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H공사 횡포 제2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여의도 자주 간다했더니…이런 음모가!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LH공사 관계자들의 잦은 발길로 국회문턱이 닳고 있다.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과 정책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로비의 주요테마는 LH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관한 것이다. <일요시사>는 LH공사 측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문건을 입수, 공개한다.
 
 
지난 8월에 작성되어 LH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배포 중인 이 문건의 제목은 ‘임대주택관리·운영 효율화관련 설명자료’. LH공사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맞추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의 축소 및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 효율이 
2배 이상 차이?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택공단은 비효율적 조직이므로 임대운영업무는 LH공사로 회수하고 주택공단에는 주택관리업무만 남겨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남은 주택관리업무 또한 민간부문과 경쟁시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내용은 위 사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LH공사가 보유한 주택공단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공단은 매우 비효율적인 조직이어서 차라리 LH공사가 주택공단으로 분산된 임대운영업무를 회수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가 주택공단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두 배 효율’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가 덧붙었음은 물론이다. 
 

LH공사 측이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한 이 문건은 주택공단 측이 확보한 후 <일요시사>에 제보, 전달됐다. 주택공단 측은 “이 문건이 142조의 국내 최대 부실규모를 가진 LH공사가 업무영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정부시책과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공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문건 속에 제시된 각종 데이터는 LH공사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짜깁기한 것으로서 자칫 보는 사람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효율성 경쟁에서 두 배 이상 우위에 있는 것은 LH공사가 아니라 주택공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공영주택의 임대관리업무가 일원화되어야 한다면 그 중심축은 LH공사가 아닌 주택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다. 
 
LH공사가 작성된 문건으로 인해 발발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효율성 논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이른바 ‘관리방식의 전쟁’이다. 현재 주택공단이 취하고 있는 공공주택관리방식은 공공주택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관리소를 통해 입주민과 관련한 ‘임대운영’ 업무와 시설물에 관련한 ‘주택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운영’ 업무란, 입주자 교체 또는 변경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임대차 계약업무와 임대료 수납, 거주 자격심사, 예비입주자 모집, 입주 및 퇴거관리 등과 같이 운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엘리베이터나 조경, 도로 등의 관리나 경비, 소독, 청소 업무 및 관리비 집행과 수납 같은 부분은 ‘주택관리’ 업무에 속한다.
 
국토위 의원들 찾아 전방위 로비전
국회 설득 과정서 제시한 문건 입수
 
주택공단과 달리 L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관리방식은 ‘광역관리’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역별로 몇 개의 단지를 통합한 후 임대운영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인 이른바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각 단지의 관리소에는 주택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임대운영은 LH공사가, 주택관리는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공단보다 두 배 더 효율적’이라는 LH공사의 주장은 곧 광역관리 방식이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한 주체가 통합하여 수행하는 단지관리 방식과 이를 두 개의 주체로 이원화시킨 광역관리 방식은 각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 만큼 임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격차에 대한 판단도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공사가 먼저 ‘LH공사 임대운영 방식이 두 배 효율적’이라고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주택공단 업무회수 및 민영화 추진의 명분확보가 절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LH공사의 도발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 일각에서 “국내 최대의 부실공기업으로 지목된 LH공사가 장차 업무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벌이는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다수의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적네트워크에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100% 쥐고 있는 LH공사로서는 유일한 결핍요소가 ‘대의명분’ 하나뿐이다.  
 
 
절박함으로 따지면 주택공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LH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이 추진하다가 안 되면 접어도 그만인 사안일지 모르지만 주택공단으로서는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가 30조 자본의 모회사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논쟁의 테마가 자본력이나 지분구도에 좌우되는 논쟁이 아닌 ‘관리 효율성’에 관한 부분인 만큼 하등에 꿇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 바탕에는 평균 연봉 6500만원의 LH공사에 비해 3500만원에 불과한 주택공단이 비효율적일 까닭이 없다는 판단과 대놓고 자회사를 핍박하고 나선 모회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향후 날 선 논리공방이 예견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짚어보자.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는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과의 단순비교가 여의치 않다. 이런 까닭에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의 통합관리센터와 주택공단을 비교하고, 주택관리 업무 부분은 민간업체와 주택공단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효율성 논쟁의 테마인 임대운영 부분을 비교해 보자. LH공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LH공사가 제공한 75만 세대의 공영주택 가운데 49만5000 세대에 광역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투입되는 인원은 65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297억원,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 수는 744세대로 직원 1인당 관리비는 6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은 적용세대가 25만7000 세대, 투입인원은 701명, 연간 인건비 325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인당 관리세대는 367세대이며 직원 1인당 관리비는 12만6000원이라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1인당 관리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보다 2배가량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이다.<표1>
 
이에 대해 주택공단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논리라는 반응이다. 우선 LH공사가 광역관리 하고 있다고 밝힌 49만5000세대 속에는 ‘매입임대’ 8만2000세대와 ‘전세임대’ 9만세대 등 도합 17만3000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주택공단이 전혀 취급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이 두 항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임대 운영
누가 잘하나
 
