장. 그는 평소 나폴레옹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존경한다고 했다. 이 모자가 직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궁금해진다. 한때 이랜드 박성수 회장도 경매품 수집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그런데 회사 안팎의 견해는 조금 달랐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상징과 같은 이각 모자가 거액에 한국 식품업체 하림의 김흥국 회장에 낙찰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소는 이날 모나코 왕실이 소장해오다 경매에 내놓은 나폴레옹의 모자가 모자 경매가격으로는 역대 최고인 188만4000유로(약 25억8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도전정신 때문?
 
나폴레옹 이각 모자 경매에 참가한 하림 직원 이태균씨는 AFP에 “상사(boss)를 대신해 왔다”며 하림 측이 현재 건설 중인 신사옥을 위해 이 모자를 샀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는 이 모자를 전시해 사람들이 오게 하고 싶다”며 “또 우리 회사 직원들은 (나폴레옹과 같은) 한국의 개척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하림그룹은 나폴레옹의 모자 구매자는 김홍국 회장이라고 밝혔다.
 
하림그룹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 정신을 다시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림 측은 “어린 시절 키웠던 병아리 10마리를 기반으로 연 매출액 4조8000억원 대의 하림그룹을 일군 김 회장은 평소 ‘안전지대를 떠나라’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개척 정신을 강조해왔다”며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은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가 있는 만큼, 이 모자를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도전과 개척정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폴레옹 모자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19개다. 17개는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두 개는 개인 소유다. 이번에 하림에 낙찰된 나폴레옹의 검은색 펠트 모자는 나폴레옹이 마렝고 전투 때 썼던 모자다. 마렝고 전투는 나폴레옹 전쟁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다 보니 다른 흔적도 남겼다. ‘치킨 마렝고’라는 프랑스 닭요리가 그중 하나다. 보급망이 끊기자 부하들이 암탉, 달걀, 토마토, 마늘, 기름 등을 구해와 한 요리를 나폴레옹이 흡족해하면서 병사들에게 먹이도록 한 데서 유래됐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상징 이각 모자는 비버 털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의 증조부가 1926년 수의사 후손으로부터 사들여 그동안 모나코 미술관에 전시돼 있었다. 모나코 왕실은 왕궁 복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자를 경매에 내놓았다. 
 
하림 회장 나폴레옹 모자 26억 낙찰
이랜드 회장도 유명한 경매 수집광
 
나폴레옹과 먼 친척 관계인 모나코 왕실은 이 모자와 함께 수십 개의 메달과 장식용 열쇠, 문서, 보석이 박힌 칼, 총알구멍이 난 부대 깃발을 포함한 다양한 나폴레옹 유품을 함께 경매에 부쳤다. 경매소 직원 알렉상드르 지클로는 “나폴레옹은 당시 이 상징물이 위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면서 “전투 현장에서 적들은 나폴레옹을 박쥐라고 불렀다. 이 모자를 써서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김 회장이 지불한 26억원은 모자 경매가로는 최고가로, 경매소 측이 당초 예상한 낙찰가 50만유로(약 6억9000만원)의 네 배 가까운 금액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일본인과 경쟁하느라 가격이 다소 올라갔지만 30% 더 줄 테니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환금성도 좋다”고 말했다. 하림은 이 모자를 건설 중인 신사옥이 완공되면 그것에 전시할 계획이다. 신사옥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로수길 인근에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6층, 연면적 5802㎡(1755.1평) 규모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하림 주가는 상반기에 비해 반 토막 났고, 올해 3분기에는 45억9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림은 가금사업에서 시작해 금융, 유통업까지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이고 있지만 27개 계열사의 실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사료를 제조 판매하는 그린바이텍을 비롯해 해외사료사업에서는 하림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반면, 금융 및 양돈 계열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경매품 수집은 애교 수준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에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경매품 수집이 화제였다. 당시 박 회장은 비틀즈의 친필가사, 마돈나가 꼈던 장갑, 롤링스톤의 친필 사인, 재클린케네디의 진주목걸이, 영국 왕 에드워드 7세의 직위봉,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 시민케인 각본상 오스카 트로피 등 화려한 소장품 리스트를 자랑했다.
 
당시 이랜드는 새 사업을 위한 콘텐츠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회사 안팎의 견해는 달랐다. 박 회장의 ‘수집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직원들의 표정은 곱지 않았다. 근검경영을 내세우는 이랜드가 평소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강요하면서 고액의 경매품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진짜 속사정은…
 
당시 이랜드 한 내부직원은 “한 번은 박 회장이 어디선가 베이브 루스의 50번째 홈런볼을 구해 와서는 기념관을 조성하라고 지시해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며 “특이하거나 사연이 있는 물건이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회장의 이런 행보에 물음표를 던졌다. 대표적인 ‘짠돌이’ 오너로 통했던 그가 100억원에 달하는 경매품을 보란 듯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가 도리어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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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