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토로> 김부선이 직접 밝힌 그날 그 사건 전말

“억울하고 화나 참을 수 없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주민대토론회에서 이웃 주민을 폭행했다는 불미스러운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론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으론 그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관리비 문제와 관련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배우 김부선씨가 서울 성동구 옥수동 A아파트 전 부녀회장 윤모씨를 폭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씨가 윤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얼굴을 다친 윤씨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가해자고 윤씨는 피해자인 모양새였다. 복수의 언론은 ‘김부선 폭행’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조회 수를 높여갔지만, 정작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일요시사>는 김씨를 통해 그날의 상황과 배경에 대해 들었다.
 
몸소 주민자치 실천
 
지난 12일 A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서는 아파트 공동체의 당면과제를 함께 토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개별난방 ▲아파트 중축 ▲난방비 ▲주차장 LED 교체 ▲공동커뮤니티 지원금 등이었다. 그런데 회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김씨의 말은 이렇다.
 
“주민회의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예정돼 있었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의 마무리 30분 전인 오후 7시30분, 갑자기 전 부녀회장 윤씨 등 한 무리가 회의장에 나타나더니 우리에게 나가라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경찰을 부르겠다’며 회의를 방해했어요. 정말 어이가 없었죠.”
 
다양한 안건을 논의 중이던 주민들은 갑작스런 윤씨 무리의 등장에 회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가 회의장에 난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김씨와 일부 주민들이 회의 안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언급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김씨 등 주민들은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난방, 아파트 중축, 난방비, 주차장 LED 교체, 공동커뮤니티 지원금에 대해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요. 우리가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것이었죠. 갑자기 난입한 윤씨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줬어요. 그런데 삿대질을 하면서 화만 냈어요.”
 
김씨는 윤씨 무리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주민들과 회의장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말싸움이 일었고, 윤씨가 휴대폰으로 김씨의 오른손을 내리 찍으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것. 김씨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이 많다”며 쌍방 폭행을 주장했다. 반면 윤씨는 김씨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격하고 발로 찼다는 입장이다.
 
수년 아파트 비리 추적 “용감한 게 죄라면 죄” 
결국 반상회서 사단 “차라리 공론화돼서 좋다”
 
“굉장히 계획적이었어요. 동시 다발적으로 난입했죠. 이들이 저에게 반말을 하면서 폭언을 하자 옆에 있던 주민들이 ‘왜 김부선한테 반말하냐’며 저를 옹호해 줬어요. 제가 옳은 말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일어난 폭력시비에는 단순한 시비가 아니었다. 사실 ‘난방비 비리’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24일, ‘복불복 난방비, 옥수동 아파트의 비밀’을 보도하면서 A아파트의 비정상적인 난방비 부과 현실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 A아파트 536세대 중 410세대는 난방비가 0원에서 9만원에 불과했다. 300세대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42평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껴 쓴 집은 80만원이 나왔는데 다른 집은 0원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이후 김씨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이 난방비 비리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게 됐고 결국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텃밭운영위원장(자치회장)까지 맡게 됐다.

“저는 제 돈 들여서 아파트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에요. 귀찮은 일, 제가 하겠다고 해서 텃밭운영위원장으로 뽑혔어요. 텃밭운영위원회는 합법적인 주민자치기구고, 구청에서 지원금도 나와요. 지원금으로 화단에 꽃과 나무를 심고 정자도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죠.”
 
김씨는 텃밭운영위원회 구청 지원금을 받기 전 깐느 영화제에 참석하고자 프랑스로 떠난 바 있다. 그런데 다음날 윤씨 등으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당신이 회장 자리를 고사한다고 해서 부회장한테 하라고 했더니 부회장도 끝까지 안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뽑아서 구청 지원금을 신청한 상태’.
 
“프랑스에 간 사이 윤씨 무리가 주민들에게 나와 연락이 안 된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아파트 방송까지 해가면서 서로 협조했다는 거죠. 너무 화났어요. 근데 알고 보니 지원금은 11월 말까지 받으면 되는 거였어요.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어요.”
 
‘완장’ 욕심 없어
 
김씨는 ‘완장’ 욕심이 없다. 그저 아름다운 아파트 공동체를 꿈꾼다. 다만 아파트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루빨리 아파트를 둘러싼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아파트 주민 대표자 몇 명이 500가구 이상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웃긴 거죠. 아파트 내에서도 기득권층, 권력이 있기에 이들을 감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인의식 없는 우리도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주변에 관심을 갖고 직접 나서야해요.”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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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