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탐방> 기업이 좋아하는 광운대학교

“미래가치 창조하는 첨단학문 중심”

[일요시사 사회팀] 박민우 기자 = 광운대학교는 1934년 창학 이래로 지금까지 80년간 대한민국의 IT기술을 이끌어 왔다. ‘IT광운’이라는 다른 대학이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지 오래다.

많은 대학이 양적 성장에 치우쳐 발전한 것과 달리 광운대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특성화가 이루어진 대학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기업체 및 연구소들과 밀접한 교류를 하면서 교육과 연구에 현장감을 반영, 최신의 첨단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학과 45%가 IT

전자정보공과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학이 존재할 정도로 특성화된 공과대학이 있고, 전자바이오물리학과와 미디어영상학부 등은 IT기술을 기존의 학문영역에 융합시킨 최첨단 학과들이다. 현재 전체 학과의 45%가 IT에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산업, 경제계에는 광운대 동문파워 역시도 강세다.

광운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국내 기업들이 직접 평가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교육부 프로젝트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의 협조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GS칼텍스 등 국내 기업들이 평가에 참여해 2008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건축공학과(2012년)와 전자정보통신공학·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2013년)가 최우수 등급평가를 받았다.
 

광운대에서는 기업·학교 간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STP(Samsung Talent Program)와 LG전자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은 취업 고민에 빠진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 STP는 매년 삼성으로부터 1억원의 운영기금을 지원받아 산학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삼성전자 인턴 채용 때 우대하고, 인턴 실습이 끝나고 입사가 확정된 학생 중 연간 5명을 별도로 선발해 장학금을 준다.

80개 기업과 협약…맞춤형 인재 양성
삼성·LG전자에 연평균 200여명 취업

2012년 처음 시작된 ‘LG전자-광운대 고용계약형 프로그램’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케이스다. 광운대 전자정보공과대학 3학년 재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고용확정 예비선발로 20∼30명을 선발해 동계방학 중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이 중 10명 이상이 LG전자에 고용되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처음 진행한 1기 13명의 경우 전원, 2기 12명이 LG전자에 채용이 확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광운대에는 산학협력협의체(가족회사)제도도 있다. 광운대와 기업체의 협약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 해결 및 애로기술의 지도, 실험/실습장비의 상호활용, 고급 연구개발 인력의 육성 및 공급, 미래 기술분야에 대한 공동 선행연구를 진행하는 실질적인 산학협력시스템으로 현재 80여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있다.

광운대는 앞서가는 연구와 학문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보장하는 대학이다.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굴지의 기업에 연평균 2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취업하고 있다. 이는 취업자의 약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광운대가 우수한 취업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광운대가 기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은 철저한 역량중심교육에 있다. 전공과목으로 개설된 1학과 1취업교과목인 ‘경력개발과 취업전략’,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경력개발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또 1:1 맞춤형 취업컨설팅, 우수기업체 현장견학 등 기업의 니즈와 학생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진로지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취업정보를 습득하도록 돕는 ‘Job Cafe’는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체계적인 직무경험을 위해 대기업 인턴십 뿐 아니라 청년직장체험프로그램, 호주·중국 글로벌인턴십 등 학점 취득이 가능한 국내·외 인턴십은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높은 취업률

광운대는 지난해 서울시내 주요대학 중 취업률 7위(62.6%)를 차지한 바 있다. 학교 측은 “전체 4년제 대학 취업률이 2012년보다 0.6% 하락한 상황에서 1.6% 상승한 것으로 광운대 학생들의 우수성을 반영한 결과”라며 “국내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광운대만의 독자적인 특성을 마련해 교육에 적용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향후에도 가파른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사로 본 ‘IT광운’

1934년 세워진 ‘조선무선강습소’는 국내 전자공학의 효시로 광운대의 모태다. 일제치하의 아픔을 함께하며 한국청년들에게 과학, 전자, 특히 무선통신 기술을 익히게 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며 발전해나갔다.

1947년 정식으로 재단법인 인가를 받아 ‘조선무선중학교’가 탄생되고 재단은 눈부신 성장을 했다. 1950년대 화도 조광운 박사는 분교설치 인가, 남대문중학교와 동국무선공업고등학교 인가, 야간학교 설치 등 우리나라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본 기술교육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60∼70년대 광운대는 이미 국제적 교류를 시작했다. 미공군 통신중대, 일본 미야자끼 전자공업학교와의 자매결연 협정, 미국 아칸소 공대, 광운 부설 국립기술원 양성소를 설치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술자들과 활발한 국제교류 및 연구를 통해 선진기술 습득에 모든 자원을 투자했다. 1962년 ‘광운전자초급대학’으로 시작한 광운대는 1987년 종합대학교로 승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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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