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비대위’ 빅5 5인5색 노림수

한배 타긴 했는데 동상이몽 “자기 밥그릇 먼저?”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혼란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문재인·박지원·정세균·인재근 의원, 박영선 원내대표 등 야권 거물들이 비대위원으로 참여하는 중량감을 갖춘 비대위가 돛을 올린 것이다. 사실상 각 계파의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들이 비대위원으로 가세하며 당 재건과 혁신을 힘차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벌써부터 야권의 ‘빅5’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비대위가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대위원이 사실상 각 계파의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인재근 비대위원은 각각 친노계, 구민주·호남계, 정세균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의 대표격 인사다.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선 비대위원은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됐지만 당내 소장파 대표로 분류된다.

비노계만 제외한
‘빅5’ 비대위 출범

비노(비노무현)계 대표인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를 제외한 당내 각 계파 수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비대위가 꾸려진 것이다. 김·안 전 대표는 문희상 위원장의 비대위 합류 요청을 받았지만 “당의 혼란을 자초한 직전 대표로서 나서기 어렵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빅5’가 참여하는 이번 비대위는 당면한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제정부터 시작해 당 혁신, 차기 전당대회 룰 및 일정 결정, 전국 지역위원장 및 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구성 등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들이 엇박자를 내며 기대와 달리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형식상 문 위원장의 요청으로 비대위에 합류했지만 제각각 노림수가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2일 열린 첫 비대위 회의부터 비대위원들의 동상이몽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인 문재인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이 먼저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하면 어떻게 특검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 줄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답한다면 당이 나서고, 또 제가 나서서 유가족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선 여당 대안제시 후 유가족 설득이라는 다소 유연해진 입장이다.

계파 수장, 유력 차기 당권주자 합류
비대위 임무·활동 놓고 셈법 제각각

반면 정세균 비대위원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야당에게는 손해를 보거나 죽는 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운명처럼 갈 수밖에 없는 길도 있다”며 “세월호 진상규명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세월호법 때문에 국정이 파행하고, 야당이 비판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 비대위원은 “하다하다 안 되면 세정치연합이 의회 권력을 되찾아온 후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2016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승리해 다수당이 된 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장기 플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재근 비대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세월호법과 국회를 식물 상태로 만든 것은 바로 청와대”라며 “청와대의 도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세월호법 제정 지연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게 돌렸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하는 정신으로 세월호법을 해결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여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박영선 비대위원 겸 원내대표는 앞선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1, 2차 협상안이 유가족들과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하며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비대위원장직을 문 위원장에게 넘긴 만큼 유가족들과 당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5인5색
현안 해법

차기 전대 룰과 관련해서도 비대위원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먼저 문희상 위원장이 지난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 재도입 여부에 대해 “모바일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바일투표는 지난 2012년 옛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시행됐다가 대리투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지난해 1월 없앤 제도로, 당 조직보다 야권성향 시민 지지층이 두터운 친노계는 선호하지만 비노계는 반대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대해 박지원 비대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바일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비대위에서 논의도 안 되었고, 비대위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가 벌써부터 내부 충돌을 빚는 모습이 연출되며 논란이 확산되자 문 위원장은 “전대 룰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모바일투표제를 채택하는 것은 어렵다”며 발을 뺐다. 그러나 이는 향후 비대위 내부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 혁신을 놓고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재인·정세균 비대위원은 혁신의 절박함을 강조하며 “이번 비대위에서 혁신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 비대위원은 “혁신도 절박하지만 오해와 분열의 상처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당 화합이 우선’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전대 룰 놓고 충돌?
비노계 “당 혁신·개혁 물 건너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거물급 비대위원들이 차기 전대와 당권을 겨냥해 계파별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비슷한 성향의 의원들과 지지세력을 규합하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 비대위라는 한배 안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특히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비대위원이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어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 야권 당직자는 “거물급 인사들로 비대위가 꾸려졌지만, 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며 세월호법 협상이 더 어려워지고, 계파 갈등도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비노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노계가 반발하는 1차적 이유는 비대위에 비노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일종의 ‘인사 불만’으로 보인다. 하지만 2차적으로는 가장 경계하는 친노계의 부상을 막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당내 중도파 의원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가 문희상·문재인 주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 해서 ‘이문동위원회’니 ‘쌍문동위원회’니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같은 민집모 소속인 조경태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다음 전대 룰을 정하고 당의 혁신과 개혁을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지금 비대위원을 하고 있는 분들은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비대위원 구성으로 봤을 때 우리 당의 개혁과 혁신은 물 건너갔다”고 맹비난했다.


비대위서
힘겨루기?

물론 비대위원 간 의견의 일치를 이룬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문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더 이상의 계파주의는 허용하지 않겠다”에 대해서는 모든 비대위원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계파의 수장들로 비대위를 꾸리면서 계파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아프리카 부족국가도 아니고 계파 수장만 앉혀놨다”며 “계파 수장이 모여 계파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 위원장이 야심차게 꺼내든 계파 수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각 계파 간 힘겨루기의 장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야권 관계자는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당을 쇄신할 수 있도록 모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각 계파가 비대위를 흔든다면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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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