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에 무슨 일이…

여직원 성적 모욕감 주고 ‘미안∼’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논란이 확대일로다. 센터별로 노조 와해를 위한 각종 탄압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집단 폭행은 물론,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발령을 내고 회사를 없앤 사례도 있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각 지역 유선서비스센터인 '행복서비스센터'를 아웃소싱,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행복센터는 인터넷·IPTV·인터넷 집전화 등 통신상품의 개통·AS업무를 수행한다. 하도급 업체는 사무직과 A/S기사 등은 정규직으로, 나머지 설치기사 등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재 하도급을 하는 경우도 많다. 91개의 행복센터 중 종합센터 성격인 20여개 센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아웃소싱 형태다.

재계약 조건도 까다롭다. SKB는 하도급 영체들을 영업실적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한다. 최하 등급인 5등급 판정을 연이어 받을 경우에는 재계약이 어렵다.

살인적 노동강도

때문에 비정규직 직원들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센터별로 할당된 영업·설치 실적을 맞추기 위해 살인적인 노동을 하고 있다. 출근은 오전 8시경, 퇴근 시간은 없다. 토·일 휴무는 언감생심이다. 월급이라도 많이 받으면 좋으련만 쥐꼬리다. SKB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설치기사가 부담하는 업무 실비는 월 35만∼40만원 선. 모뎀·셋톱박스·공유기 등 장비 분실 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72만원가량이 월급에서 삭감당한다는 게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이다.

개통기사들 월급은 개통 건수에 따라 다르다. 많으면 많을수록 월급이 늘어난다. 하지만 개통 건수에 대한 수수료는 매년 감소해 왔다. 건당 5만원가량의 수수료가 최근 3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원청인 SKB가 분기별 평가를 통해 센터에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중간 업체가 '꿀꺽'하기 일쑤다. SKB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SKB는 각 센터에 1등급 100만원, 4등급 70만원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지만 센터는 지급액을 차감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명찰이나 명함 비용마저 설치기사 월급에서 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설치기사들은 SKB 비정규직지부(노동조합)를 만들었다. 지난 3월30일 SKB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설치기사들이 모여 통신지부를 설립했다. 4월18일에는 센터에서 만연한 불법적 노동실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각 센터가 이를 와해시키려고 폭언, 폭력 등을 동원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SKB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A행복센터는 노조원에게 집단 폭력과 성폭력을 휘둘렀다. A행복센터 설치기사 A씨에 따르면 9월16일 A센터 직원 10여명이 B씨를 집단 폭행했다. 회의에 참석하라는 얘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오갔고 이에 항의하는 B씨를 직원들이 둘러싸 폭행한 것. 이 과정을 촬영하려던 통신기사 수명은 끌려가며 폭행을 당했다.

다음 날인 9월17일에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센터 본부장 B씨가 노조에 가입한 여직원이 들고 있던 메모지를 뺏으려 완력행사를 하던 도중 여직원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언어 폭력을 통해 성적 모욕감을 준 것. 피해 노조원은 폭력을 행사한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CCTV 파손과 사측의 모르쇠, 쌍방고소로 해결은 지지부진하다.

센터별로 노조 설립 후 와해 위한 탄압
유령회사 만들어 발령 내고 회사 없애

C행복센터는 "대체인력을 투입할테니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 다 잘라버려라"라는 SKB 운용팀의 연락을 받았다. D행복센터도 "기사들이 노조에 동참하면 다 잘라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4대 보험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도 했다. 퇴사하지도 않는 조합원들이 마치 자진퇴사한 것처럼 꾸며 고용보험 자격 상실 신고를 하는 방법이다. 노조원들의 일감을 빼앗는 일도 발생했다. 센터를 쪼개 노조원들을 한 곳으로 발령을 내고 폐업을 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고용노동부의 SKB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27개사에 대한 노동관계법 위반 수시 감독 결과도 SKB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감독 결과, 서면 근로계약서 미작성(16개사)·기재사항누락(3개사) 등 대다수 사업장이 기초고용질서를 준수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고 최저임금 위반, 연장·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및 퇴직금 등 금품 미지급도 23개 업체, 총 4억9192만원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결과 적발된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신속하게 시정하도록 하겠다"며 "노사 협의 또는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보수 및 근무체계를 갖추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SKB 비정규직 노조는 '첫 파업'을 준비 중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이고, 해고 설치기사들을 중심으로 사옥 앞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등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바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다. SKB는 노조 결성 이후 "개통·AS기사들은 협력업체 소속이다"며 뒷짐지고 있고 교섭권은 경총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경총은 SKB 협력업체를 '필수공익사업장'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필수공익사업장은 업무를 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파업이 제한된다. 9월11일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 등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총이 이들 협력업체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간주하고, 지노위에 파업 참가가 제한되는 '필수유지업무'의 대상과 인원을 조정해 달라는 뜻이다. 지노위는 지난 9월23일부터 이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법 위반 논란

노조는 경총이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렇게 중요한 업무라면 지금껏 왜 하청을 줘왔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케이블 업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방해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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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