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H공사 횡포 제2탄 -힘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여의도 자주 간다했더니…이런 음모가!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LH공사 관계자들의 잦은 발길로 국회문턱이 닳고 있다.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과 정책보좌진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로비의 주요테마는 LH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관한 것이다. <일요시사>는 LH공사 측이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문건을 입수, 공개한다.
 
 
지난 8월에 작성되어 LH공사 관계자들에 의해 배포 중인 이 문건의 제목은 ‘임대주택관리·운영 효율화관련 설명자료’. LH공사는 이 자료를 통해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에 맞추어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하, 주택공단) 업무의 축소 및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리 효율이 
2배 이상 차이?
 
핵심내용은 크게 3가지. 첫째가 주택공단은 비효율적 조직이므로 임대운영업무는 LH공사로 회수하고 주택공단에는 주택관리업무만 남겨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남은 주택관리업무 또한 민간부문과 경쟁시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내용은 위 사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LH공사가 보유한 주택공단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주택공단은 매우 비효율적인 조직이어서 차라리 LH공사가 주택공단으로 분산된 임대운영업무를 회수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가 주택공단보다 ‘두 배 이상 효율적’임을 명기하고 있다. ‘두 배 효율’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가 덧붙었음은 물론이다. 
 

LH공사 측이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한 이 문건은 주택공단 측이 확보한 후 <일요시사>에 제보, 전달됐다. 주택공단 측은 “이 문건이 142조의 국내 최대 부실규모를 가진 LH공사가 업무영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요구하는 정부시책과 여론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공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문건 속에 제시된 각종 데이터는 LH공사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짜깁기한 것으로서 자칫 보는 사람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효율성 경쟁에서 두 배 이상 우위에 있는 것은 LH공사가 아니라 주택공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공영주택의 임대관리업무가 일원화되어야 한다면 그 중심축은 LH공사가 아닌 주택공단이 되어야 한다는 반론이다. 
 
LH공사가 작성된 문건으로 인해 발발한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효율성 논쟁’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어 있다. 이른바 ‘관리방식의 전쟁’이다. 현재 주택공단이 취하고 있는 공공주택관리방식은 공공주택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관리소를 통해 입주민과 관련한 ‘임대운영’ 업무와 시설물에 관련한 ‘주택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임대운영’ 업무란, 입주자 교체 또는 변경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임대차 계약업무와 임대료 수납, 거주 자격심사, 예비입주자 모집, 입주 및 퇴거관리 등과 같이 운영전반에 관한 업무를 말하고, 엘리베이터나 조경, 도로 등의 관리나 경비, 소독, 청소 업무 및 관리비 집행과 수납 같은 부분은 ‘주택관리’ 업무에 속한다.
 
국토위 의원들 찾아 전방위 로비전
국회 설득 과정서 제시한 문건 입수
 
주택공단과 달리 LH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주택 관리방식은 ‘광역관리’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권역별로 몇 개의 단지를 통합한 후 임대운영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격인 이른바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각 단지의 관리소에는 주택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업체를 선정하여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한 마디로 임대운영은 LH공사가, 주택관리는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이원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공단보다 두 배 더 효율적’이라는 LH공사의 주장은 곧 광역관리 방식이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다는 주장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한 주체가 통합하여 수행하는 단지관리 방식과 이를 두 개의 주체로 이원화시킨 광역관리 방식은 각자 나름의 일장일단이 있다. 그런 만큼 임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격차에 대한 판단도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공사가 먼저 ‘LH공사 임대운영 방식이 두 배 효율적’이라고 시비를 건 것은 그만큼 주택공단 업무회수 및 민영화 추진의 명분확보가 절박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LH공사의 도발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 일각에서 “국내 최대의 부실공기업으로 지목된 LH공사가 장차 업무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벌이는 자회사 죽이기 작전”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막대한 자금력과 다수의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인적네트워크에다 자회사의 지분까지 100% 쥐고 있는 LH공사로서는 유일한 결핍요소가 ‘대의명분’ 하나뿐이다.  
 
