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증세 폭탄 미소 짓는 기업들 리스트

국민 한숨 짙어지는데 몰래 ‘키득키득’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정부의 세제개편에 서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서민들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은 뒤에서 웃고 있다. 증세로 인한 간접 효과 때문이다. 웃음을 감추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았다.

지난11일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04년 500원이 오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담뱃값 인상 이유에 대해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증세에 따라 간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제약사 콧노래
KT&G 기대감↑

증권사들은 수혜주에 대한 분석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증권가는 금연보조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돈 때문에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금연보조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금연초, 패치 등 다양한 금연 보조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 이상 늘었다. 은단 판매는 186%, 쑥담배와 금연파이프 판매는 164% 증가했다.

제약사들은 주로 패치형 금연보조제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약사다. 실제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평균 5%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4.5%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담뱃값 인상이 제약사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분명한 것은 제약사에게 위험성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담뱃값이 인상된 다음 해인 2003년과 2005년 제약업종 주가 상승률은 각각 34.2%, 118.3%였다. 당시 시장평균 상승률 29.2%와 54.0%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제약사 중에서도 증권가는 한독약품을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주가의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지만 한독약품은 금연보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약품의 ‘니코스탑’은 붙이는 패치형 금연보조제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니코스탑은 한독이 지난 2007년 대웅제약으로부터 판매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영업마케팅 독점권을 보유한 제품이다. 제조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바이오팜이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해 동화약품이 판매하는 ‘니코틴엘’과 존슨앤존슨의 ‘니코레트’도 대표 금연보조제다.
 

제약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두둔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금연하는 분위기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담뱃값이 500원 올랐을 때 3배 정도 성장한 만큼, 이번 인상안 이후 금연보조제 시장이 늘어나는 등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는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얼마만큼 오를지 확정되지 않아 수혜를 볼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담뱃값 인상에 담배회사들 표정관리
사재기 조짐 편의점·대형마트 대박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담배제조업체 KT&G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뱃값 자체가 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담뱃값 인상이 KT&G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담뱃세 인상안이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평균판매단가(ASP)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한 연구원은 “이번 담배 세금 인상안 발표로 KT&G를 포함한 담배업계는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하나, 순매출단가의 상승효과로 상쇄될 전망”이라며 “특히 물가연동제 등이 포함돼 장기적으로 순매출 단가의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군 확보로 외국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 요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서도 중저가 라인에 대해서만 소비자가격을 갑당 200원씩 세금에 덧붙여 올려도 KT&G의 주당순이익(EPS)은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물가연동제까지 시행된다면 연간 10%가량의 실적 전망 상향 요인이 발생한다. 경쟁사는 제품 가격을 2011년과 2012년에 갑당 200원씩 올렸으나 KT&G는 아직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덕분에 KT&G 주가는 연초 7만3600원에서 최근까지 9만원을 뚫어 30% 이상 올랐다.

편의점·대형마트
반짝 인기 누려


단기적으로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재미를 보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하고 벌금까지 걸어놓았지만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10일부터 11일까지 이마트의 이틀간 담배 매출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CU, 세븐일레븐,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사의 담배 매출도 담뱃값 인상 발표 전주 대비 30%가량 뛰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모든 고객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각 점포에 구매제한 공지를 내려 보냈다”면서도 “담뱃값 인상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고 KT&G로부터 물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BGF리테일은 11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3.42%)오른 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GS리테일은 전날보다 1550원(6.60%) 상승한 2만505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주가의 동반 강세 역시 정부의 연이은 담뱃값 인상 발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편의점 CU와 GS25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담배는 편의점업체에서 가장 매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꼽힌다.

또한 담배가격이 인상된 이후에도 편의점업체 및 대형마트는 유통재고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과 담배가격 인상에서 오는 구조적 매출 및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증권 한 연구원은 “올해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담배 관련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편의점 매출의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면 상위 두 업체의 내년 영업이익은 800억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에 따른 매출증가 효과는 약 5000억원, 판매마진 10% 감안 시 추가 영업이익은 5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도 들뜬 분위기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콜릿과 사탕, 껌 등 금연을 돕는 입가심용 간식 판매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업

담뱃값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이어 레저세 도입과 자동차세 인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카지노 레저세는 기존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에 부과하는 세금을 카지노에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전행정부가 지난12일 발표한 ‘2014년 지방세제 개편 방향’에서 레저세 도입 방안은 빠졌다. 카지노 업종에 대한 레저세 부과 논의는 지난 2010년 이후 몇 차례 불거졌지만 번번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도입은 불발됐지만, 실제 레저세를 부과하게 되면 카지노마다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대표적 카지노시설인 강원랜드다. 매출의 10%가 레저세로 부과되는 만큼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127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GKL이나 파라다이스는 타격을 입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레저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의 때문에 아직까지 레저세 부과를 두고 말이 많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레저세가 부과되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14∼15% 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나 GKL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자동차세 연납 할인제도도 2016년까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경차(모닝 기준)의 경우 연간 1만원, 중형차(쏘나타 기준)는 5만원, 대형차(에쿠스)는 13만원가량 할인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금연보조제 관심 폭발…제약사 함박웃음
자동차세 인상에 철도·자전거 기대감 ↑

자동차세 인상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부품, 블랙박스 등의 자동차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신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수록 자동차부품과 블랙박스 등의 시장도 함께 좁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꾸로 대중교통과 관련된 철도업계와 자전거시장에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코레일을 비롯해 현대로템, 동양강철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자전거 업체들도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재미본 한전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11월 산업용 6.4%, 주택용 2.7%, 일반용 5.8% 등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후 한전은 올 들어 지난해보다 주가가 2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전기 요금인상으로 인한 실적개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3만5000원 안팎이었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8일 4만6400원까지 상승했다. 반년 동안 20% 이상이 오른 셈이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도 3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외국인들의 매수세 덕분도 있었겠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실적 개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월에는 평균 4%를, 11월에는 5.4%를 각각 올렸다.
 


요금 인상은 실제로 올 1분기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6% 증가한 1조22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7.1% 증가한 14조772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도 한국전력은 강세다. 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1월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가격 기능으로 수요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은 “지난 6월 산업부 장관 역시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며 “최종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 상당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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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