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위공무원 수상한 베팅 추적

마사회 밀어주고 누가 돈 챙겼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2월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 장외발매소 선정과 관련해 오모 전 한국마사회장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이 알려졌다. 장외발매소 확장은 마사회가 고객유치 및 매출신장을 위해 중점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다. 그런데 장외발매소와 더불어 마사회가 사활을 걸고 있는 정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온라인 베팅이다. 그간 마사회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온라인 베팅과 관련해 박근혜정부 임명직 고위공무원의 로비 연루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모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1명이다. 구 민주산악회 멤버인 오씨는 문민정부 시절 한국마사회장을 역임했다. 당시 법인재산세 납세기록을 보면 마사회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와 함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권과 연루?

정권이 바뀌고 오씨는 마사회를 나왔지만 경마와 관련한 사업에는 꾸준히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월 수원지검 강력부는 마사회 장외발매소 선정과 관련해 알선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오씨가 2009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마사회 장외발매소 입점을 희망하는 리조트 대표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6억19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2009년 9월과 2010년 2월 마사회 장외사업처장에게 모두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의심했다.

오씨의 억대 금품수수 의혹은 회사자금 100억여원을 횡령한 리조트 시행사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마사회 임원은 아니지만 경마 업계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마사회는 공교롭게도 오씨가 장외사업처장에게 금품을 건넸을 당시 사업 확장을 꾀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데 지난 2009년 미래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됐던 '온라인 베팅' 서비스가 전면 폐지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베팅은 경마장을 직접 가지 않고도 돈을 걸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 마사회는 지난 2004년부터 인터넷·자동응답서비스(ARS)·휴대전화 등을 활용한 마권 구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2005년 불거진 '바다 이야기' 사건의 후속조치로 정부의 사행성 도박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8년 7월 법제처는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베팅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의가 격화됐다. 2009년 7월 마사회는 온라인 베팅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대응책을 고심하던 마사회는 전국 각 지역의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개장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 문제와 같은 충돌이 빚어졌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미끼로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마사회 직원도 적발됐다. 마사회 입장에서는 각종 인허가가 까다롭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장외발매소보다는 적은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온라인 베팅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베팅' 재도입 사활…로비 가능성
A씨 단속은커녕 옹호 '브로커 역할' 의심

실제로 마사회는 '온라인 베팅'이 폐지된 후부터 서비스 재도입을 꾸준히 추진했다. 명망 있는 학계와 연계해 온라인 베팅 재개 전략을 짰다. 이들은 2010년 열린 장외발매소 건전화 추진현황 보고회에서 "장외 공간이 협소하므로 온라인 베팅을 재개해줄 것"을 감독기관에 요구했다.

다음해에는 '경마 및 경륜 등의 온라인 베팅 재개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용역에는 '온라인 베팅 재개에 관한 이론적 논거 도출' '온라인 베팅 재개를 위한 추진 전략' 등이 포함됐다. 2012년에는 장태평 당시 한국마사회 회장이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개정에 필요한 연구용역은 외부에 맡기고, 상임위 의원들을 설득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문제는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감독기관 고위 임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감독기관은 지난 2008년부터 '온라인 베팅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행성 도박을 관리·규제해야 할 정부 공무원이 뒤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연구용역을 수주한 연구진 가운데는 A씨가 눈에 띄는데, A씨는 박근혜정부 임명직 고위공무원의 학교 후배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사회 측이 온라인 베팅 용역을 특정 학교에 몰아줬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오씨가 운영했던 서울마주협회는 지난 5월 '온라인 마권 발매를 즉각 시행하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법제처는 "마사회 법령의 입법취지상 경마장 안이든 장외발매소든 모두 직접 가서 마권을 구매하는 것만 인정된다"고 못박았다. 해당 소송은 수원지법에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파이가 많이 줄었다"는 온라인 베팅 옹호론자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경마는 여전히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총매출액은 7조8397억원, 환급금을 뺀 순매출액은 2조1042억원에 달한다. 이 중 마사회의 순수입액은 6073억원, 하루 평균 219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경마산업은 정부와 재벌이 돈을 불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서울마주협회 회원 가운데 3분의 2는 재계 인사다. 언론에 보도된 면면을 보면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등이다.

엄청난 시장

이들이 소유한 말은 마주에게 상금을 안겨준다. 2012년 기준 마주 남모씨는 50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수득했다. 마주 이모씨와 구모씨도 각각 30억∼4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역대 정권마다 권부의 핵심이 마사회를 꿰찬 건 우연이 아니다. 박근혜정부는 '7인회'의 멤버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신임 마사회장에 임명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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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