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최경환 짱짱한 권력암투 내막

꿩 잡는 매…매 잡는 총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정부 최고실세로 손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당·정을 대표하는 실세인 이들이 물밑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 비박(비박근혜)계가 사실상 장악한 집권여당과 친박(친박근혜)계로 짜여진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 간의 파워게임은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권력암투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내막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 박근혜정부 출범 1년5개월 만에 친박계가 집권여당 주류에서 밀려나고 비박계가 신주류로 부상했다. 특히 한때 친박 좌장이었으나 현재는 탈박(탈박근혜)·비박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대표의 압도적 1위를 두고 적어도 당내에서 만큼은 ‘박근혜 시대’가 저물고 ‘김무성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2년도 채 안돼 내용적으로 끝났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시대’ 지고
‘김무성 시대’ 부상

위기감을 느낀 박 대통령은 친박계이자, 당 전임 투톱이었던 최경환 전 원내대표와 황우여 전 대표를 각각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로 임명하며 정부의 전면에 내세웠다. 박 대통령이 당 장악력을 잃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집권여당은 비박계가, 정부는 친박계가 주도하는 이원적 권력구도가 형성됐다.

당초 전대 과정에서 ‘수평적 당·청관계 조성’ ‘미래 정당을 위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워 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당선 이후 예상을 깨고 청와대에 비교적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서히 ‘무대(김무성 대장) 본색’을 드러내며 미래권력을 향한 행보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김 대표는 최근 민생행보 도중 경기부양과 관련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내수 확대를 꾀하는)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만으로는 어렵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타협이 필요한데 초이노믹스에는 그것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관훈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생각해 볼 때다”라며 현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힌 증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침체에 빠진 경제문제 해법과 관련해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정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당·정 최고실세, 현안 놓고 충돌 조짐
미래권력 vs 현재권력 간 권력암투?

김 대표가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최 부총리 실명까지 거론하며 정부의 경제회복 드라이브에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은 1차적으로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전대 당시 약속을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2차적으로는 당대표 선출에 이은 7·30재보선 압승으로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김 대표가 미래권력을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란으로 국회가 마비된 가운데 추석 연휴를 전후해 ‘혁신’과 ‘민생’ 행보를 투 트랙으로 가동하며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당 연찬회에서 구체적 혁신안으로 ▲당 법인카드 사용내역 공개 ▲당대표 명의 축하화환 등 허례허식 줄이기 ▲해외출장 시 비행기 이코노미석 이용 등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또한 시장, 사회복지관 방문 등 민생현장 탐방도 이어가고 있다.

여당 실세 김무성
정부 실세 최경환

최 부총리는 김 대표가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이후 기회만 있으면 ‘김무성 견제’를 시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의 원내 복귀와 맞물려 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최 부총리가 부쩍 커진 ‘김무성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였다는 것.

지난해 9월에는 김 대표가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이 친일·왜곡 논란이 불거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주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초청해 ‘좌파척결’을 역설한 특강을 듣고 박수치며 호응한 것을 두고 최 부총리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사 교과서는 좌우이념이나 정치적 진영 논리를 벗어나 객관적 자세로 균형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의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신공항 유치 문제를 놓고도 김 대표와 최 부총리는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하다 입지 선정 갈등 등으로 2011년 백지화된 신공항 설립 논의는 지난 대선 기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부산지역 유세에서 “부산시민이 바라고 계신 신공항,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약속하며 재점화됐다.

여기에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수요가 충분하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어디에 신공항을 설립할 것인가’를 놓고 새누리당의 핵심 텃밭인 부산·대구 정치권이 수년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웨이’ 김무성, 독자 목소리 강화
‘박근혜맨’ 최경환, 무대 견제 나서나

부산시민들은 가까운 가덕도를 원하고 있고, 대구시민들은 가까운 경남 밀양을 원하고 있다. 이런 지역정서를 지역 정치인들은 반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김 대표는 부산 영도가 지역구이고, 최 부총리는 대구·밀양과 가까운 경북 경산·청도가 지역구다.

김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당에 ‘신공항 입단속령’까지 내릴 정도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하고 있지만, 이는 큰 꿈을 꾸고 있는 그가 TK(대구·경북)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그는 박근혜 후보의 신공항 설립 공약에 대해 부산시민들에게 “박 후보가 조금 애매한 표현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약속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가덕도 신공항 설립 지지를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명시적으로 신공항 관련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현 정부 최고 실세이자 TK정치권의 리더로 지역의 요구를 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관계부처가 타당성 검토 중인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지자체 간 평가기준에 대한 합의를 먼저 이루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원칙이 견지되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지역에 결정권을 떠넘기며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여권 내 갈등 불씨
신공항 유치 입장차

일각에서는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 대표가 여권주자 중 1위는 물론 여야를 아울러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몸집이 커진 상황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최 부총리가 그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최근 발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최 부총리는 10위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대표와 최 부총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원조 친박 동지로 가까웠지만 김 대표가 이후 탈박의 길을 걸은 반면, 최 부총리는 끝까지 박근혜맨으로 자리를 지켜 현재는 정치적 스탠스가 많이 달라졌다”며 “당·정 최고 실세인 두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고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얘기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