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장악한 '친박 정피아' 실태

'박피아' 천국 된 신의 직장 "부(끄)럽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의 정점에 친박(친박근혜)계 정피아(정치+마피아)들이 대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더니 그 자리를 '친박 정피아(이하 박피아)'가 메우는 형국이다. 연내 교체를 앞두고 있는 150여개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를 놓고도 벌써부터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피아의 공공기관 장악 실태를 점검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지난 5일 공개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 2'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132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 등의 자리에 205명의 박피아들이 선임됐다. 앞서 민 의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공공기관 친박인명사전 1'(2013년 1월~2014년 3월)에서 집권 1년 동안 84개 공공기관에 114명의 박피아가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6개월 사이 박피아의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이 급증한 셈이다.

박피아 낙하산 급증

이에 따라 연내 교체될 예정인 150여개 공공기관 고위직에도 박피아가 대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이하 알리오)에 따르면 10월 초 기준 총 304개 공공기관 중 35곳이 사실상 기관장 공석 상태다.

강원랜드, 국방기술품질원, 국제방송교류재단 등 15곳은 아예 기관장이 없다. 한국가스기술공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등 20곳은 기관장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기관장이 정해지지 않아 전 기관장이 어정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거래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8곳은 연내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다. 여기에 각 공공기관의 감사, 이사 등 고위직 자리는 100여개 이상 비어 있거나 조만간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총 150여개의 공공기관 고위직 자리가 연내에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48개 관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간평가 결과가 10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어서 방만경영 해소 실적이 미흡한 기관장이 추가로 교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50여개+α' 공공기관 고위직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고위직 박피아 장악
'능력'보다 '친박 끈'이 우선?

문제는 올해 들어 공공기관에 박피아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앉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교체가 예정된 자리에 박피아들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 중 10여개 기관(강원랜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에서 선임절차가 진행 중인데 모두 박피아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후보로 23명이 지원했지만,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클린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친박계 함승희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주 성주그릅 회장이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됐고, 대선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자니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또 친박계 곽성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임명, 박완수 전 창원시장의 인천공항공사 사장 내정도 박피아의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능력보다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공공기관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권에 끈이 있는 정치권 인사나 교수 등 학계그룹이 관피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는 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능력을 통한 인사제도를 추진하겠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정부에서 없어져야 한다" 등의 대선과 인수위 시절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조치다. 박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음이 또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물론 모든 박피아 낙하산들이 능력을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의 요직을 박피아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 정권보다 심각

심지어 공공기관 박피아의 현주소는 노골적, 전면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권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고위직에 능력보다 끈이 우선되는 인사를 하면서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병두 의원은 "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추진이 박피아의 공기업 파티로 귀결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전면 파기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을 위해서는 박피아 근절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공기관 '박피아' 인사 현황 분석

지난 3월~9월까지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로 임명된 박피아는 총 66개 기관 94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15명은 기관장(15.8%), 10명은 감사(10.5%), 69명(73.7%)은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출신(44명, 47.9%), 대선캠프·인수위 출신(31명, 33%), 친박단체 활동 및 지지선언 그룹(18명, 19.1%) 등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로 범위를 넓혀 보면, 총 132개 공공기관에 205명의 박피아가 투입됐다.

직위별로는 이사가 119명(59.6%)으로 가장 많으며 기관장(60명, 28.2%), 감사(26명, 12.2%) 순이다. 출신 그룹별로는 새누리당 출신이 92명(44.9%)으로 가장 많고, 대선캠프·인수위 출신(78명, 31.2%), 친박단체 활동 및 지지선언(35명, 17.1%) 순으로 임명됐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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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