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예산폭탄’ 공약 이행 초읽기

역시 실세는 실세…차기 총선도 무난?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 의원의 국회 입성 이후 지역구(전남 순천·곡성) 예산이 수백억원 증액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 의원은 예결특위위원 중에서도 예산을 최종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구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에 뽑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추가 지역예산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일부터 예결특위가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376조원의 한정된 예산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지역예산 확보 전쟁도 시작됐다. 이번에도 힘 있는 실세 의원들의 ‘쪽지예산’ 경쟁은 어김없이 재현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예산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워 7·30재보선에서 당선된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의원이다.

이정현의 힘

이 의원은 지난 7·30재보선에서 “호남에 예산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는 이른바 예산폭탄론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야권의 텃밭인 순천·곡성 주민들이 이 의원에게 49.4%의 높은 표를 몰아 준 것은 이 의원의 예산폭탄론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 의원도 당선 직후부터 예산확보를 위해 예산 관련 정부관계자들을 분주히 만나는 등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는 당의 전폭적 지원 속 예결특위위원 중에서도 예산을 최종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위원으로 뽑혀 지역예산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예결특위가 최근 작성한 ‘2015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이 의원의 지역구는 예산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해 열렸던 순천만 정원박람회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한 ‘정원산업지원센터’ 조성사업에 신규예산 10억원이 반영됐다. 순천시 계획대로라면 이 사업에는 2017년까지 88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순천시가 1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끼워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의원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순천시와 전남도교육청이 순천시에 생태·진로·해양안전 등 각종 체험관을 짓는 559억원 규모의 ‘에코에듀체험센터(가칭)’ 사업을 따낸 것도 이 의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 외에도 ‘이정현의 힘’은 호남 전반의 예산 증액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광주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고성능 차량용 부품 개발 사업’에 15억원을 배정 받은 것도 이 의원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구 수백억 뭉치 예산 배정
야 ‘이정현 맹활약’에 전전긍긍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정현을 만나야 한다’는 이른바 ‘이정현 활용법’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국비 확보를 위한 유용한 팁을 드리겠다”며 “우선 광주시의 국비 요청 사업조서부터 들고 이 의원에게 가라. 분명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호남지역 지자체장들과 공무원들은 앞 다퉈 이 의원실을 드나들며 예산 확보에 도움을 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지역의 요청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종횡무진 활약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에 밀려 텃밭을 내준 만큼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무작정 제동을 걸다가는 ‘밥그릇 챙기기 위해 텃밭 예산도 저버린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엄청난 혜택을 보기 위한 편중 예산이라면 관심 있게 보겠지만 순천·곡성은 소외된 곳이라 예산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며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예산을 의도적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딜레마

물론 새정치연합 일부에서는 견제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전남 목표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동서화합포럼에서 “이 의원이 당선돼 전남에 예산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산폭탄은 안 떨어지고 삐라만 떨어지고 있다”고 뼈 있는 견제구를 날렸다.

순천·곡성 지역위원장을 신청한 김광진 의원은 “폭탄이라고 할 만한 예산은 없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야당의 견제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 의원의 예산폭탄 공약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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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