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중독된 초딩들 충격 실태

어른 못잖은 몸 자랑…꼬마들의 변태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안 보면 잠이 안와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등 야동 없인 못 산다고 외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매일 밤 습관적으로 야동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음란물을 접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뒤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믿기 어려운 10대들의 충격적인 음란물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7일,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난 16살인데, 넌 몇 살?” 자연스레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이 남성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홀딱 벗고
동영상 촬영
 
A양의 뜻대로 이 남성은 야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A양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대화는 끊일 줄 몰랐다.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대화의 수위는 ‘19금’을 넘어섰다. 이 남성은 급기야 A양에게 가슴사진을 요구했고 A양은 엄마의 옷장에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가슴 사진을 전송했다. 남성은 가슴사진으로 야한 이야기를 엮으며 대화의 수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나체사진을 원했다. A양에게 브래지어를 벗고 찍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A양은 브래지어를 벗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남성은 A양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평가하며 야한 농담을 이어갔다. 이후 A양의 나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회사원 A(46)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얼굴 및 신체를 노출한 채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게시한 형사미성년자 등 사안이 경미한 초등학생 3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 43명은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음란물사이트에서 여성아동의 나체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 3만8000여건을 상습적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이 약 10만 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포·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 가운데 중·고등학생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하는 등 죄질이 중한 경우를 포함 17명에 달했다.
 
자신 나체 사진 찍어 SNS 유포
야동 안보면 잠 못자는 초등생도
 
경찰 조사결과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대부분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자신을 과시할 목적으로 신체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자 중 절반이 10대였다. 이중 초등학생이 30%에 달했다. 지난 3일 김대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은 주로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아동 음란물을 올렸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초등학생이 33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주로 SNS에 본인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올렸다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33명 초등학생 중에는 06학번도 아닌 06년생 초등학교 2학년생이 2명이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네 성기 보여주면 내 성기 보여줄게’ 식으로 노출사진을 교환했다. 이중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고자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엽기적인 행태에 대해 김 팀장은 “(페이스북 등)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한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했다고 주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올린 경우 성매매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이른바 셀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이게 잘못돼 나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야한게 좋아”
성인물 흉내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 시 처벌은 더 커진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상 처벌을 받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부모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놀라서 어떤 부모는 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란물 유포가 심각한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다. 누군가는 이들이 올린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인사이트에도 올라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들의 음란물 유포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SNS 상에서 10대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나체 사진들은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찍힌 것이 아니라 10대 여학생들이 스스로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돼 충격이 더 했다.
 
당시 트위터 상에서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가슴, 엉덩이, 은밀한 부위 등 자극적인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이 숱하게 발견됐다. ‘초딩가슴♥’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가슴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채, 자신을 수원에 사는 12살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야한 게 좋은 중딩♥’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그 수위가 더 심했다. 이 계정의 ‘사진과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특정 자세를 취한 채 은밀한 부위를 찍은 노출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초딩가슴♥’과 ‘야한 게 좋은 중딩♥’의 트위터 팔로어는 각각 7200여명과 1만1000여명이었다. 심지어 ‘정액받이고딩XX’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계정들의 팔로어가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계정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은 이 계정들에 노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특정 계정의 주인들은 팔로어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계정에 사진을 게재했다. 스스로 찍어 올린 노출 사진이란 점이 추정되는 부분이었다. “절 욕해주시고 강하게 다뤄주세요”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주세요” 등 계정 주인의 요구에 몇몇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몸매만 공개했다.
 
야동 이용자 30%가 ‘헉’
이성간 노출영상 교환도
 

이처럼 트위터에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느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가 이들의 왜곡된 욕망을 표출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이 초범에다 이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다.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B(10)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SBS스페셜>에서는 ‘10대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포르노 중독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우연히 접한 포르노에 중독돼 여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렬한 포르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봤지만 어느새 차츰 중독돼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원했다.
 
이후 여자친구를 유혹해 공터, 빈 교실 등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상을 보다 들켰을 때, 부모의 엄한 체벌은 오히려 포르노를 더욱 은밀히 보도록 만든 계기가 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포르노에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생에게 포르노는 일상의 탈출구였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포르노에 중독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자위행위를 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포르노에 손이 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은 근친상간이 주 내용인 포르노를 접한 이후 충격에 빠졌다. 이후 무의식적으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스로 패륜아라고 생각하는 이 학생은 포르노 중독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포르노를 흉내내는 10대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충격을 안겨줬던 ‘원주 초등학생 사건’은 포르노에 중독된 초등학생 3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외된 아이들

인정욕구 해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 성폭행한 또래 성범죄 청소년 사건은 2002년 60건에서 지난해 782건으로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르노 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접근성이 편리해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결국 파경으로 끝난 여교사-초등생 러브스토리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A씨(40)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6년 같은 학교 여교사 B(52)씨를 알게 됐다. 이들의 사제관계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1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즈음인 93년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94년 A씨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사제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B씨는 이듬해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러나 A씨가 군에서 제대하자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A씨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B씨가 홀로 키웠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2000년 10월 A씨의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따로 살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남이 뜸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A씨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숙희 판사는 “원고가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가 낸 혼인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패할 것에 대비해 A씨가 예비로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는 법률적으로 혼인관계에 있을 뿐 혼인 신고한 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또 혼인파탄 경위와 아이의 나이, 현재 양육상황 등을 고려해 B씨를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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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