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돌아가는 홈플러스 수사 막전막후

꼬리 자르려다 꼬리 잡혔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검풍을 맞았다. 검찰의 칼끝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을 향했다. 검찰은 두 경영진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홈플러스를 외쳤던 두 사람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 상생하겠다던 약속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노동자와 주변상인을 울렸다. 소비자와 노동자, 주변상인까지 모두 잃은 홈플러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등급,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경영진들까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도·이 잡는 검찰
경영자의 몰락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환 전 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건 이상을 여러 보험회사에 1인당 4000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겨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직원개인이 아닌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연루된 것이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품 추첨 조작’수사 윗선으로 확대
이승한·도성환 등 경영진 출금 조치

홈플러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방송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했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겼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커지는 경품조작
꼬리 자르기

소비자들을 더욱 기막히게 만든 것은 이런 개인정보 장사가 홈플러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판매에 따른 수익 목표를 정한 자체 사업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었다.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응모권에 직원 회사 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계산원들에게는 응모권 1장당 100원씩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씩 목표를 할당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올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경영진이 앞장서 개인정보 수집을 독려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품 조작규모는 당초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이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는 되팔아서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홈플러스의 경품조작 의혹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품담당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팀 대리 최모씨와 경품 추첨 대행업체 대표 손모씨, 이들과 공모해 경품을 타낸 김모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차량이 기존에 알려진 BMW 외에도 3~4대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아우디와 K3 차량 등을 합치면 추첨 결과를 바꾼 것이 총 10여건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상생의 그늘
의무휴업 피하기

이 같은 경품사기 사건 및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신뢰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나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하락에 그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임대매장(입점업체)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의류매장, 음식점 등의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에 있는 한 지점과 서울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임대매장이 의무휴업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과 네 번째 일요일인 28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업계에서는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점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며 비판했다.

3년간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계산직과 판매직 사원의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모든화살은 도성환 사장을 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전 도 사장은 이 전 회장과 함께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퇴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이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모든 책임을 도 사장에게 떠넘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도 사장이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으면서 내홍은 터질 대로 터졌다. 15년 동안 달려온 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영국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스코는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부진에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지난 7월 사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테스코에는 데이브 루이스가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다. 테스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가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을 가로막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도 사장이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객정보 장사’ 개입 조사
도 사장 사퇴 목소리 커져

사실상 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철저하게 키운 후계자이자 아끼는 후배였다. 두 경영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도 사장은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1998년 9월 도 사장은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을 맡게 됐다.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신임 점장이 최고 경영자로부터 구두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구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그 구두를 신은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로 도 사장을 점찍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함께 홈플러스를 키워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은 더뎠다. 대형마트 1등이라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루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게 됐다. 앞으로 도 사장이 홈플러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수준으로 떨어져,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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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