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명장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사자들 조련 “쉽지 않았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연거푸 제패하면서 통합우승 4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궈낸 적이 있지만 그 중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 뿐이었다. 삼성, 그리고 류중일 감독이 만들어낸 통합 4연패는 그 의미가 깊다. 명장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이 사상 첫 통합 4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로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삼성은 2011시즌 이후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통합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
새 역사 썼다
 
류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기분이 굉장히 좋다. 11월11일은 평생 못 잊을 거 같다. 1이 네 개라 1등을 네 번 하는 날”이라며 “삼성을 사랑하는 팬들이 성원해준 덕분에 선수들이 힘을 내서 4연패를 할 수 있었다. 팬 분들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용병 잔혹사’를 겪은 삼성은 올 시즌 마운드에서는 밴덴헐크와 마틴, 타선에서는 나바로의 덕을 제대로 봤다. 이에 류 감독은 “올해는 용병 덕을 봤다. 그동안 용병 복이 없었는데 올해는 마틴, 헐크, 나바로가 잘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시리즈 MVP는 나바로인테 혹시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윤성환을 추천하고 싶다. 첫 게임에서 지고 작년처럼 홈에서 두 번 지면 어떡하냐 했는데 윤성환이 잘 막아줬다”며 “5차전도 극적으로 이겼지만 내일까지 갔으면 밴 헤켄에게 말려서 우승 놓칠 수도 있었는데 윤성환이 잘 끊어줬다”고 대답했다.
 

류 감독은 덕장이라는 말 보다는 지장이라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 했다. 그는 “(지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 그룹에 ‘스타비스(통합전략 야구정보시스템)’라고 타자와 투수 정보가 다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틈나는 대로 많이 봤고 상대 선발 투수 유형도 보고 컨디션 좋은 타자들도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 앞으로 늘 공부해서 내년 5년차도 우리 선수들을 알고 더 잘 대처하겠다. 상대 전력도 더 파악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1년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우승했던 것과 지금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지금이 더 좋다. 지난 것은 다 잊어버린다”며 “항상 지금이 가장 기분 좋다. 올해는 좀 개인적으로 조금 기가 많이 빠졌었다. 아시안게임도 힘들게 했고, 그때 금메달 못 땄으면 어떻게 하나 생각도 들고, 우리가 매직 넘버를 남겨두고 5연패해서 2위로 떨어질까도 걱정했다. 신경을 많이 썼다. 다행히 정규리그에서 4연패하고 약 보름 이상 훈련을 많이 했는데 생각 외로 여러 가지 작전 야구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오늘은 편하게 야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을 걱정했다. 류 감독은 “내년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며 5연패 프로젝트 가동을 예고했다.
 
사상 첫 통합우승 4연패 쾌거 달성
2011년부터 정규·한국시리즈 우승
 
류중일 감독은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사령탑에 임명된 이후 4년 모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운과 복이 따르는 지도자라는 얘기도 돌았다. 세간에는 선동열 전 감독의 성과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통합 4연패는 감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성적이다. 리더의 지도력과 열정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기록은 구단과 선수뿐 아니라 야구인 모두가 인정하는 대기록이다. 과거 ‘왕조 해태’와 현대, SK 등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최강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 스스로 운장, 복장, 덕장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BB아크’라는 야구사관학교를 만든 그는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은 박해민을 비롯해 이지영·심창민 등의 성장을 유도하며 세대교체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류 감독은 믿음야구의 선구자다. 그의 야구는 신뢰가 중심이다. 이승엽과 임창용 등 베테랑 선수가 부진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박한이는 “감독님은 베테랑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준다.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도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넥센과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박석민과 김상수가 부진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믿어야지 우야겠노”라며 6경기 모두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감독의 믿음이 선수단에게 용기가 되어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을 얘기할 때 ‘형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13일 구단 시무식에서는 1·2·3군 코칭스태프 회의를 소집해 3시간 여의 마라톤 회의를 했다. 1월 초 류 감독이 마련한 1박2일 골프 및 워크숍에 참석한 한 코치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반기기도 했다.

푸르게 빛난
신뢰의 리더십
 
의견을 주고받을 때는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감독을 무서워하면서도 할 얘기는 다 한다. 그만큼 열린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물론 언제나 유한 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강하게 몰아붙이며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류 감독은 시즌 초 “올 시즌에는 엄마 리더십을 갖고 싶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 엄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4승8패로 부진하던 지난 4월17일 대구 두산전이 우천 연기된 뒤에는 비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투수·타자 합동 러닝을 지시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 5연패에 빠졌을 때에는 아직 1등을 확정한 게 아니라고 했고, 2승2패로 KS 5차전을 앞둔 휴식일에는 “후회없이 하자”며 전원 훈련을 유도했다. 그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들을 소집해 독려한다.
 
