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추적> 신현돈 추태 권력다툼 비화 전말

'군대 못간' 대통령 눈 흐리고 김관진·한민구·이재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의 '경질' 과정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신 전 사령관은 '음주추태'로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분석이 최근 나오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 육군이 수차례 '엇박자'를 냈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나아가 김 실장을 비호하는 비선라인의 존재도 눈에 띈다. '신현돈 추태사건'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신현돈 추태사건'은 올 6월19일 발생했다. 이로부터 약 3개월 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추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 조치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0월말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추태는 없었다'는 보도에 여론은 술렁였고, 지난 3일 국방부는 하루사이 결정적인 브리핑을 2차례나 뒤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정보도 요구를 철회하는 메일을 보냈다. 현재 신 전 사령관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침묵
신현돈 잠적

신 전 사령관을 경질시킨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 전 사령관이) 전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9월초 (추태사건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세요' 이렇게 말했다"며 "격노한 대통령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전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박 의원의 발언은 공식적인 창구(청와대 대변인실)로 반박된 바 없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태의 책임을 어느 정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침묵 속에 감춰진 전모는 무엇일까.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6월1일 청와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수행하며 보수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런데 김 실장의 영전은 예정에 없던 인사였다. 김 실장은 전임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정국으로 낙마하면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 케이스다.

김 실장이 청와대로 적을 옮기면서 박근혜정부는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한민구 전 합참의장(현 국방부장관)을 선택했다. 한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캠프의 국방·안보분야 정책을 조언한 공신으로 꼽혔다.

이 무렵 군 안팎에서는 신임 국방부장관의 '지휘봉'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였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처럼 군 내부의 인사개편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직급상 수평인 김 실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목을 끌었다. 표면상 육사 기수는 김 실장(28기)이 한 장관(31기)보다 3기수 더 위였지만 김 실장은 'MB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더구나 일부 보수언론은 김 실장의 출신지(전북)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전임 김관진
후임 한민구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소동은 6월19일 발생했다. 한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신 전 사령관은 같은 날 모교(청주고)에서 안보강연 일정을 소화했다. 육군본부에 한 달 전 보고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날 지방대학 강사로 알려진 오모씨는 충북 오창휴게소에서 신 전 사령관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음주 소동의 전모는 이렇다. 신 전 사령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모교 인근에서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는 2병 정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만취상태는 아니었다. 신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오창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 때마침 휴게소에 도착한 오씨도 화장실에 들렀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의 부관은 길을 막았다. "다른 쪽을 이용하라"고 했다. 이때 오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술에 취한 '4성장군'이었다.

신현돈 '음주추태'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박근혜 대통령 한 마디에 국방부 칼춤


오씨는 곧장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했다.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것 같다"며 소속과 이름을 물었다. 다음날 신 전 사령관은 오씨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씨도 사과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 음주 추태로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육군 대장이 옷을 벗게 된 경위치고는 근거가 옹색했다. 근신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령관은 음주 추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왜 있지도 않은 추태를 수긍하며 군을 떠났던 것일까.

사건 당일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현재 전역)은 신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다음날 권 총장은 신 전 사령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권 총장이 구두로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경고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 총장은 사건으로부터 9일이 지난 6월28일에야 상관인 김 실장과 한 장관에게 각각 보고했다.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황상 권 총장은 두 상관의 인사가 정리되면 어느 한쪽에 사건을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6월29일 임명이 확정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로 떠나면서 구두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역시 7월 중순 신 전 사령관에게 주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 장관과 신 전 사령관의 특별한 인연이다. 이들은 청주고 출신으로 한 장관이 신 전 사령관의 5년 선배다. 일찍부터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라인'으로 분류됐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신 전 사령관이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군이 쉬쉬했던 '윤 일병 고문·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한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벌어진 메가톤급 사건에 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론은 분노했다. 그러나 육군 최고지휘관인 권 총장은 8월4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권 총장 못지않게 경질론이 불거진 김 실장도 몸을 사렸다.

