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⑩‘창조경제 전도사’ 김기현 울산시장

“창조·품격·희망 가득한 울산 미래 그려가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 <일요시사>가 만난 광역단체장은 ‘창조경제 전도사’ 김기현 울산시장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시정 화두는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이다. 여기에는 지난 50년간 공업화로 국내 최대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을 ‘창조’ ‘품격’ ‘희망’을 키워드로 새롭게 그려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울산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변방도시라는 한계와 주력산업인 조선, 중공업, 석유화학산업 등이 침체국면에 접어들며 숱한 난제와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시장이 역대 울산시장선거 사상 최다 득표(65.4%)로 당선된 것은 ‘김기현이라면 울산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울산 남구을)으로 중앙정치무대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을 눈여겨봤던 시민들이 울산에서도 중앙정치무대에서와 같은 활약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시장은 국회 입성 후 10여년간 새누리당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 중책을 맡아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에도 충실해 무려 88개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경제기조인 ‘창조경제’도 김 시장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시절 기틀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창조경제는 울산의 재도약을 위해 김 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김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울산은 지금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며 “울산이 우리나라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중추도시로 나아가도록 이끌겠다”며 창조경제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사법·입법부 경험에 이어 행정까지 경험하게 된 김 시장은 시장임기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도 정치적 도약기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민선6기 울산시장으로 새로운 울산의 미래를 그려나갈 김 시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 울산시장으로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임기 중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시는지요?

▲ 우선적으로 창조산업 아이템 발굴 및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업 등의 주력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IT 등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창조경제정책관’을 두고, 민·산·관 합동으로 창조경제기획단(가칭)을 설치해 미래 거점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구축이 적기에 조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석유거래 관련 금융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전지산업이 결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력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 사업’ 육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취임사에서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을 만들겠다고 밝히시며, 울산의 미래상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창조’ ‘품격’ ‘희망’을 제시하셨습니다. 각 키워드로 어떻게 울산의 미래를 꾸려갈 것인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창조’는 울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창조경제 실현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품격’은 행복한 삶의 질 제고와 직결되는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품격있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끝으로 ‘희망’은 ‘희망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인프라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시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찬 울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창조산업 아이템 발굴 및 육성 중점 추진”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 만들 것”


-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한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의 노후 원전 폐쇄 등 탈핵 공약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후 원전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 노후 원전의 지속적 사용은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전)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원전 사용연장이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냐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많은 사전적 절차와 합의를 거친 부분인 만큼 당장 이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국가 전체의 전력수급 문제와 에너지 공급원 등 제반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중장기 원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 경기침체와 재정난 등을 이유로 장기 과제로 밀린 경전철 사업의 재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고령화 사회, 도시환경 문제 등에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중교통수단의 다양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중교통체계 전반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경전철 사업은 대중교통 다양화의 한 방안으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고려할 생각입니다. 다만 지방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재정운영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모색할 예정입니다.

- 김 시장께서 지난 1일 새로 선보인 인사가점제도(실적가산점제도 활성화 방안)에 ‘시장 칭찬항목’을 비중 있게 두신 것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평직원이 시장과 직접 대면이 어려운 만큼 실·국장에 대한 줄서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 칭찬항목은 개개인에 대한 칭찬이 의례적인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즉각적인 인사고과 인센티브로 명확하게 반영해 열심히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평소 업무에 관해 평직원들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주요 업무에 대해서는 실무자들과 활발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이 제도를 통해 소신 있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울산은 산업단지가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편입니다. 안전한 울산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많고 액체위험물 취급량은 전국 최대입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설계해 안전정책부서를 행정부시장 직속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산단안전팀을 신설했습니다. 또한 대형 재난사고 예방 및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울산 U-CITY 통합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종합소방훈련장 조성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으로 힘겹게 지자체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해법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재정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방자치는 허구입니다. 현재 제도상 중앙과 지방이 세입은 8 대 2, 세출은 4 대 6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방재정력 확충을 위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세율 인상, 보조금 포괄위임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가사업의 지방부담 전가 해소 등을 통한 실질적 지방자치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울산에서 근래 치러진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를 모두 새누리당이 석권하며 새누리당 일색의 정치지형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요?

▲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조의 틀을 바탕으로 새로운 울산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시민들의 강렬한 희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안정적이고 확실한 지역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시민의 열망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앞선 질문과 관련해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의회와의 관계를 우려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의회출신으로 의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의회에 여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민들을 대표해 모인 자리인 만큼 시민들의 입장에서 비판할 것이 있다면 충분히 비판해주시고,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고 시정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의회와는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소신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공직분위기 조성”
“경제지표 1위 넘어 행복지수도 1위 만들 것”

- 4년 뒤 울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 울산은 지금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울산이 우리나라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중추도시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한편 단순한 경제적 지표, 소득지표에서만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행복지수도 1위가 되도록 울산을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아울러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 울산의 새 시대를 연 시장, 도시의 틀을 바꾼 시장, ‘희망의 사과나무’ 씨앗을 뿌린 선견지명이 있었던 울산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울산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존경하고 사랑하는 120만 시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약속드리겠습니다. 항상 섬김과 나눔의 낮은 자세로, 우리 울산이 도시 역량에 걸맞는 위상을 정립하고 명실상부한 일류도시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저와 함께 시정을 이끌어나가시는 주인공이십니다. 새로운 울산, 변화된 울산을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 뛰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들이 여태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시민 여러분도 저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김기현 울산시장 프로필]

▲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판사
▲ 울산광역시 고문변호사
▲ 울산 YMCA 이사장
▲ 17·18·19대 국회의원(울산 남구을)
▲ 한나라당 대변인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 민선 6기 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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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