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재난 컨트롤타워 맡은 박인용

군인에 국민 안전을?…믿고 맡겨도 될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조직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난안전 체계 강화를 위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앞으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게 될 이 조직의 수장으로는 박인용 전 합참차장이 내정됐다.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한 데 뭉치기 위한 리더십 발휘가 시급해 보인다. 새 간판이 새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재난안전체계 강화와 공직개혁 등을 위해 이번에 신설한 장관급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인용 전 합참차장을 내정했다. 이날 인사발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루어졌다. 범정부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군인 출신이 투입된 것이다.

해상작전 전문가
“폭넓은 식견 보유”
 
민병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 배경에 대해 “일선 지휘관 및 인사와 전략, 교육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하며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폭넓은 식견을 보유하고 있어 범정부적인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로 발족하는 국민안전처를 이끌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말했다.
 
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조직 정비와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간판 아래 여러 조직이 합쳐지는 만큼 화학적 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안전처는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 부처는 정부서울청사 일부(1·5·8·11·13·19층)와 인근 이마빌딩을 업무 공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조직은 인천 옛 해양경찰청 청사에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일부 간부 사무실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됐다. 재난 현장 대응이 강조되다 보니 국민안전처 조직 역시 전국에 점점이 퍼져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업무 통합 미비로 연결될 여지가 많아 박 내정자의 통합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마빌딩에는 안전정책실과 특수재난실이 입주해 있다. 이날 오전에도 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이 분주히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면서 신설부처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옛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이 통합돼 만들어졌으며 1만375명 19국 62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중앙부처 중 인적 규모 면에서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국세청 다음으로 큰 규모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두고 안전관리와 방재 기능을 각각 이어받은 안전정책실, 항공·에너지·화학·가스·통신 등 특수 재난에 대응하는 특수재난실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본부장은 각각 소방총감과 치안총감이 차관급 본부장을 맡아 인사와 예산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또한 정부는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히기 위해 육상의 ‘119수도권지대’를 ‘수도권119특수구조대’로 확대개편하고 ‘영남119특수구조대’를 신설했다. 충청과 강원·호남 지역의 경우 2015년 이후 동일조직이 생길 예정이다. 해상의 경우도 남해해양특수구조단을 중앙해양특수구조단으로 확대개편하고 2015년부터 동해특수구조대를 신설한다. 이 밖에 현재 해경의 수사·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되고 해상사건의 수사·정보기능은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남는다. 대규모 재난 때는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안전처의 경우 분산돼 있던 조직이 합쳐진 만큼 하루빨리 조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지휘 체계를 확고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해군 예비역 장군으로 현장점검을 최우선시하는 현장형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 작전사령관 재임시 “참모들은 말로만 하지 말고 계획과 지시사항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늘 점검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어떤 일이든 철저히 계획한 뒤 실행에 옮기는 신중한 성격이란 평가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신망이 두터운 덕장 스타일로 전해진다. 
 
4성 해군 제독 출신 “점검 또 점검”

작은 부분도…신중한 현장형 지휘관
 
특히 박 내정자는 임관 이후 매일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지휘관으로 새 조직을 맡으면 3개월 안에 상황을 장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도보정진에 나서 지금까지 2000km를 걷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 내정자가 2008년 3월 전역 이후에도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온 사실까지 검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들은 “전역 이후 방산업체에서 여러차례 영업 제의를 받았지만 ‘내가 왜 그런 자리에 가느냐’며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큰 틀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도 간과하지 않는 치밀함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예편한 뒤 동해대학교 군사학과와 충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온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벼룩의 간을 분석한다는 심정으로 학업에 임하라”는 충고를 자주했다고 한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내정자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재난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국민안전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 장악과 관리에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박 후보자의 오랜 해상작전 수행능력이 국민안전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안전처?
죄다 군 출신
 
그는 해군 인사참모부장과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작전사령관 등 해군 작전·인사·교육·조직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지난 2008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하지만 박 내정자가 군 이외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이 없고 재임시 큰 사안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위기관리 능력을 점검받지 못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개편을 두고 초대 장·차관이 모두 군 출신이 기용된 데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군의 장점인 일사분란함과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에는 효율적이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재난 발생에 유연한 대응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야는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여당은 ‘기대’ 야당은 ‘우려’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실무형 인사” “인사혁신” 등의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가안전 시스템 강화와 공직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성을 높인 실무형 인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과 아덴만 여명작전을 기획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기용을 포함한 재난안전부서 인선은 제2의 세월호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에 민간기업 출신을 발탁함으로써 공직인사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마인드를 접목시켜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군 장성 일색의 인사개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인사” “군대안전처”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 마디로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혹평했다. 이어 “국민안전처를 군출신 인사로 포진시켰다.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된 박인용 전 합참 차장은 4성 해군 제독 출신이고, 차관에 내정된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은 3성 장군 출신”이라며 “청와대를 군인 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니 군인 일색으로 대한민국을 채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군 외 조직 이끈 경험 전무

실제 위기관리 능력 ‘글쎄∼’
 
박 대변인은 “김영삼 정부 이후 군의 문민통제가 강화되어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군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해양 경비를 맡을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한 것은 해경 조직의 반발 및 조직 통솔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경영고문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기업과 관료조직의 인사시스템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인사혁신에 적합한지는 역시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된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이 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실인사로 국민에게 호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그간 여당의 무성의로 지지부진했던 방산비리 국정조사와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야할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19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해서 이렇게 지적했다. “장관은 별이 4개이고, 차관은 별 3개 출신인데 이른바 별 7개, 북두칠성이 국민과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되고요. 특히 군 작전개념만으로 국민 안전을 다룰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은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군인 출신의 국민안전처 인사에 대해 “국민안전처인지 군대안전처인지 알 수 없는 인사이고 국민 안전을 군대에 맡기는 격으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청와대가 군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장관도, 차관도 군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한 불안한 조직에 편향적 인사가 더해진 격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박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4일 진행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박 내정자의 자질문제를 철저하게 검증할 예정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상황 발생시 현장의 즉각적인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경실련 주최로 열린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토론회에서 “1990년대 이후 국내 주요 재난 소관부처를 분석한 결과 1차 소관부처가 대부분 광역·기초단체였다”면서 “재난대응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의 안전 전문인력의 채용 규모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안전처가 안전 전문가 집단이 되려면 민간의 안전전문가 채용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민간 전문가를 채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는 제복 일색으로 지휘부가 구성된 상태다.
 
일반 행정인사들과 해경·소방직 등 특수직의 조직 융화도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기존 조직의 문화에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안전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이들 간 융화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도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조직 다잡을
리더십 절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단계적인 국가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명시하지 않았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관 등이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국가재난안전관리 체계의 재설계에 관한 탐색적 논의’라는 논문에서 국가안전처가 출범하면 7000∼8000명의 해경보다 전국의 3만50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이 더 큰 규모일 수밖에 없어 소방공무원의 국가공무원 전환요구가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hlee@ilyosisa.co.kr>

 
[박인용은?]
 
▲경기 양주 출생
▲경희고 졸업
▲해군사관학교 28기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해군 인사참모부 부장
▲해군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해군 전투발전단 단장
▲해군 작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