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재난 컨트롤타워 맡은 박인용

군인에 국민 안전을?…믿고 맡겨도 될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조직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난안전 체계 강화를 위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앞으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게 될 이 조직의 수장으로는 박인용 전 합참차장이 내정됐다.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한 데 뭉치기 위한 리더십 발휘가 시급해 보인다. 새 간판이 새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재난안전체계 강화와 공직개혁 등을 위해 이번에 신설한 장관급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인용 전 합참차장을 내정했다. 이날 인사발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루어졌다. 범정부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군인 출신이 투입된 것이다.

해상작전 전문가
“폭넓은 식견 보유”
 
민병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 배경에 대해 “일선 지휘관 및 인사와 전략, 교육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하며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폭넓은 식견을 보유하고 있어 범정부적인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로 발족하는 국민안전처를 이끌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말했다.
 
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조직 정비와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간판 아래 여러 조직이 합쳐지는 만큼 화학적 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안전처는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 부처는 정부서울청사 일부(1·5·8·11·13·19층)와 인근 이마빌딩을 업무 공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조직은 인천 옛 해양경찰청 청사에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일부 간부 사무실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됐다. 재난 현장 대응이 강조되다 보니 국민안전처 조직 역시 전국에 점점이 퍼져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업무 통합 미비로 연결될 여지가 많아 박 내정자의 통합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마빌딩에는 안전정책실과 특수재난실이 입주해 있다. 이날 오전에도 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이 분주히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면서 신설부처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옛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이 통합돼 만들어졌으며 1만375명 19국 62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중앙부처 중 인적 규모 면에서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국세청 다음으로 큰 규모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두고 안전관리와 방재 기능을 각각 이어받은 안전정책실, 항공·에너지·화학·가스·통신 등 특수 재난에 대응하는 특수재난실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본부장은 각각 소방총감과 치안총감이 차관급 본부장을 맡아 인사와 예산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또한 정부는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히기 위해 육상의 ‘119수도권지대’를 ‘수도권119특수구조대’로 확대개편하고 ‘영남119특수구조대’를 신설했다. 충청과 강원·호남 지역의 경우 2015년 이후 동일조직이 생길 예정이다. 해상의 경우도 남해해양특수구조단을 중앙해양특수구조단으로 확대개편하고 2015년부터 동해특수구조대를 신설한다. 이 밖에 현재 해경의 수사·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되고 해상사건의 수사·정보기능은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남는다. 대규모 재난 때는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안전처의 경우 분산돼 있던 조직이 합쳐진 만큼 하루빨리 조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지휘 체계를 확고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해군 예비역 장군으로 현장점검을 최우선시하는 현장형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 작전사령관 재임시 “참모들은 말로만 하지 말고 계획과 지시사항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늘 점검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어떤 일이든 철저히 계획한 뒤 실행에 옮기는 신중한 성격이란 평가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신망이 두터운 덕장 스타일로 전해진다. 
 
4성 해군 제독 출신 “점검 또 점검”
작은 부분도…신중한 현장형 지휘관
 
특히 박 내정자는 임관 이후 매일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지휘관으로 새 조직을 맡으면 3개월 안에 상황을 장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도보정진에 나서 지금까지 2000km를 걷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 내정자가 2008년 3월 전역 이후에도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온 사실까지 검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들은 “전역 이후 방산업체에서 여러차례 영업 제의를 받았지만 ‘내가 왜 그런 자리에 가느냐’며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큰 틀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도 간과하지 않는 치밀함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예편한 뒤 동해대학교 군사학과와 충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온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벼룩의 간을 분석한다는 심정으로 학업에 임하라”는 충고를 자주했다고 한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내정자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재난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국민안전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 장악과 관리에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박 후보자의 오랜 해상작전 수행능력이 국민안전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안전처?
죄다 군 출신
 
그는 해군 인사참모부장과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작전사령관 등 해군 작전·인사·교육·조직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지난 2008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하지만 박 내정자가 군 이외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이 없고 재임시 큰 사안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위기관리 능력을 점검받지 못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개편을 두고 초대 장·차관이 모두 군 출신이 기용된 데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군의 장점인 일사분란함과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에는 효율적이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재난 발생에 유연한 대응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야는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여당은 ‘기대’ 야당은 ‘우려’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실무형 인사” “인사혁신” 등의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가안전 시스템 강화와 공직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성을 높인 실무형 인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과 아덴만 여명작전을 기획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기용을 포함한 재난안전부서 인선은 제2의 세월호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에 민간기업 출신을 발탁함으로써 공직인사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마인드를 접목시켜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군 장성 일색의 인사개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인사” “군대안전처”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 마디로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혹평했다. 이어 “국민안전처를 군출신 인사로 포진시켰다.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된 박인용 전 합참 차장은 4성 해군 제독 출신이고, 차관에 내정된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은 3성 장군 출신”이라며 “청와대를 군인 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니 군인 일색으로 대한민국을 채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군 외 조직 이끈 경험 전무
실제 위기관리 능력 ‘글쎄∼’
 
박 대변인은 “김영삼 정부 이후 군의 문민통제가 강화되어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군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해양 경비를 맡을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한 것은 해경 조직의 반발 및 조직 통솔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경영고문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기업과 관료조직의 인사시스템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인사혁신에 적합한지는 역시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된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이 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실인사로 국민에게 호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그간 여당의 무성의로 지지부진했던 방산비리 국정조사와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야할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19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해서 이렇게 지적했다. “장관은 별이 4개이고, 차관은 별 3개 출신인데 이른바 별 7개, 북두칠성이 국민과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되고요. 특히 군 작전개념만으로 국민 안전을 다룰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은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군인 출신의 국민안전처 인사에 대해 “국민안전처인지 군대안전처인지 알 수 없는 인사이고 국민 안전을 군대에 맡기는 격으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청와대가 군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장관도, 차관도 군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한 불안한 조직에 편향적 인사가 더해진 격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박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4일 진행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박 내정자의 자질문제를 철저하게 검증할 예정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상황 발생시 현장의 즉각적인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경실련 주최로 열린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토론회에서 “1990년대 이후 국내 주요 재난 소관부처를 분석한 결과 1차 소관부처가 대부분 광역·기초단체였다”면서 “재난대응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의 안전 전문인력의 채용 규모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안전처가 안전 전문가 집단이 되려면 민간의 안전전문가 채용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민간 전문가를 채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는 제복 일색으로 지휘부가 구성된 상태다.
 
일반 행정인사들과 해경·소방직 등 특수직의 조직 융화도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기존 조직의 문화에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안전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이들 간 융화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도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조직 다잡을
리더십 절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단계적인 국가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명시하지 않았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관 등이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국가재난안전관리 체계의 재설계에 관한 탐색적 논의’라는 논문에서 국가안전처가 출범하면 7000∼8000명의 해경보다 전국의 3만50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이 더 큰 규모일 수밖에 없어 소방공무원의 국가공무원 전환요구가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hlee@ilyosisa.co.kr>

 
[박인용은?]
 
▲경기 양주 출생
▲경희고 졸업
▲해군사관학교 28기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해군 인사참모부 부장
▲해군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해군 전투발전단 단장
▲해군 작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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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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