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혁신경쟁’ 불붙은 내막

‘양치기 소년’ 오명 이번엔 벗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정치권에 혁신경쟁이 한창이다. 여야가 앞다퉈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변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가 수개월간 파행 운영되며 ‘국회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혁신이 ‘말잔치’로만 끝났던 전례가 많아 또 다시 변죽만 울리다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여야가 모두 당내에 혁신기구를 설치하고 혁신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새누리당이 지난달 18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일주일 뒤 원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혁신경쟁 돌입

사실 여야의 혁신경쟁은 선거 때마다 나왔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혁신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이번엔 과연 다를까.

우선 새누리당의 혁신방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실천 등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고,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하는 공천개혁과 당 체질개선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표다.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는 ‘개헌’까지 혁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문수 위원장, 김무성 대표, 친박계 등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혁신위에서 개헌이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권한과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라며 “당 지도부, 정당의 큰손들이 공천이라는 특권을 국민께 돌려주지 않고 민심에 반하는 집착을 하고 있다”고 특권 내려놓기와 공천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공천개혁은 정당의 가장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평소 강조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 등을 놓고 혁신위가 본격적 논의에 들어갈 경우 강한 반발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부터 시작해 최근의 7·30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데 이어 세월호 정국 대처 실패, 내부 갈등 등으로 당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혁신위에서는 발등의 불인 당 재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형 혁신인 셈이다.

하지만 비대위가 사실상 내년 초 전당대회 준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리형 비대위가 만든 혁신위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혁신을 이룰지는 의문이다. 당장 첫 회의부터 원혜영 위원장은 “새로운 혁신안을 만드는 것보다는 과거 나왔던 혁신안 중에서 몇 가지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소 소극적 활동을 예고했다.

게다가 혁신위원으로 김기식·김승남·진선미 등 초선의원들이 7명이나 포함된 것도 힘을 갖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 ‘특권 내려놓기’ 한목소리
여 ‘정권재창출’, 야 ‘재건’ 목표

물론 새정치연합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 대선패배 후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만든 혁신안 등 근래 내놓은 혁신안이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와 관련된 문제들도 이미 다 포함돼 있다.


야권 관계자는 “기존에 나온 혁신안 중 우선적으로 실천할 과제들에 대한 선별 작업이 끝났다”며 “혁신위에서 이를 실천할 일만 남았다.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당내 계파갈등을 막기 위한 방안도 혁신위에서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위원장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파 갈등이 도를 넘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바로잡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차기 총·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재창출, 새정치연합은 당 재건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같은 듯 다른 혁신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야의 의욕적인 혁신추진에도 불구하고 실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선전만 요란하다 ‘말잔치’로만 혁신이 마무리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미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 등 특권 내려놓기를 경쟁적으로 약속했지만, 2년이 흐르는 동안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다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혁신논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당내 반발과 갈등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만만찮다. 새누리당의 경우 잠재적인 대권경쟁자인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이 벌써부터 혁신위의 권한 등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등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비박계 중심의 혁신위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도 가시화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이번 혁신안이 향후 당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 간, 차기 당권주자 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혁신방향 자체를 놓고도 ‘노선 갈등’ 등 분란의 여지가 있다.

용두사미?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혁신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즈음, 여야가 호언장담하고 있는 혁신경쟁이 실제 정치혁신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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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