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설 도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왜?

물갈이 1순위? "임용록 따라 집으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풍랑이 일고 있다. 정확히는 태풍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불거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하 금감원장)의 경질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최 원장과 청와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는 의심은 지워지지 않는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 원장의 중도 낙마를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반대세력이 주도하는 '흔들기'일까. 아니면 알릴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일까. 지금은 잠잠하지만 폭풍은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른다.

조심스러웠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금감원 관계자는 "현 수뇌부와 관련해 안 좋은 기사가 나가면 반드시 내부 고발자를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내정된 후 조직 분위기가 경직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금융권 화두

'KB금융 사태' 이후 최 원장의 거취는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유력 언론이 경질설을 보도할 정도로 최 원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물론 당사자인 최 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중이다. 문제는 그를 견제하는 금감원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최 원장은 금감원 직원으로는 최초로 내부 승진한 '순혈'이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재무부와 대통령비서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를 거쳐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지명됐다. 지난해 3월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사임하면서 박근혜정부 초대 금감원장 자리를 꿰찼다. 이후 1년 넘게 '금융검찰'인 금감원을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최 원장의 경질 가능성이 언급됐다. <조선일보>는 9월12일자 기사에서 "청와대가 최 원장의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질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경질설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슷한 시기 임명된 4대 권력기관장이 저마다 크고 작은 '실수'로 교체됐다는 점이 가능성을 더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2013년 9월 낙마했다. 김덕중 전 국세청장은 2014년 8월 퇴임식을 열었다. 이성한 전 경찰청장은 같은달 유병언 수사의 책임을 물어 사실상 경질됐다. 정권의 호위무사격인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옷을 벗었다. 세월호 정국이 본격화되던 2014년 5월 남 전 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흥미롭게도 남 전 원장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여파가 잦아들 때쯤 '경질'됐다. 같은 맥락에서 최 원장도 "KB금융 사태가 수습되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최 원장은 남 전 원장이 경질을 앞두고 있던 때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돌출행동으로 내각과 갈등을 빚은 게 첫째고, 언론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가해진 게 둘째,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여권마저 경질설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점이 셋째다.

KB금융 사태 도화선…중도낙마 감지
일각서 음모론 모락…흔드는 손 있나

심지어 여권 일각에선 경질론을 은근히 부추기며 최 원장을 흔드는 모양이다. 청와대 관계자 혹은 여권 고위관계자발로 "최 원장이 다음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 국회 국정감사 이후(올해 11월)가 유력하다는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최 원장은 KB금융에 대한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진사퇴할 것이란 소문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그렇게 얘기한 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권의 신임이 두터웠던 남 전 원장도 들끓는 책임론을 비켜가지 못했던 것을 상기하면 최 원장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그간 최 원장은 '동양 사태'나 '카드사 정보유출' 등 굵직한 금융 현안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더구나 KB금융에 대한 징계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엇박자를 낸 점은 어떤 형태로든 문책이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최 원장은 지난 4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주의적 경고) 결정을 뒤집고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의 수장이 징계수위에 불복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초유의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KB금융 사태를 악화시킨 불쏘시개가 됐다.

당초 금융위는 금감원의 문책경고가 과하다고 보고 경징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최 원장이 강경노선을 굽히지 않자 진통 끝에 '직무정지'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임 회장 입장에서 보면 한 달 사이 3번이나 오락가락한 징계 통보를 받아들일 리 없었다.

얼핏 최 원장이 소신을 지킨 것처럼 사건 양상이 전개됐지만 실제 내막은 달랐다. 같은 기간 임 회장은 이 전 행장과 '템플스테이 파동'으로 내분을 빚었고, 이 전 행장은 직원들을 고발함으로써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은 자진사퇴 권유를 수차례 거부하며 당국의 권위에 생채기를 남겼다. 금융위를 상대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찍어낸' 금융당국과 '찍힌' 임 회장의 대치국면이 한동안 계속됐다.

이 같은 사건의 빌미는 최 원장이 제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감사 직후 예정에 없던 중징계 사전 통보로 임 회장을 저격하는가 하면 징계 수위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성급한 브리핑으로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최 원장의 지위는 외견상 공고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경질설이 보도되자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관계자에게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또 금융권 안팎에선 '최 원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식의 음모론이 비등하는 중이다. 이 같은 주장은 최 원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온 언론을 중심으로 힘을 받고 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최 원장이 언론에 민감해 현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를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 조직을 자기 입맛대로 개편해왔다"고 귀띔했다. 비판적인 내부 채널이 위축됐다는 얘기다.

박지만 라인?

한편에서는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 언론은 최 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의 친분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하면 경질을 하려는 세력과 경질을 막으려는 쪽의 대립도 상상해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안에서 각기 다른 '정보'를 전한 채널이 있다는 사실이 주목되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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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