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게 돌아가는 홈플러스 수사 막전막후

꼬리 자르려다 꼬리 잡혔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결국 홈플러스는 검풍을 맞았다. 검찰의 칼끝은 도성환 사장과 이승한 전 회장을 향했다. 검찰은 두 경영진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착한 홈플러스를 외쳤던 두 사람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어 소비자의 뒤통수를 쳤다. 상생하겠다던 약속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노동자와 주변상인을 울렸다. 소비자와 노동자, 주변상인까지 모두 잃은 홈플러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홈플러스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등급,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등 온갖 악재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경영진들까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도·이 잡는 검찰
경영자의 몰락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과 이승환 전 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홈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도 사장 등 경영진의 사무실에서 내부 문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5년간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십만건을 시중 보험회사들에 마케팅 용도로 불법 판매하는 과정에서 두 경영진이 개입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수단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통해 모은 고객 개인정보 250만건 이상을 여러 보험회사에 1인당 4000원가량을 받고 팔아넘겨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직원개인이 아닌 도 사장과 이 전 회장이 연루된 것이다. 압수물 분석을 끝마치는 대로 합수단은 홈플러스 관계자들을 소환, 고객 정보 유출 경위와 수익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품 추첨 조작’수사 윗선으로 확대
이승한·도성환 등 경영진 출금 조치

홈플러스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지난 7월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방송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수의 보험사에 팔아넘겼다고 보도했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겼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커지는 경품조작
꼬리 자르기

소비자들을 더욱 기막히게 만든 것은 이런 개인정보 장사가 홈플러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판매에 따른 수익 목표를 정한 자체 사업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었다. 홈플러스 실무진은 ‘올해 안에 고객들의 개인정보 판매로 40억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 보고했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응모권에 직원 회사 사번란을 따로 마련해 경품 응모자 수를 늘리라고 압박했다. 계산원들에게는 응모권 1장당 100원씩 인센티브를 걸고, 개인별로 300장씩 목표를 할당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응모자 수를 올리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경영진이 앞장서 개인정보 수집을 독려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품 조작규모는 당초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2012년 3월에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이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는 되팔아서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은 홈플러스의 경품조작 의혹을 추가로 포착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품담당 보험서비스팀 과장 정모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팀 대리 최모씨와 경품 추첨 대행업체 대표 손모씨, 이들과 공모해 경품을 타낸 김모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차량이 기존에 알려진 BMW 외에도 3~4대가 추가로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아우디와 K3 차량 등을 합치면 추첨 결과를 바꾼 것이 총 10여건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상생의 그늘
의무휴업 피하기

이 같은 경품사기 사건 및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신뢰는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4.1%나 감소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을 감안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0.6%, 롯데마트는 2.9% 하락에 그쳤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홈플러스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임대매장(입점업체)의 휴무일을 없애고 영업을 강행한 것이다. 홈플러스 임대매장은 말 그대로 임대료를 홈플러스에 내고 독립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의류매장, 음식점 등의 사업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인천에 있는 한 지점과 서울 강서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임대매장이 의무휴업 없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두 번째 일요일인 지난14일과 네 번째 일요일인 28일 홈플러스 강서점과 가양점의 임대매장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다. 이날 매장 직원과 점주는 모두 출근했다. 업계에서는 온갖 악재에 겹친 홈플러스가 임대매장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가량이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매장 수수료는 평균 20%로 파악됐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무는 곳도 있었다. 따라서 쉬는 날 없는 임대매장의 영업은 매출이 작더라도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점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주변 지역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상생은커녕 삶의 터전까지 뺏어간다며 비판했다.

3년간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계산직과 판매직 사원의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

홈플러스를 향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모든화살은 도성환 사장을 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도 전 도 사장은 이 전 회장과 함께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퇴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달 이 전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으면서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은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당시 업계 안팎에선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홈플러스 측은 이 전 회장의 사퇴에 대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꼬리를 자르고 모든 책임을 도 사장에게 떠넘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 도 사장이 홈플러스의 모든 짐을 떠안으면서 내홍은 터질 대로 터졌다. 15년 동안 달려온 길 끝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영국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스코는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부진에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며 지난 7월 사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테스코에는 데이브 루이스가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다. 테스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의 입장에서는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지 추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 사장을 테스코 본사가 계속 신임할지도 의문이다. 도 사장을 가로막던 이 전 회장의 빈자리를 도 사장이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고객정보 장사’ 개입 조사
도 사장 사퇴 목소리 커져

사실상 도 사장은 이 전 회장이 철저하게 키운 후계자이자 아끼는 후배였다. 두 경영자의 인연은 각별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도 사장은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유통부문에 배치되면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1998년 9월 도 사장은 삼성물산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을 맡게 됐다. 도 사장은 당시 대표였던 이 회장으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신임 점장이 최고 경영자로부터 구두 선물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구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구두가 닳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의미였다. 그 구두를 신은 도 사장은 15년 뒤 홈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이 전 회장은 홈플러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1999년 6월부터 회사를 이끌 후임자로 도 사장을 점찍었다. 이후 이 회장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고, 두 사람은 함께 홈플러스를 키워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홈플러스의 성장은 더뎠다. 대형마트 1등이라는 목표는 아직까지 이루지 못 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게 됐다. 앞으로 도 사장이 홈플러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는 바닥수준으로 떨어져,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조금 늦어버린 모습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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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