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②꿈틀대는 미래권력 5인5색 ‘한가위 비책’

출렁이는 여론의 파도 위에 우뚝 설 잠룡은?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한가위에는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자연스레 정치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도 오가며 중지가 모인다. 이때 형성된 한가위 여론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때문에 출렁이는 여론의 파도 위에 떠 있는 정치인에게 한가위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한가위 민심의 호평을 얻느냐 아니면 혹평을 얻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도약할 수도,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에게 한가위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미래권력을 꿈꾸는 ‘빅5’의 한가위 비책을 들여다봤다.

박근혜정권이 초·중반에 들어선 상황에서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권력의 속성상 대권잠룡들의 행보 하나하나는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위에도 대권잠룡들의 행보는 주요 관심거리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뜨거운 김무성·박원순
씁쓸한 정몽준·안철수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9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7.6%)로 나타났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16.7%),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15.3%),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9.7%), 김문수 전 경기지사(7.8%),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7.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정 전 의원은 6·4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하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고 정치일선에서 씁쓸히 퇴장했다(조사방식 : 유·무선 병행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방식,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2.0%P).

현재를 기준으로 사실상 가장 유력한 대권잠룡 ‘빅5(김무성·박원순·문재인·김문수·안철수)’ 가운데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은 김무성 대표다. 7·14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핵심 서청원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대표로 선출된 그는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압승을 견인하며 순식간에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치고 나갔다.

여야를 포함해 소위 가장 잘 나가는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기득권과 특권의식을 포기하겠다는 ‘보수혁신’과 소외된 계층을 살피고 다독이는 ‘민생정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당 연찬회에서 보수혁신의 깃발을 들어 올린 이후 부산 수해지역, 여러 지역 시장,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 등을 찾는 민생현장 방문을 부쩍 강화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한가위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빅5’, 한가위 민심 잡기 위한 각양각색 민생행보 

대신 정국의 최대 현안인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대해선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한 발 물러서 방관하고 있는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민생행보 도중 취재진에게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민생현장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면서도 “(세월호특별법 논란과 관련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월호특별법 논란으로 국회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국회 밖 민생행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집권여당의 대표로 국회운영에 무한책임이 있는 김 대표가 ‘자기정치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꼬여 있는 매듭을 풀어 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월호에서 비켜선 김 대표의 민생행보가 한가위 민심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잠룡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도지사 퇴임을 앞두고, 재보선을 통한 국회 재입성이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하는 주변의 강력한 요청을 뿌리치고 민생 속에서 차분히 차기 대권도전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낮은 자세로 민생현장을 파고들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는 도지사 퇴임 후, 소록도·꽃동네 자원봉사와 택시운전을 통한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른 이들처럼 민심탐방이 아니라 민심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가위를 목전에 두고 대구로 지역 택시운전자격 취득을 위해 내려간 김 지사는 한가위 연휴를 포함해 한 달가량 대구민심을 살핀 뒤 광주로 이동해 다시 한 달가량 택시운전 등으로 민심을 살핀 후 자택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만 국회의원 세 번, 경기도지사 재선을 지내며 경기도정치인이라는 테두리를 갖게 된 그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도약하기 위해 택한 전국 민심탐방이 대권가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목소리 높이는 박원순
세월호에 집중 문재인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야권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에 위치하게 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가위를 앞두고 시장, 귀성길 현장, 소외된 어르신 방문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국제회의 유치 확대와 관광객 증가 등 시장 2기 핵심사업 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공감을 표시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만나 한강개발 등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통일좌담회를 열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카운트파트너로 언급하는 등 대북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시장이 서울시정을 넘어선 국가적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은 차기 대권 등 더 큰 정치인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가위를 앞두고 부쩍 강화된 박 시장의 이러한 행보는 한가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9일간 단식에 나서기도 했던 문재인 의원은 단식을 마친 뒤 첫 공개 일정으로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등 세월호특별법에 자신의 정치력을 모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4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며 세월호 유가족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인 세월호 행보를 이어가고 이는 것이다. 그러나 문 의원의 이러한 행보가 장기적으로 그의 정치 세 확장에 도움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당장 한가위 여론에서도 문 의원의 행보는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무성 - 민생현장 챙기기, 김문수 - “민심 그 자체”
박원순 - 폭넓은 소통행보, 문재인 - 세월호에 올인?
안철수 - 급락한 차기 지지율, 상임위활동으로 만회?

7·30재보선 참패 이후 1개월가량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 했던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가위 직전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준비 중이던 신당 창당 계획을 접고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신당을 창당한 이후 잇단 실기로 지지율 추락을 거듭한 안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6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한 상태다. 대표적인 예로 지지율은 폭락했지만 냉정한 주식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는 아직 ‘안철수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의 이른 기지개는 재보선 참패 후 당 재건을 책임지게 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당의 외면을 받는 협상안을 가져오는 등 실기를 거듭하며 리더십이 붕괴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장의 실기 이후 최근 당내 중도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안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박영선 잇단 실기에
안철수 이른 기지개

안 의원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앞두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앞으로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듣고 배우겠다”고 본격적 활동재개를 예고했다. 그는 우선 한가위 민심을 살핀 후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빅5’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생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국민들이 이들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대한 국민 인식

세월호특별법 논의에 발목이 잡혀 국회가 멈춰선 가운데 지난달 여야가 두 차례에 걸쳐서 합의한 안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KBS가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17일 여야 원내대표가 재합의한 안에 대해 응답자의 53.7%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재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41.6%에 그쳤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58.3%가 ‘동의한다’고 답한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6%에 그쳤다.

국민 58% “진상조사위 수사권·기소권 부여해야”
국민 61% “박 대통령이 희생자 유가족 만나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사실상 거부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65.8%가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 없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0.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국민여론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은 절대로 줄 수 없다는 새누리당과 유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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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