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걸린' MB정권 광산스캔들 추적

해외로 나간 돈…정권 실세에 꽂혔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MB정부가 추진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이 무려 2조원(담보 포함)을 투자했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송금된 투자금 중 일부는 출처가 불분명해 비자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 나온다.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거액의 부채를 짊어졌다. 그 합이 수십조에 이른다. 사업 과정에서 공중으로 뜬 수많은 돈다발은 대체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지난달 허리케인 '오딜'이 멕시코 산타로살리아 볼레오 광산 현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지로 파견된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다. 광물공사는 멕시코 볼레오에서 구리 등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생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두 번째 '허리케인'이 볼레오 현장을 덮쳤다. 볼레오발 쇼크는 지난 6일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볼레오발 쇼크
수조원 어디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볼레오 동광사업의 숨겨진 치부를 폭로했다. 한 차례 '부도(default)'가 난 상황을 은폐하고 2조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등 부실과 부정으로 얼룩진 사상 최악의 해외 개발사업이라는 내용이었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지난 2008년 투자회사 바하마이닝(Baja Mining)이 재무투자자를 모아 시작한 개발사업이다. 바하마이닝은 광산개발 경험이 부족한 사실상 투기 목적 자본이었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은 이런 바하마이닝의 지분 30%을 얻기 위해 10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사들였다. 최초 매입비용은 7600만불이었다. 문제의 개발사업은 2011년 6월이 돼서야 첫 삽을 떴다.


그러나 착공 1년 만인 2012년 6월 볼레오 동광사업은 부도가 났다. 당초 예상하던 개발비용보다 5억불가량이 더 필요하게 되자 대주주인 바하마이닝이 손을 털어버린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12년 4월 바하마이닝의 주가는 5센트까지 폭락했다. 추가 개발비용 확보가 어려워지자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대주단은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추가 대출마저 중단했다. 볼레오 동광사업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이 이뤄졌다. 모든 대부계약은 부도 상태가 됐고, 사업의 생사여탈권은 미국 수출입은행, 캐나다 수출은행, 한국 산업은행 등 대주단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 무렵 지구 반대편에서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자원외교 전도사'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실로 점철된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받은 상태였다. 개발 목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은 MB정권의 판도라라는 얘기가 돌았다. 여기에 볼레오 동광사업의 부도 소식까지 더해지면 다가올 대선 가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했다.

김신종 당시 광물공사 사장은 경영진과 부도 사실을 숨기기로 합의했다. 김 사장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와 대통령인수위까지 거친 MB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더욱이 김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를 수차례 수행하며 'MB표 자원개발'의 상징으로 불렸다.

이런 김 사장과 경영진은 투자사 바하마이닝이 개발비용 증가로 사업을 자체 포기한 것처럼 실상을 은폐했다. 심지어 아무 권한이 없는 바하마이닝과 '협상쇼'를 벌여 모든 지분을 인수했다. 이 같은 계약 사실은 이사회에 보고됐다.

그런데 이사회 보고에는 볼레오 사업권이 대주단 쪽으로 넘어간 사실이 누락됐다. 이들은 동(銅) 가격을 임의로 높이고 기준수익률을 낮춰 잠재된 사업성이 상당한 것처럼 포장했다. SK네트웍스 등 사업에 참여한 국내 컨소시엄이 추가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통보한 사실조차 숨겼다. 지난 6월 감사원은 이 같은 사실들을 확인해 관련자들을 징계 조치했다. 그러나 징계자 명단에 김 사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볼레오 개발사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사업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바하마이닝 부도 직후 경영진은 이사회가 승인해 주지 않으면 1억6300만불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겁을 줬다. 이어 9000만불을 추가 투자하면 지분을 51%로 늘려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꾀었다. 즉 투자를 하지 않으면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지만 투자가 되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멕시코 동광사업 2조 날릴 위기…비자금 가능성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연달아 실패 "누구 책임?"

결국 이사회는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분 21%를 9000만불에 인수하고, 2차로 지분 39%를 4억9110만불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진행됐던 2012년 8월 당시 캐나다 주식시장이 평가한 바하마이닝의 시가총액은 2032만불(캐나다달러)에 불과했다.

또 김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고정식 사장은 2012년 10월 미국수출입은행의 볼레오사업 채권 4억1900만불(1억2600만불 기대출)을 일거에 인수했다. 당초 9030만불로 예상된 투자비는 대선을 앞둔 2달 만에 무려 8억불(한화 1조원)까지 급증했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1차로 투입된 9000만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에 있다. 송금 과정에서 이사회의 승인 없는 불법송금이 벌어졌고 돈을 받는 입장인 볼레오 현장의 회계조직은 이미 와해돼 있었다. 송금된 9000만불이 실제 볼레오 개발사업에 쓰였는지 확인할 길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 돈의 일부가 비자금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볼레오 현장에는 건설담당 직원 단 1명만 상주하고 있었다. 2012년 9월 말이 돼서야 멕시코 현지에 재무현황 실사를 한다며 직원 2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겨우 열흘 만에 실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후에도 광물공사는 올 5월까지 약 2년 동안 디폴트(부도) 상황을 면치 못했다. 대주단이 내어주는 초단기 권리행사유보협약(stand still)으로 연명했다. 이 기간 광물공사는 대주단에 휘둘리며 사업비도 추가로 충당하는 등 문자 그대로 '봉' 노릇을 했다.