 
절박함으로 따지면 주택공단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LH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작업이 추진하다가 안 되면 접어도 그만인 사안일지 모르지만 주택공단으로서는 조직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금 70억에 불과한 자회사가 30조 자본의 모회사를 상대로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논쟁의 테마가 자본력이나 지분구도에 좌우되는 논쟁이 아닌 ‘관리 효율성’에 관한 부분인 만큼 하등에 꿇릴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 바탕에는 평균 연봉 6500만원의 LH공사에 비해 3500만원에 불과한 주택공단이 비효율적일 까닭이 없다는 판단과 대놓고 자회사를 핍박하고 나선 모회사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향후 날 선 논리공방이 예견되는 핵심 쟁점 3가지를 짚어보자.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은 임대운영과 주택관리를 분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는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과의 단순비교가 여의치 않다. 이런 까닭에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는 LH공사의 통합관리센터와 주택공단을 비교하고, 주택관리 업무 부분은 민간업체와 주택공단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효율성 논쟁의 테마인 임대운영 부분을 비교해 보자. LH공사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LH공사가 제공한 75만 세대의 공영주택 가운데 49만5000 세대에 광역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이에 투입되는 인원은 65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연간 297억원,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 수는 744세대로 직원 1인당 관리비는 6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은 적용세대가 25만7000 세대, 투입인원은 701명, 연간 인건비 325억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1인당 관리세대는 367세대이며 직원 1인당 관리비는 12만6000원이라고 적시했다. 결론적으로 1인당 관리비용을 비교해 봤을 때 LH공사의 광역관리 방식이 주택공단의 단지관리 방식보다 2배가량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이다.<표1>
 
이에 대해 주택공단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논리라는 반응이다. 우선 LH공사가 광역관리 하고 있다고 밝힌 49만5000세대 속에는 ‘매입임대’ 8만2000세대와 ‘전세임대’ 9만세대 등 도합 17만3000세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주택공단이 전혀 취급하지 않는 업무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이 두 항목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임대 운영
누가 잘하나
 
여기서 매입임대란, LH공사가 다세대주택이나 민간아파트를 매입해서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시중 전월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것을 말하고, 저소득층이 전세 계약할 집을 고르면 LH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이를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 해주는 것이 ‘전세임대’다. 두 항목 모두 분류상으로는 공영주택 범주에 포함되지만 비교대상인 주택공단의 업무가 아닌 이상 효율성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LH공사 관리세대 모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 두 항목을 관리세대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평균비용을 낮게 포장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객관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주택공단은 LH공사의 광역관리를 받는 세대 수는 49만5000세대가 아닌 32만3000세대로 계산해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인건비 항목만 비교해서는 공정한 비용효율 분석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인건비 외에 본사비용(4대 보험, 퇴직금, 임대경비 등)과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소요경비 등을 함께 반영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이 위와 같은 사항을 수정, 반영한 후 도출해 낸 결론은 놀라웠다. LH공사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표2> 
 
공단의 계산에 의하면 비용분석에 포함시켜야 하는 실제 세대 수는 LH공사가 32만2000 세대, 공단은 25만5000 세대이다. 투입되는 업무인원은 각각 477명(LH)과 506명(공단)으로 인건비 부분은 246억원(LH)과 203억원(공단)로 계산됐다. 여기에 추진경비 151억원(LH)과 26억원(공단), 본사비용은 255억원(LH)과 67억원(공단) 등의 요소를 감안하자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비용은 LH공사가 652억원, 공단은 2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전체비용을 기반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세대를 추정하면 LH공사가 674세대 공단은 504세대이며, 이어 한 세대에 투입되는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LH공사는 세대 당 20만3000원, 공단은 11만6000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효율 입증 자료…몽땅 허위?
‘나만 살면 그만’물불 안 가려
 