여기서 매입임대란, LH공사가 다세대주택이나 민간아파트를 매입해서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시중 전월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을 말하고, 저소득층이 전세 계약할 집을 고르면 LH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이를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것이 ‘전세임대’다. 두 항목 모두 분류상으로는 공영주택 범주에 포함되지만 비교대상인 주택공단의 업무가 아닌 이상 효율성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LH공사 관리세대 모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두 항목을 관리세대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평균비용을 낮게 포장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객관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주택공단은 LH공사의 광역관리를 받는 세대 수는 49만5000세대가 아닌 32만3000세대로 계산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인건비 항목만 비교해서는 공정한 비용효율 분석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건비 외에 본사비용(4대 보험, 퇴직금, 임대경비 등)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소요경비 등을 함께 반영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위와 같은 사항을 수정, 반영한 후 도출해 낸 결론은 놀라웠다. LH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표2> 
 
공단의 계산에 의하면 비용분석에 포함시켜야 하는 실제 세대 수는 LH공사가 32만2000 세대, 공단은 25만5000 세대이다. 투입되는 업무인원은 각각 477명(LH)과 506명(공단)으로 인건비 부분은 246억원(LH)과 203억원(공단)로 계산됐다. 여기에 추진경비 151억원(LH)과 26억원(공단), 본사비용은 255억원(LH)과 67억원(공단) 등의 요소를 감안하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비용은 LH공사가 652억원, 공단은 2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전체비용을 기반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세대를 추정하면 LH공사가 674세대 공단은 504세대이며, 이어 한 세대에 투입되는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LH공사는 세대 당 20만3000원, 공단은 11만6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 입증 자료…몽땅 허위?
‘나만 살면 그만’물불 안 가려
 
LH공사의 ‘두 배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을 계산했을 때 가능한 주장이지만 제반 비용요소를 함께 고려해보면 ‘두 배 비효율적’(20만3000원 vs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택관리’ 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LH공사는 민간업체의 관리소장 연봉은 3100만원, 관리원은 2300만원인 반면 주택공단의 경우 소장 연봉은 4700만원, 관리원은 3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평당 관리비용은 민간이 609원이고 공단은 622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한 세대 당 부담비용으로 환산해서  민간부분의 관리비는 세대 당 15만8000원인데 비해 공단은 17만7000원이 되므로 ‘주택공단이 민간업체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LH공사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관리비에는 엘리베이터나 도로, 청소, 방역 등에 관한 ‘공용관리비’만이 아닌 ‘일반관리비’ 부분을 함께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관리비는 공용관리비 609원에 일반관리비 298원을 합해 평당 899원이 맞고, 주택공단의 경우 공용관리비 599원에 일반관리비 279원을 합한 838원이라는 것. 이는 LH공사의 주장과 달리 주택공단이 주택관리 부분에도 민간업체보다 평당 61원이 저렴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주택공단은 평당 61원의 격차는 그나마 민간업체의 체면을 고려해서 참고 있는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는 단지 주택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비인 반면 주택공단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에 임대운영 업무를 더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비라는 것이다. LH공사의 주장대로 주택관리 업무만을 따로 떼어 계산하면 61원이 아니라 120원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에 거듭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주택공단의 수수료가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포함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LH공사가 공동관리비 부분만을 단순비교해서 자료를 만든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입장이다.
 
주택공단 측이 역으로 LH공사에게 되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공가비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공가비용’이란, 임대주택이 입주자 없이 공실로 비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등 LH공사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거주하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다음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집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런 세대를 ‘공가세대’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가비용’이라고 한다. 이 공가비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LH공사가 광역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3단지(1316세대)와 주택공단에서 단지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2단지(917세대)를 일례로 들어보면,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선유 2단지 월평균 공가세대는 8세대에 불과한 반면 LH공사는 월평균 220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지근거리 관리보다 원거리 관리가 불리하고, 단지 내 관리소로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광역센터와 관리소로 이원화된 체계보다 다소라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공가세대의 대소가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 상실에 따른 경영손실 때문이다. 공가세대가 늘어날수록 정상적으로 납부될 관리비 및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 사례에 따라 계산해보면 단지관리 방식의 관리비 손실(월 평균 8세대) 부분은 연 440만원에 불과한 반면 광역관리 방식의 손실액(월 평균 220세대)은 연 9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대료 손실분을 추가로 반영하면 더 현격한 격차가 생긴다.
 
임대료 부분의 단지관리 방식의 손실분은 연간 1920만원 수준인 반면 이에 비해 광역관리 방식은 4억2240만원에 이른다. 결국 공가세대 발생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단지관리 방식이 총 2360만원, 광역관리 방식은 5억1840만원 규모다. 공영주택의 운영효율과 직결된 공가비용 부분에서는 주택공단이 LH공사보다 22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공단 측에서 “LH공사는 단순히 인건비 효율만 따지고 싶겠지만 임대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려면 이 공가세대 비율 및 그 손실비용의 절감효과를 배제하고서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가비용 비교
자신 있습니까?
 
결국 위 3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은 듣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형 마이크를 들고 떠드는 큰 목소리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그 소란을 뚫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지와 논리도 당당한 무기라고 볼 때, 둘 중에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듣고 보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LH공사가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하고 있는 문건은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포장술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내는 주택공단의 반론과 문제제기 또한 강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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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