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품의 비밀> ‘에어 프라이어’ 해부해보니…

몇번 쓰다 처박아두는 애물단지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튀김은 맛있다. 살찌게 만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있는 튀김을 먹으면서도 살은 찌기 싫은 게 사람들의 심리다. 이러한 심리를 잘 파고든 가전제품이 있다. 바로 ‘에어프라이어’다. 기름 없이 공기만으로 튀김요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주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막상 사용해보니 관리가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 에어프라이어는 ‘갖고 싶은 주방가전 1위’로 꼽힌다. 튀김요리를 기름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여성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추석에 남은 음식도 에어프라이어를 통해 재활용할 수 있어 주부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오븐을 갖고 있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결과물이 비슷해 둘 중 하나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세척이 거의 불가능해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까다로운 세척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가전’ 규모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어프라이어는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계층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2011년 필립스전자가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한경희생활과학, 동양매직 등 여러 가전업체에서 에어프라이어를 줄줄이 출시했다. 에어프라이어를 출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시장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필립스가 에어프라이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가 전 세계 에어프라이어 시장 규모를 조사한 결과 필립스가 약 5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2011년 출시 이후 동기 대비 2012년 매출이 300% 성장하는 등 에어프라이어의 리딩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2011년 매출 15억원 규모에서 2012년 46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기존에 없던 웰빙 주방 가전으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기름 없이 공기로 튀김요리
오븐과 비슷한 기능에 실망


에어프라이어의 원리는 이렇다. 말 그대로 기름대신 공기로 음식을 튀겨낸다. 에어프라이어는 헤어드라이기의 원리와 같다. 헤어드라이기에는 선풍기와 같은 팬이 달려 있다. 그 앞쪽엔 열선이 있다. 이 열선들 사이로 공기가 지나가면서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에어프라이어도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음식을 굽는 것이다.

전기로 뜨거운 열을 만들어내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팬을 돌려 재료를 가열시키는 방식이다. 유입된 공기는 모터를 통해 빠르게 온도를 높여주고, 뜨거워진 열은 공기 배출구로 나가면서, 공기순환을 촉진시킨다. 200도가 넘는 고온의 열풍을 빠른 속도로 돌려 재료를 튀겨주는 것. 즉 밀폐된 공간 안에서 가열된 공기를 얼마나 빠르게 재료에 전달하느냐가 튀김의 바삭함을 결정한다. 에어프라이어 공기의 순환속도가 빠를수록 음식을 바삭하게 튀길 수 있다.

닭이나 돼지고기, 새우 등의 자체 수분과 지방을 가열시켜 식재료를 굽는다. 원재료의 지방만을 이용해 식재료를 튀겨내기 때문에 지방섭취를 혁신적으로 줄여 건강가전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다만 에어프라이어는 세탁기나 냉장고 등 필수 가전제품이 아닌, 선호 여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가전제품이다. 그만큼 신중히 선택하게 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미 오븐을 갖고 있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둘 중 하나는 무용지물이 되 버린다는 평가다. 결과물이 미니오븐에서 굽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막상 사용해보니 관리 어렵네∼
열선주변 등 세척 거의 불가능

특히 세척이 어렵다는 불만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UP>에서도 에어프라이어의 세척문제를 다룬 바 있다. 송풍구 및 전열기 부분의 세척이 불편하다는 점을 조명했다.

실제 에어프라이를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제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했다는 한 주부는 “며칠 전 본체바닥을 뒤집었더니 열선 주변에 기름때가 눌러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전열기 부분이라 물로 씻을 수도 없고, 본체 분리조차 어려워 관리할 수가 없으니 오래 쓰지는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작동 시 소음문제와 과도한 전력소비량, 기름에 튀긴 것보다 식감이 떨어진다는 점 등의 지적도 나왔다.


위험한 음식도

업체들은 에어프라이어를 사용 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날계란이나 팝콘 등의 재료는 터질 위험이 있어 에어프라이어에 굽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필립스전자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는 고온의 공기를 상하로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식재료를 익히는 원리인 만큼 제품의 특성상 지나치게 기름 함량이 높은 식재료를 자주 요리할 경우 상단에 기름때가 쌓일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을음 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삼겹살과 같이 지나치게 기름이 많은 육류 등의 식재료 사용은 빈도를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에어프라이어 사용 후 반드시 열기를 식히고 물에 적신 키친 타올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상단에 심한 기름때가 끼어 있는 경우 팬에 소량의 물을 넣어 고온으로 설정해 제품을 작동 후 제품이 식으면 물기를 꽉 짠 행주로 상단을 닦는 것이 좋다”며 “사후 관리를 꾸준히 해주시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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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