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돌아가는 홈플러스 수사 막전막후

꼬리 자르려다 꼬리 잡혔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검풍을 맞았다. 검찰의 칼끝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을 향했다. 검찰은 두 경영진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홈플러스를 외쳤던 두 사람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 상생하겠다던 약속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노동자와 주변상인을 울렸다. 소비자와 노동자, 주변상인까지 모두 잃은 홈플러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등급,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경영진들까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도·이 잡는 검찰
경영자의 몰락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환 전 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건 이상을 여러 보험회사에 1인당 4000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겨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직원개인이 아닌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연루된 것이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품 추첨 조작’수사 윗선으로 확대
이승한·도성환 등 경영진 출금 조치

홈플러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방송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했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겼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커지는 경품조작
꼬리 자르기

소비자들을 더욱 기막히게 만든 것은 이런 개인정보 장사가 홈플러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판매에 따른 수익 목표를 정한 자체 사업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었다.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응모권에 직원 회사 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계산원들에게는 응모권 1장당 100원씩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씩 목표를 할당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올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경영진이 앞장서 개인정보 수집을 독려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품 조작규모는 당초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이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는 되팔아서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홈플러스의 경품조작 의혹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품담당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팀 대리 최모씨와 경품 추첨 대행업체 대표 손모씨, 이들과 공모해 경품을 타낸 김모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차량이 기존에 알려진 BMW 외에도 3~4대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아우디와 K3 차량 등을 합치면 추첨 결과를 바꾼 것이 총 10여건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상생의 그늘
의무휴업 피하기

이 같은 경품사기 사건 및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신뢰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나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하락에 그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임대매장(입점업체)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의류매장, 음식점 등의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에 있는 한 지점과 서울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임대매장이 의무휴업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과 네 번째 일요일인 28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업계에서는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점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며 비판했다.

3년간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계산직과 판매직 사원의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모든화살은 도성환 사장을 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전 도 사장은 이 전 회장과 함께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퇴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이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모든 책임을 도 사장에게 떠넘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도 사장이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으면서 내홍은 터질 대로 터졌다. 15년 동안 달려온 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영국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스코는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부진에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지난 7월 사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테스코에는 데이브 루이스가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다. 테스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가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을 가로막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도 사장이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객정보 장사’ 개입 조사
도 사장 사퇴 목소리 커져

사실상 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철저하게 키운 후계자이자 아끼는 후배였다. 두 경영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도 사장은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1998년 9월 도 사장은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을 맡게 됐다.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신임 점장이 최고 경영자로부터 구두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구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그 구두를 신은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로 도 사장을 점찍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함께 홈플러스를 키워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은 더뎠다. 대형마트 1등이라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루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게 됐다. 앞으로 도 사장이 홈플러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수준으로 떨어져,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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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