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해외순방 징크스 집중해부

대통령 비행기 타면 나라는 시끌시끌 “왜?”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해외로 떠날 때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하는 묘한 일이 이번 캐나다·미국 방문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대통령의 임무 중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해외순방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건들이 매번 되풀이되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26일 캐나다·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취임 2년도 채 안돼 이번까지 10번째 해외순방을 다녀온 박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활동과 그에 따른 성과는 청와대가 자신있게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외교성과를 거두며 국격을 높였다는 것이 당·정의 자평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정치적 사건이 터지는 징크스도 재현돼 해외순방 효과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송광용 사퇴
징크스 재현

청와대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이 박 대통령의 캐나다·미국 방문 출발일인 지난 20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국제적 행사인 인천아시안게임이 막 돛을 올린 가운데 주무 수석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이다. 특히 송 전 수석의 사퇴는 임명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여러 가지 뒷말이 나왔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에 대해 당초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송 수석이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짤막한 말 외에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송 전 수석이 내정되기 사흘 전인 지난 6월9일 서울교대 총장 재직시절 도입한 ‘1+3 유학제도’가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아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경찰이 지난 7월31일 송 전 수석을 입건했고, 지난 22일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12일 3기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수석으로 내정될 당시에도 논문표절 및 중복게재 시비로 구설에 올랐으나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총 10차례 해외순방
떠날 때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 터져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사퇴 관련 설명자료’에서 “지난 19일 민정수석실에서 송 전 수석이 서초경찰서에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20일 본인(송 전 수석)에게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청와대 수석의 신분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사의를 표명해와 이를 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또 다시 구멍이 난 것을 감추기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뒤늦게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까지 받은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그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송 전 수석의 사퇴는 명백하게 박근혜정부의 고질병인 ‘수첩인사’에 따른 인사참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송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이 끊이지 않는 정수장학회에서 13년간 이사로 지낼 정도로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 충분히 오를 만하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 때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지교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조속한 막말과 유언비어로 대통령을 비방하는 일부 교민들의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스토킹 시위’는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매국적인 행위”라고 논평을 낼 정도로 시위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윤창중 사태
시작에 불과


문제는 이와 같은 일들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인 지난해 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해외순방 때마다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은 어김없이 발생했다.

우선 첫 해외순방인 미국 방문 때는 수행원으로 함께한 윤창중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직원(21)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대형사고를 치고 해외순방 중 전격 경질됐다. 윤창중 사태는 2013년 말 중국 <신화통신>이 ‘세계 8대 굴욕 사건’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국제적 망신이었다.

이 사태로 박 대통령도 귀국 후 성과 알리기에 앞서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윤창중 사태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의 2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기습 공개해 여야가 수개월째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또 박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간 주중 한국대사관의 군사외교관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낸 뒤 이를 은폐하려다 발각돼 소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3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져 취임 5개월 만에 옷을 벗는 대형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해 채 전 총장이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선거법 위반 기소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가 선거법 위반 기소를 강행한 것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가 찍어낸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이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기도 했다. ‘내란음모’는 30년 만에 발생한 사건으로, 덕분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면 아래로 파묻히게 했다. 당시 야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공안정국을 조성해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떠날 때마다
터지는 사건

4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10월 APEC, ASEAN 정상회의 및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기초노령연금 공약파기로 국내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의 ‘항명 사퇴’ 파문까지 겹치며 박 대통령은 귀국 후 공약파기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5차 해외순방인 지난해 11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유럽연합 등 서유럽 순방에서는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부정선거 규탄집회를 열어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또한 이 기간에는 박근혜정부의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라는 초유의 사건도 터졌다. 당시 법무부는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의 핵심적인 이유로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핵심인사들이 북한과 연계된 ‘RO’ 조직원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때는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터였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정당 해산심판 청구라는 초유의 사건을 박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순방 중 급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6차 해외순방인 지난 1월 인도·스위스 방문 때는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며 사태를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또 순방 직전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돼 전국이 몸살을 앓기도 했다.

7차 해외순방인 지난 3월 네덜란드·독일 방문 때는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이 자살을 시도한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며 검찰의 ‘윗선’ 조사가 막히기도 했다.


‘윤창중 사태’부터 ‘송광용 사퇴’까지 징크스 지속
대부분 인사참사, 일부 사건은 일부러 터트리기도

8차 해외순방인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순방 때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 직후 원전 관련 행사 참석을 이유로 출국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세월호 사태에서 얻는 교훈은 이윤보다는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에 대한 인식의 공유인데 그 행사(원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해도 부족할 판에 안전과도 거리가 먼 원전 세일즈 해외순방이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고 꼬집었다.

9차 해외순방인 지난 6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매니스탄) 때는 전군에 대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 4성 장군인 신현돈 1군사령관이 위수지역을 이탈해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볼썽사나운 음주추태를 부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대신해 새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후보자가 과도한 전관예우 의혹에 휘말려 자진사퇴한 이후 2차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전 후보자의 친일, 반민족적 교회 연설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반복되는 참극
깊어가는 한숨


이처럼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부분 인사참사였다는 점이다. 이는 시작부터 인사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박근혜정부가 아직까지도 사람을 제대로 가려 뽑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적재적소에 맞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심각하다는 수준을 넘어선 인사 참사가 박 대통령이 해외로 떠날 때마다 되풀이되며 해외순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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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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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