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⑥대박상품의 비밀-뻥튀기 선물세트 실태

비싸게 샀는데 뜯어보니‘속빈 강정’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대 명절 한가위. 귀성객들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정성껏 선물을 준비한다. 업체들도 추석을 맞이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각종 선물세트를 선보이기 바쁘다. 하지만 막상 선물세트를 열어보면 포장으로 가득 차 있다. ‘속빈 강정’ 선물세트의 실태를 파헤쳐보았다.

“시댁 선물용이라 어쩔 수 없이 백화점에서 샀지만 포장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요?”
부천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백화점에서 명품배 세트를 구입했다. 지푸라기 모양의 종이가 깔려 있고 9개의 배를 하나하나 띠로 두른 이 명품배세트는 10만원이 넘었다.

겉포장으로 눈속임

시장에서 파는 나주명품배는 개당 2000∼5000원이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나주명품배 세트는 3만~5만원이다. 백화점은 시장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은 화려한 포장으로 가격을 높이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일은 대체로 낱개로 살 때보다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가격이 비쌌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굴비, 한우, 멸치, 버섯 등 대부분 백화점 및 마트 가격이 시장 판매가보다 높았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10마리가 들어 있는 굴비세트는 5만∼20만원 이상을 호가했다. 포장 없는 굴비를 시장에서 10마리 살 경우 2만∼10만원에 불과했다.

정육 세트도 대체로 일반 소매가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한우 등심 세트는 1등급 한우 등심 500g짜리 6개를 묶어 20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우 등심 1등급 소매 평균가는 100g당 약 6500원. 이 가격을 기준으로 3kg 선물세트를 만들면 19만500원으로 10%가량 저렴하다.


가공식품들도 세트로 살 때 가격차이가 벌어졌다. 대형마트, 백화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낱개로 살 때보다 세트로 살 때 더 비싼 것으로 추정됐다.

예컨대 대형마트 기준으로 개당 3000~3500원인 200g CJ스팸의 경우 12개 들어 있는 선물세트6호는 4만5000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마다 세트 가격은 다르지만 심하면 거의 만원 이상 비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참치세트도 마찬가지다. 개당 2000원에서 2400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는 사조그룹의 대표제품 ‘사조 로하이 살코기 150g 참치캔’의 경우 12개를 묶은 세트는 3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12개의 낱개보다 세트가 2000원 이상 비싼 것이다. 물론 대형마트마다 판매 가격이 모두 달라 개별 품목과 세트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부분은 낱개로 사는 것보다 세트가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이 같은 단품세트는 가격 뻥튀기가 심하지 않다. 식용유와 참치, 햄, 샴푸, 치약 등을 섞어 포장한 추석 선물세트는 단품을 모은 세트보다 10% 이상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생활용품도 20∼30%가량 비싼 경우가 많았다. 치약, 샴푸, 바디샴푸, 비누 등으로 구성된 추석선물세트 가격은 개별 구매한 것보다 20% 이상 더 비싼 것으로 추정된다.

낱개보다 세트가 더 비싸게 판매
거품 포장으로 ‘왕창’ 부풀리기

포장재도 물건 값에 포함되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과대포장으로 업체들은 포장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은 결국 버려질 쓰레기 가격까지 모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업체는 가격을 알기 힘든 도자기와 예물함 등에 물건을 담아 ‘명품’ ‘프리미엄’ 등으로 치장해 원가를 따지기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형마트에 진열된 선물세트 대부분은 육안으로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선물용 한과 세트 등의 경우 ‘원산지 별도 표기’ 문구 외에는 원산지를 알 수 없다. 과일의 경우 썩거나 변색이 되는 등 불량 제품들이 간혹 발견되기도 한다. 선물의 특성상 구입하는 사람과 실제 받는 사람이 다른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고기 한 덩어리와 과일 한 알마다 붙어 있는 '띠지'도 문제다. 떼어내기도 불편하고, 과일에 난 상처를 숨기는 꼼수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선물세트의 띠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불필요한 포장재가 선물세트 비용증가의 주요원인이다. 띠지만 없애도 과일 선물 한 세트당 원가가 1000∼1500원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선물세트를 많이 구입하는 경로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부실한 상품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 설명보다 부실하거나 심지어 썩고 변질된 제품이 전달되기 일쑤다.

일부 선물세트는 유통기한,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부위를 눈에 띄지 않게 포장하는 사례가 잦아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공식품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포장비는 대량 거래라서 일반적으로 개당으로 따지면 1000원 이하 백원 단위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묶어서 팔면 더 싸게 팔아야 하는데 포장비를 명목으로 대목을 틈타 비싸게 팔아넘기는 경우가 유통업계에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선물세트를 만들면서 포장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을 명절 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에 거품이 끼는 것은 갈수록 포장이 요란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백화점들은 해당 점포에서 구매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1만∼7만원에 포장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포장비용 과다책정

현행 규정상 술과 고기, 화장품 선물세트는 제품 부피가 포장용기의 75%를 넘어야 한다. 정부는 포장횟수가 과다하거나 제품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경우 제조 및 수입업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추석 전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추석명절 선물세트 과대포장을 집중단속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마다 책정한 포장재 가격이 제각각이라 정확한 원가를 따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택배 만족도 순위

명절 때마다 택배사고가 발생한다. 택배 업체들은 저마다 촘촘한 배달망을 자랑하지만 배송 사고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5대 택배회사 종합만족도 평가에서 CJ대한통운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매출규모 상위 5개 택배회사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 종합 만족도 평균은 5점 만점에 3.56점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개월 이내 택배서비스를 이용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업체별로는 우체국 택배가 3.83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로젠택배(3.52점), 현대로지스틱스(3.5점), 한진택배(3.48점), CJ대한통운(3.47점)순이었다. 화물 1000개당 소비자 피해 신청건수는 한진택배(2.09건)가 가장 많았고 CJ대한통운(2.07건), 로젠택배(1.91건), 현대로지스틱스(1.23건)순이었다.

소비자들은 택배 서비스 이용 시 불확실한 방문 예정시간 및 집화 시간 미준수(36.4%)를 가장 불편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한된 택배 이용 시간(16.4%), 불편한 접수예약 절차(11.7%)도 불만이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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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