글로벌 호구
광물 어디에

만신창이가 된 개발사업은 올 5월이 지나서야 볼레오 운영사가 회사채 3억4000만불을 발행하고 이를 광물자원공사가 보증하며 부도 상황을 면했다. 대주단은 단 한 푼의 손실도 없이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반면 광물공사는 보증 과정에서 각종 담보를 제공해 경제적 부담을 2조원대로 상승시켰다. 이는 부도의 책임과 혹시 모를 리스크를 국민 혈세 2조원을 퍼부어 대한민국 정부가 떠안은 셈이다.

김 의원은 "이 정도면 봉 노릇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가) '글로벌 호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에 다름없다"고 강조했다.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볼레오 사업은 대주단이 6억9100만불 손실 가치 평가를 내리는 등 이미 경제성을 상실한 모양이다. 광물공사가 내놓은 회생 계획조차 광산의 지질과 기술적 문제 등이 맞물려 절망적이라는 판정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장과 경영진, 이사회는 어떤 징계나 문책도 받지 않았다. 부도난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김 사장과 고 사장, 주무장관이었던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주단의 일원으로 사건 경과를 처음부터 지켜본 산업은행은 투자금 회수에 급급했다.

김 의원은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B정부가 추진한 대형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빚 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이다. MB정부는 정권 초부터 자원외교 세일즈를 진두지휘했다. 문제는 그때마다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광물·석유·가스공사 부채만 수십조
무리한 투자 후폭풍…대책 있나 없나

특히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의혹의 중심에 서는 일이 많았다. 먼저 이 전 의원이 주도한 볼리비아 리튬광산 개발사업은 2012년 7월 정식계약을 맺고도 단 한 발짝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채굴권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컨소시엄을 구성한 포스코와 광물공사는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나미비아 우라늄 개발사업은 계약 없이 사업이 종료됐다. 당초 정부는 나미비아 정부와 우라늄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경제성이 희박해 없던 일이 됐다. 그 사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나미비아에서 우라늄 시추에 성공했다.

박 전 차관이 주도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에서는 정부 고위관료가 연루된 희대의 주가조작이 벌어졌다. 오덕균 CNK 대표는 올 4월 카메룬 광산에 매장된 다이아몬드 추정량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CNK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검찰의 예리한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요란했던 미얀마 해상광구 사업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권 실세로 알려진 이영수 KMDC회장이 개발권을 따내 화제가 됐던 이 사업은 해당 광구가 '빈 광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다.

마다가스카르 채광사업의 경우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앞서 광물공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던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는 "사업성이 없다"며 지분을 전량 되팔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1조2500억원을 투자해 2010년부터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4년이 지난 올 1월이 돼서야 겨우 채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컨소시엄이 등을 돌려 사업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가가 보증한 해외투자는 대부분 실패했거나 커다란 빚만 안고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광물공사와 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에 투입된 예산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국 정상간 MOU(양해각서)만 남발했지 성과는 초라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2조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권을 따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탐사과정에서 4400억원을 쏟았음에도 약속한 원유나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됐지만 예상보다 매장량이 작아 사업 규모는 절반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광물공사가 국회로 제출한 자원외교 현황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특사 등이 실시한 자원외교는 모두 35건(MOU)에 달했지만 실제 계약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단 2건에 그쳤다. 이처럼 해외 자원개발 실적이 뻥튀기되면서 정부가 입은 공식적인 손실액만 2조3000억원(지난해 기준)을 넘었다. 이는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에서 입은 피해액 등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주요 공공기관 결산 평가'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19억6000만불의 손해를 입었다. 자료에 따르면 MB정부는 2008년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2년까지 해외 자원개발에 17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9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규모는 2008년 5조5000억원에서 2012년 17조98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가스공사도 갚아야 할 빚이 23조5000억원 늘면서 부채비율이 150% 이상 폭등했다. 광물공사 역시 부채비율이 70% 이상 증가했다.

나라 곳간 털어
외국과 나눠먹기

상황이 이럼에도 '묻지마 해외 투자'는 여전히 붐이다. 지난 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석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몽골 석탄개발 투자현황'에 따르면 지금껏 274억원의 손실을 본 이 사업에 석탄공사는 19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해당 사업은 감사원 감사결과 부실사업으로 판명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받았다. 석탄공사는 2010년부터 몽골에서 생산을 시작해 누적 생산량은 10만2029톤에 이르렀지만 판매량은 8.6%인 8811톤에 그쳤다.

해외 자원개발을 명목으로 벌어지는 돈 잔치, 국민의 혈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흘러가고 있다. 우리 곳간을 털어 먼 나라 정부를 배불리는 악순환은 몇 년 째 계속되고 있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재계 실력자와 지분 거래를 했다는 소문은 그의 '비즈니스'가 국익을 위한 것인지 사익을 위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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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