LH공사의 ‘두 배 효율적’(6만원 vs 12만6000원)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인건비만을 계산했을 때 가능한 주장이지만 제반 비용요소를 함께 고려해보면 ‘두 배 비효율적’(20만3000원 vs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택관리’ 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LH공사는 민간업체의 관리소장 연봉은 3100만원, 관리원은 2300만원인 반면 주택공단의 경우 소장 연봉은 4700만원, 관리원은 3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평당 관리비용은 민간이 609원이고 공단은 622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한 세대 당 부담비용으로 환산해서  민간부분의 관리비는 세대 당 15만8000원인데 비해 공단은 17만7000원이 되므로 ‘주택공단이 민간업체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LH공사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관리비에는 엘리베이터나 도로, 청소, 방역 등에 관한 ‘공용관리비’만이 아닌 ‘일반관리비’ 부분을 함께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관리비는 공용관리비 609원에 일반관리비 298원을 합해 평당 899원이 맞고, 주택공단의 경우 공용관리비 599원에 일반관리비 279원을 합한 838원이라는 것. 이는 LH공사의 주장과 달리 주택공단이 주택관리 부분에도 민간업체보다 평당 61원이 저렴한 수치다. 
 
뿐만 아니다. 주택공단은 평당 61원의 격차는 그나마 민간업체의 체면을 고려해서 참고 있는 수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는 단지 주택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비인 반면 주택공단의 관리비는 주택관리에 임대운영 업무를 더한 대가로 책정된 관리비라는 것이다. LH공사의 주장대로 주택관리 업무만을 따로 떼어 계산하면 61원이 아니라 120원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택공단이 LH공사에 거듭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주택공단의 수수료가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포함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LH공사가 공동관리비 부분만을 단순비교해서 자료를 만든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입장이다.
 
주택공단 측이 역으로 LH공사에게 되묻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공가비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공가비용’이란, 임대주택이 입주자 없이 공실로 비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국민임대나 영구임대 등 LH공사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거주하던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우 다음 세입자가 입주할 때까지 집이 비어 있게 되는데 이런 세대를 ‘공가세대’라고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가비용’이라고 한다. 이 공가비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LH공사가 광역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3단지(1316세대)와 주택공단에서 단지관리를 하고 있는 선유 2단지(917세대)를 일례로 들어보면, 주택공단이 관리하는 선유 2단지 월평균 공가세대는 8세대에 불과한 반면 LH공사는 월평균 220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지근거리 관리보다 원거리 관리가 불리하고, 단지 내 관리소로 일원화된 관리체계가 광역센터와 관리소로 이원화된 체계보다 다소라도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증거다.   
 
공가세대의 대소가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 상실에 따른 경영손실 때문이다. 공가세대가 늘어날수록 정상적으로 납부될 관리비 및 임대료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 사례에 따라 계산해보면 단지관리 방식의 관리비 손실(월 평균 8세대) 부분은 연 440만원에 불과한 반면 광역관리 방식의 손실액(월 평균 220세대)은 연 96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대료 손실분을 추가로 반영하면 더 현격한 격차가 생긴다.
 
임대료 부분의 단지관리 방식의 손실분은 연간 1920만원 수준인 반면 이에 비해 광역관리 방식은 4억2240만원에 이른다. 결국 공가세대 발생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단지관리 방식이 총 2360만원, 광역관리 방식은 5억1840만원 규모다. 공영주택의 운영효율과 직결된 공가비용 부분에서는 주택공단이 LH공사보다 22배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공단 측에서 “LH공사는 단순히 인건비 효율만 따지고 싶겠지만 임대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려면 이 공가세대 비율 및 그 손실비용의 절감효과를 배제하고서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가비용 비교
자신 있습니까?
 
결국 위 3가지 사안에 대한 논란은 듣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대형 마이크를 들고 떠드는 큰 목소리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그 소란을 뚫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지와 논리도 당당한 무기라고 볼 때, 둘 중에 어느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듣고 보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LH공사가 국회와 정부요처에 배포하고 있는 문건은 더 이상 약발(?)이 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공사의 포장술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내는 주택공단의 반론과 문제제기 또한 강하고 날카롭기 때문이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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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