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중독된 초딩들 충격 실태

어른 못잖은 몸 자랑…꼬마들의 변태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안 보면 잠이 안와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등 야동 없인 못 산다고 외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매일 밤 습관적으로 야동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음란물을 접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뒤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믿기 어려운 10대들의 충격적인 음란물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7일,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난 16살인데, 넌 몇 살?” 자연스레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이 남성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홀딱 벗고
동영상 촬영
 
A양의 뜻대로 이 남성은 야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A양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대화는 끊일 줄 몰랐다.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대화의 수위는 ‘19금’을 넘어섰다. 이 남성은 급기야 A양에게 가슴사진을 요구했고 A양은 엄마의 옷장에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가슴 사진을 전송했다. 남성은 가슴사진으로 야한 이야기를 엮으며 대화의 수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나체사진을 원했다. A양에게 브래지어를 벗고 찍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A양은 브래지어를 벗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남성은 A양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평가하며 야한 농담을 이어갔다. 이후 A양의 나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회사원 A(46)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얼굴 및 신체를 노출한 채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게시한 형사미성년자 등 사안이 경미한 초등학생 3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 43명은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음란물사이트에서 여성아동의 나체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 3만8000여건을 상습적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이 약 10만 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포·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 가운데 중·고등학생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하는 등 죄질이 중한 경우를 포함 17명에 달했다.
 
자신 나체 사진 찍어 SNS 유포
야동 안보면 잠 못자는 초등생도
 
경찰 조사결과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대부분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자신을 과시할 목적으로 신체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자 중 절반이 10대였다. 이중 초등학생이 30%에 달했다. 지난 3일 김대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은 주로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아동 음란물을 올렸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초등학생이 33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주로 SNS에 본인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올렸다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33명 초등학생 중에는 06학번도 아닌 06년생 초등학교 2학년생이 2명이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네 성기 보여주면 내 성기 보여줄게’ 식으로 노출사진을 교환했다. 이중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고자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엽기적인 행태에 대해 김 팀장은 “(페이스북 등)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한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했다고 주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올린 경우 성매매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이른바 셀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이게 잘못돼 나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야한게 좋아”
성인물 흉내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 시 처벌은 더 커진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상 처벌을 받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부모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놀라서 어떤 부모는 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란물 유포가 심각한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다. 누군가는 이들이 올린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인사이트에도 올라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들의 음란물 유포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SNS 상에서 10대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나체 사진들은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찍힌 것이 아니라 10대 여학생들이 스스로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돼 충격이 더 했다.
 
당시 트위터 상에서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가슴, 엉덩이, 은밀한 부위 등 자극적인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이 숱하게 발견됐다. ‘초딩가슴♥’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가슴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채, 자신을 수원에 사는 12살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야한 게 좋은 중딩♥’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그 수위가 더 심했다. 이 계정의 ‘사진과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특정 자세를 취한 채 은밀한 부위를 찍은 노출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초딩가슴♥’과 ‘야한 게 좋은 중딩♥’의 트위터 팔로어는 각각 7200여명과 1만1000여명이었다. 심지어 ‘정액받이고딩XX’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계정들의 팔로어가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계정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은 이 계정들에 노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특정 계정의 주인들은 팔로어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계정에 사진을 게재했다. 스스로 찍어 올린 노출 사진이란 점이 추정되는 부분이었다. “절 욕해주시고 강하게 다뤄주세요”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주세요” 등 계정 주인의 요구에 몇몇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몸매만 공개했다.
 
야동 이용자 30%가 ‘헉’
이성간 노출영상 교환도
 

이처럼 트위터에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느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가 이들의 왜곡된 욕망을 표출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이 초범에다 이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다.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B(10)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SBS스페셜>에서는 ‘10대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포르노 중독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우연히 접한 포르노에 중독돼 여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렬한 포르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봤지만 어느새 차츰 중독돼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원했다.
 
이후 여자친구를 유혹해 공터, 빈 교실 등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상을 보다 들켰을 때, 부모의 엄한 체벌은 오히려 포르노를 더욱 은밀히 보도록 만든 계기가 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포르노에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생에게 포르노는 일상의 탈출구였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포르노에 중독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자위행위를 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포르노에 손이 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은 근친상간이 주 내용인 포르노를 접한 이후 충격에 빠졌다. 이후 무의식적으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스로 패륜아라고 생각하는 이 학생은 포르노 중독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포르노를 흉내내는 10대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충격을 안겨줬던 ‘원주 초등학생 사건’은 포르노에 중독된 초등학생 3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외된 아이들

인정욕구 해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 성폭행한 또래 성범죄 청소년 사건은 2002년 60건에서 지난해 782건으로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르노 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접근성이 편리해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결국 파경으로 끝난 여교사-초등생 러브스토리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A씨(40)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6년 같은 학교 여교사 B(52)씨를 알게 됐다. 이들의 사제관계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1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즈음인 93년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94년 A씨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사제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B씨는 이듬해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러나 A씨가 군에서 제대하자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A씨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B씨가 홀로 키웠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2000년 10월 A씨의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따로 살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남이 뜸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A씨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숙희 판사는 “원고가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가 낸 혼인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패할 것에 대비해 A씨가 예비로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는 법률적으로 혼인관계에 있을 뿐 혼인 신고한 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또 혼인파탄 경위와 아이의 나이, 현재 양육상황 등을 고려해 B씨를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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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