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시한폭탄 S게이트 막전막후

‘잔인한 10월’ 숨만 크게 쉬어도 터진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폭풍전야다. 정재계에 전보다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쪽은 한 중견 건설회사. 검풍이 이 회사를 덮쳤는데, 그 방향이 대기업과 정치권으로 틀어지면서 대형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 안팎에선 ‘S 게이트’라 불린다. 곧 정국을 뒤집을 만한 ‘큰 건’이 터질 조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차례로 손본 검찰은 이후 한동안 ‘관피아(관료+마피아)’에 올인했다. 검찰 중심인 서울중앙지검, 그중에서도 핵심 조직인 특수부는 ‘철피아(철도+마피아)’ ‘교피아(교육+마피아)’ ‘통피아(통신+마피아)’등에 매달렸다.

폭풍전야 예고
정국 뇌관 부상?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상 일단락된 관피아 수사는 정치권을 겨냥했지만 반타작도 하지 못했다. 비리 의혹이 있는 현역의원 가운데 절반가량만 구속, ‘반쪽짜리’수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자존심이 상한 특수부는 지난 추석 전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예리하게 갈린 칼날을 빼들었다. 그 첫 타깃이 바로 S건설이다. 처음 검찰 안팎에선 다소 의아한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수사 가닥이 잡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검찰은 S건설을 먼저 들여다보고, 여기서 몸통을 추려내는 역추적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엔 S건설 오너와 임원진이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S건설은 실체가 모호한 회사를 내세워 부동산개발 사업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S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S건설은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로 했다. 자사가 보유한 경기도 부지의 개발 명목으로 금융권에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모두 사기로 보고 있다.
 
S건설은 아파트 신축 사업을 내밀었는데, PF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시행사가 필요했다. S건설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인 A사를 급조해 부지를 1500억원에 거래한 계약서를 만들었다. S건설은 A사로부터 PF 대출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검 S건설 수백억 비자금 추적
정치권 수사 확대…로비 수사
 
2008년 6월 설립된 A사는 이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금은 실체가 없어졌다. 매년 매출액이 ‘0원’이었다. 검찰이 A사를 S건설이 PF 대출과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유령회사로 판단하는 이유다. A사가 시행사 역할을 맡아 S건설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A사는 저축은행 등에서 PF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150억원을 S건설에 지급했다. 이 돈은 손실로 처리돼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A사는 어음으로 발급했는데, S건설 오너가 사채업자에 넘겨 140억원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S건설의 대출 사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타깃을 정재계 쪽으로 틀어 사건을 키울 복안이다. 그 대상엔 대기업 총수와 거물급 정치권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법조계에선 ‘게이트’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S건설이 A사를 내세워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을 때 모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신용 보증을 섰다. 대기업만 믿고 돈을 내줬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구동성. 검찰은 두 기업 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A사가 대출 자격이 없는 유령회사인 것을 모를 리 없어서다.

유령회사 내세워
대출 사기 혐의
 
보증서에 ‘도장’을 찍어준 배경에 양사의 오너 간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건설 회장과 대기업 회장은 동향 출신으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S건설 회장이 대기업 회장을 끌어들여 사기 공모 후 수수료 조로 비자금 일부를 떼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신용 보증도 모자라 200억원대 자금까지 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S건설과 A사가 맺은 토지매매 계약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대기업이 낀 이유가 수사 핵심이 될 수 있다. 현재 양측의 사기 공모 여부를 캐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의 S건설 수사는 정치권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S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뿌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기 위한 로비용으로다. 사라진 140억원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굵직한 인사들의 이름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P씨, S씨, K씨 등 여야 거물급 의원들과 고위 관료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S건설의 주 활동무대인 경기 지역 정관계는 혹시나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사라진 140억원 어디로?
여야 거물급 의원 거론
 
업계 한 인사는 “S건설은 정관계 인사, 법조인 등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골프접대, 술접대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사업 추진 차원의 전방위 로비에도 적잖은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엔 S건설이 검찰 내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역시 비자금 의혹이었다. 오너가 친인척을 자금 라인에 앉히고, 아파트 분양대금을 수령하면서 일부를 장부상 미수금 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미수금 규모는 매년 1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이번 특수부 수사와 맞물려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 사건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S건설은 과거에도 로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처음 검찰과 악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대선자금 수사 때다.
 
S건설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잘나갔던 거물 정치인 J씨와 K씨 등에게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S건설 회장은 이 돈이 공사대금으로 지출된 것처럼 회사 회계 서류를 작성할 것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년 뒤인 2007년에도 검풍이 들이닥쳤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골프장 건설 인허가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S건설 대표가 구속됐다. 대표는 법인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S건설은 협력사들을 동원해 유력 정치인 K씨에게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에도 검은돈
오너는 감옥행
 

S건설 측은 비자금 수사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검찰 수사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법무팀에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임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반론 등을 듣기 위해 S건설 법무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게이트’ 사건
 
권력형 비리를 일컫는 ‘게이트’사건엔 항상 문제 인물의 이름이 달렸다. DJ 정권 내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윤태식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 등 이른바 5대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엔 청와대와 정치권은 물론 국정원, 검찰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2005년 ‘김재록 게이트’가 터졌다. 금융계 마당발로 통한 김씨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같은해 ‘윤상림 게이트’가 터지기도 했다. 고졸 출신의 브로커인 윤씨가 검찰과 군은 물론 정치권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사기, 공갈, 알선수재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2007년엔 ‘정윤재·김흥주 게이트’가 열렸다. ‘정윤재 게이트’는 전 청와대 비서관인 정씨가 국세청, 건설업자 등과 얽혀 벌인 세무비리 무마 사건. ‘김흥주 게이트’는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던 김씨가 정치권 등 각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2009년의 경우 ‘박연차 게이트’로 떠들썩했다. 박씨가 참여정부 시절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건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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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