누가 청와대에
추태 보고했나

다음날 권 총장은 옷을 벗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의 적폐를 일벌백계 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건재했다. 김 실장이 권 총장을 방패막이로 썼다는 얘기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다. 청와대가 김 실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잇따랐다. 이때부터 김 실장과 한 장관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 장관은 8월10일 "김 실장이 윤 일병 사망 소식을 몰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8월8일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소장·육사 35기)과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육사 39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의 보고를 누락·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류성식 인사참모부장(현 육군 부사관학교장)은 김 실장의 측근으로 군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불렸다. 이는 사실상 육군이 김 실장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육사 34기)은 취임 첫 인사로 류 부장을 건드렸다. 류 부장을 한직인 논산훈련소장으로 발령 낸 것이다. 한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이 8월16일이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틀 뒤 김 총장의 인사를 돌연 제지했다. 류 부장은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막후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신 전 사령관의 음주 추태 루머가 재점화된 시기가 이즈음이다.

국방부, 청와대 부속실에 보고 '왜?'
'왕실장'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8월27일 한 국회의원실에 제보가 접수됐다. "신 전 사령관이 헌병에게 업혀 화장실에 갔으며,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실체보다 훨씬 과장된 이 제보는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확인 요청이 들어갔다. 한 장관은 즉각 조사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8월 중순까지도 신 전 사령관을 직접 경고했다던 한 장관이 과장된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9월2일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청와대 부속실에 사건을 보고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은 청와대 비서실도 아닌 부속실에 관련한 내용을 직보한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부속실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으로 불리며, 권력을 전횡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9일2일이라는 시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군 일각에선 청와대가 8월말에 제보를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청와대 비선이 미리 신 전 사령관을 쳐내기로 협의했다는 주장인데 이 경우 박 대통령은 9월2일에야 뒤늦게 보고를 받은 셈이라 청와대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과 연결된다.

같은 날 신 전 사령관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고향선배인 한 장관에게 감사를 요청하면서 '뒷일'을 부탁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한 뒤 "만취 추태가 있었고, 위수지역을 이탈했다"고 이유를 댔다. 이는 둘 다 사실이 아니었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이 물러난 9일 뒤에야 정식 감사에 착수했다. <조선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성급 정기인사를 한다"고 보도한 16일을 전후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만취 추태가 없었다"는 감사결과를 내린다. 때문에 의원실로 들어간 제보는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청와대가 군 인사를 앞두고 한 장관의 측근을 쳐내 인사권을 견제했다는 것이다.

10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현돈 추태사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한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만취나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이후 류 부장은 요직인 인사참모부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총장을 모셨던 김해석 당시 50사단장이 인사참모부장을 꿰찼다.

군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신 전 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메일을 보냈다. "알려진 것과 다르니 정정보도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이 10월30일이다. 뒤늦게 감사결과가 공개됐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월3일 "추태와 실랑이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곧 국방부가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잉징계를 내렸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국방부는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나섰다. "결론적으로 추태는 있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장관은 "2병 이상 소주를 먹었다고 했으니 과도한 음주행위가 있었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증언도 뒤집은 셈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신 전 사령관도 "논란을 끝내겠다"며 잠적했다. 그는 "국방부 조치에 불만이나 섭섭함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아마도 신 전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정이지만 서로가 '고생 많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내 알력다툼
멀어진 박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신현돈 음주소동은 특정한 정보를 놓고 '김관진(청와대) 대 한민구(국방부)'의 구도로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드는 강한 의문은 4성장군의 동정을 챙겨 보고했어야 할 기무사령관의 존재감이 희미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의 친구로 승승장구했던 이재수 당시 기무사령관(육사 37기)은 '적절한 지휘조언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야전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의 전임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육사 36기·전역)도 가혹한 운명을 맞았다. 장 전 사령관은 이른바 "5개의 머리가 있다"는 군 인사비리 보고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전역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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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