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후쿠시마 철근’ 아파트 추적해보니…

방사능 고철 9만톤 ‘어디다 썼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산 고철이 국내에 다량 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쿠시마 무역개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한 후쿠시마현 고철 중 지난 3년간 우리나라가 수입한 고철은 전체 물량의 58%로 수출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처럼 방사능 고철이 수입될 동안 매우 형편없는 감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고철업 관계자들조차 방사능 고철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상황. 도대체 방사능 고철은 어디에 쓰인 걸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지난달 27일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본 오나하마 세관지서의 ‘후쿠시마 무역개황’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그랬다. 자료를 보면 한국은 지난 2011∼2013년 간 총 9만2455톤을 수입했다. 자그마치 296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마구 수입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후쿠시마산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했다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1년 9764톤(약 56억원), 2012년 4만3439톤(약 110억원), 2013년 3만9252톤(약 130억)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매년 고철 수입액이 늘어났다. 이 기간 후쿠시마 고철가격은 1kg당 2010년 약 62엔에서 2011년 약 51엔, 2012년 약 31엔, 2013년 약 40엔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량을 늘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일본에서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의 오염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수입액을 늘려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검사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얼빠진 감시 체계에 있다. 2012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공항과 항만에는 방사선·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현재 방사능 감시기는 부산항 14대, 광양항 10대, 인천항 6대, 평택·당진항 6대, 울산항 4대, 목포항 3대, 군산항 3대, 포항항 1대 등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물동량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매년 60만∼80만톤의 고철이 수입되는 군산항에는 아직까지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국내에 다량 수입 의혹 “2배 이상 증가”
오염 무방비 노출…도대체 감시 체계는?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방사능 감시기 설치 담당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방사능 감시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2명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담당자 1명을 더하면 총 3명이지만, 이들이 공항 9군데와 항만 31군데를 모두 실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류 의원은 “관리 인력이 보강되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칸막이가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항에서 일본산 수입고철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이 발견돼 반송 조치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도로공사에서 오염된 고철이 유입된 적이 있어 논란이 크게 일었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방사능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 고철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다량의 고철이 사용된다. 아파트를 지탱하는 철근, 고철로 만들어진 시멘트가 그렇다. 흔히 시멘트를 돌가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각종 폐기물을 섞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아스팔트도 마찬가지다.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이고 나온 폐기물이 우리 주변에서 재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새집증후군을 걱정했지만 최근에는 방사능수치를 걱정하는 이들이 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확한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멍한 정부
 
녹색당은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고철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방사능 오염조사 체계와 장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산 고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은 “건설 기자재 관리 감독 시스템이 매우 허술하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강조하지만,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명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방사능 관리·감독의 허점을 꼬집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바다로 흐르고 있다. 방사능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방사능은 무취 무색이어서 어디로 퍼지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국내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쿠시마 수입품 보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도 후쿠시마현에서 제조된 사케가 버젓이 한국에 수입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산 사케는 지난 2011년 3월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 총 25톤이 수입됐다.
 
후쿠시마 인근 7개 현에서 수입된 것까지 합치면 4300톤에 이른다. 이 기간 수입된 사케는 ▲쿠라노하나 ▲유메노카오리 준마이슈 ▲알라딘 준마이 ▲쿠라다시 카라구치 ▲혼죠조 나마쵸조슈 ▲준마이슈 이이데 ▲기타가타지코미 준마이슈 ▲우마카라구치 ▲오쿠노마츠 아다타라 긴죠 ▲쿠로컵 등이다.
 
정부는 후쿠시마산 쌀의 경우 방사능 오염 위험 때문에 수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사케는 가공식품으로 분류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사케의 주원료가 쌀과 물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방사능 사케’ 소식에 애주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입된 후쿠시마산 사케는 2011년 1만4176kg, 2012년 6612kg, 지난해 4073kg, 올해는 7월까지 567kg이다. 수입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후쿠시마산 사케가 꾸준히 수입됐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 지역 가공식품을 수입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후쿠시마 인근 13개현은 수출 시 일본 정부가 발행한 방사능 검사증명서 및 생산지 증명서를, 이 외의 34개 현은 생산지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 제품들을 국내에 수입할 때마다 샘플을 뽑아 방사능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사능 정밀검사 시 제조일자 기준으로 1건의 표본검사만을 실시하고 있어 식약처의 검사를 100% 안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일본의 쌀과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일본 사케의 원재료인 쌀과 지하수의 원산지를 알기는 더 어려워 후쿠시마 이외 지역 사케도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사케 외에 동일본지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수입된 품목에는 수산물가공품, 혼합제제, 캔디류(사탕, 캐러멜), 드레싱, 빙과류, 과자 등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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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