류 감독은 “우승하고 환호하고 헹가래 받고 인터뷰가 끝나면 ‘아, 내년에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5연패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는 큰 과제가 있다. 바로 ‘노령화’ 문제다. 삼성은 노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진갑용은 올해 40세이며 이승엽과 임창용은 내년에 39세, 박한이는 36세, 배영수와 윤성환은 34세, 채태인은 33세가 된다. 신·구의 조화를 꾀하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삼성 노장들의 존재감이 무겁기에 세대교체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도 크다. 내년부터 KT가 1군 무대에 진입하면서 10개 구단 체제가 가동된다. 새 감독이 5명 등장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 외에도 걸출한 FA가 여럿 시장에 나온다. SK는 최정(27)을 포함해 6명, 롯데는 4명, LG·KIA·넥센은 2명씩 FA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FA의 이동은 내년 시즌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류 감독 리더십은 이러한 요소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뛰어나기에,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류 감독의 야구역사가 곧 삼성야구의 역사다. 류 감독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198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전했지만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버티고 있는 해태에 4전 전패를 당해 잠실구장을 밟지도 못했다. 김재박 이후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신인왕의 영광고 빙그레 이정훈에게 내주고 말았다.
 
9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트윈스에게 4전 전패를 당했다. 잠실구장에서 2번, 대구구장에서 2번을 모두 지는 치욕을 겪었다. 9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또 해태를 만났다. 삼성은 4차전까지 앞서고 있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삼성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5, 6, 7차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이렇듯 선수시절 류 감독에게 잠실구장은 암흑 그 자체였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기간 “선수로서 원 없이 우승해본 박한이가 부럽기도 하다”라며 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래도 류 감독은 4연패도 선수시절의 한을 풀었다.
 
지도자 후 선수시절 한 풀었다
취임 후 한번도 우승 안 놓쳐
 

류 감독은 선수 생활 은퇴 이후 2000년 곧바로 김응용 감독 밑에서 수비 및 작전주루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명암이 교차됐다. 김응용 감독 아래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때 김응용 감독의 ‘불패신화’가 깨졌고 류 감독은 또 땅을 쳐야했다.
 
2004년 한국시리즈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비 내리는 날 잠실에서 사상 처음으로 9차전이 열렸다. 삼성은 현대에게 패해 2승3무4패로 패권을 내줬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선동열 감독 시절 류중일 코치는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잇따라 축배를 들었다. 2005년에는 두산에 4전 전승을 거뒀고 2006년에는 한화를 4승1무1패로 따돌렸다.
 
당시 류 감독은 코치로서 11년간 엄청난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감독이 될 자격을 하나씩 갖췄다. 현재 삼성야구의 근간 중 하나인 촘촘한 수비 역시 류 감독이 코치시절 확립한 수비시스템이 보완돼 발전한 것이다.
 
류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국내 최고 감독들을 전부 다 모셔봤다. 그 중에는 김응용, 김성근, 선동열 등 내놓으라 하는 명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류 감독은 언젠가 그 감독들의 좋은 점만을 본받은 게 지금 감독 생활을 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응용 감독의 뚝심과 김성근 감독의 철두철미한 마운드 운영 등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들은 확실히 참고할 점이 있다. 류 감독을 그걸 포용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SK에 4전 전패를 당하자 선동열 감독이 경질되면서 류 감독이 마침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 24년만에 사령탑에 올랐다. 류 감독은 준비가 돼 있었다. 믿음과 신뢰, 확실한 선수육성 및 관리 시스템으로 승승장구했다. 감독으로 처음 나선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과거 삼성 선배였던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를 4승1패로 제압했다.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초보감독으로 영광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도 SK 이만수 감독을 상대로 잠실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당시 류 감독은 우승 직후 “2010년대는 삼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담은 그대로 적중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꺾었고, 2014년에는 넥센을 맞아 잠실에서 4승2패로 4회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류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삼성은 4번의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3번은 잠실구장에서, 1번은 대구구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잠실만 오면 잘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삼성은 대장정의 마침표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지난 4년 간 실패를 몰랐던 삼성이지만, 최근 2년간 부상, FA, 해외진출 등으로 팀 전력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플랜B를 적시에 가동했다. 지난 2년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안게임으로 잠시 삼성을 돌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류 감독 개인의 성장이 곧 삼성의 성장이었다. 류 감독이 최고의 유격수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올라서는 동안, 만년 우승문턱에서 주저 않았던 삼성야구도 우승을 밥 먹 듯하고, 한국야구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리딩구단으로 거듭났다. 류 감독 스스로가 최고의 리더가 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류 감독이 강한 리더로 거듭나면서 삼성야구도 강력해졌다.

쉬지 않는 야통
내년 5연패 시동
 
류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올 시즌까지 28년간 삼성에서 뛰었다. 삼성야구에 류중일 감독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류 감독과 삼성은 함께 성장했고, 새 역사를 창조했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 통합 4연패는 삼성야구의 업적임과 동시에 류 감독이 일궈낸 업적이기도 하다. 그의 뜨거운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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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