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모둠 체험여행 ④경남 사천

뗏목 타고 피라미 잡이 ‘한량이 따로 없네∼’

방학 때 시골 친척 집을 찾아 며칠간 신나게 놀던 추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시골에 친척이 없는 요즘 아이들도 걱정 없다. 전국 방방곡곡에 체험 마을이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가면 된다. 경남 사천은 농어촌 체험 마을이 고루 있는데, 특히 비봉내마을과 바리안마을, 초량다슬기마을 등 농촌 체험 마을 프로그램이 알차다. 체험 마을에서 민박도 겸하고, 체험을 끝낸 뒤 가까운 바다로 이동해 해수욕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비봉내마을, 바리안마을, 초량다슬기마을…
어른도 신나는 알찬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

비봉내마을 대숲 체험장은 사시사철 초록 잎이 싱그럽다. 울창한 대밭을 가로지르는 삼림욕장이 있고, 대나무를 이용한 전통 놀이와 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빼곡하게 들어선 대숲에선 대나무 굵기나 키가 비슷비슷해 수령을 가늠하기 힘들다. 초록색이 짙고 하얀 가루가 묻은 게 올봄에 순이 올라온 것이다. 몇 달 사이에 키가 다 자라고, 해를 거듭하며 속이 단단해진다. 

사시사철 초록
다양한 공예품

대나무를 자르고, 깎고, 쪼개고, 엮어 다양한 공예품이나 악기를 만든다. 아이들은 만들기 쉬운 대나무 피리로 간단한 동요를 연주한다.
직접 만든 대나무 피리를 목에 걸고 비봉내마을 안 체험관으로 들어선다. 마을 소개와 체험 안내를 듣고 미꾸라지 체험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들어가니 순식간에 흙탕물이 된다. 그 속에서 용케 미꾸라지며 올챙이, 우렁이를 잡는다. 미끌미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를 잡았다 놓쳤다 하는 게 마냥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아이들은 옷이 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아랑곳없이 논바닥을 훑고, 친구에게 잡은 것을 자랑하며 논다.

 더러워진 옷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뗏목을 타러 간다. 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지만, 옷이 젖어 더위도 상관없다. 주의 사항을 듣고 체조를 한 다음 뗏목 위로 올라간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에 긴 대나무 노로 바닥을 밀면서 앞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더니, 어느새 익숙해져 물장구치며 뗏목 타기를 즐기는 모습이다. 폭이 넓지만 물이 깊지 않아 뗏목에서 떨어져도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친구들과 나란히 붙어 기차를 만들거나 서로 물을 끼얹으며 놀기 바쁘다. 고학년 아이는 직접 노를 저을 수도 있다.


바리안마을은 차고 깨끗한 냇물이 좋아 여름이면 물놀이하러 오는 피서객이 많다. 마을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하루가 더 알차다. 먼저 삼베체험관에서는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대표 옷감인 삼베 만드는 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마을에서 삼을 재배해 직접 베를 짰는데, 지금은 기능 보유자가 연로해 생산은 못한다. 예전에 짜놓은 삼베를 만져보니 까슬까슬한 감촉이 무더운 여름밤 이불로 쓰면 딱 좋겠다.
바리안마을의 대표 프로그램은 피라미 교실이다. 피라미를 잡기 위해 어망을 설치하는 요령을 듣고, 피라미가 다닐 만한 길목에 설치한다. 깻묵과 된장을 반씩 섞어 어망에 넣어두면 물고기가 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잡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투호, 비사치기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밀 이삭을 불에 구워 먹는 밀사리 체험을 하다 보면 피라미 잡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30여분 만에 어망을 들어 올리니 피라미가 여러 마리 잡혔다. 피라미는 2급수 이상 물살이 빠른 곳에 서식하는데, 뒷지느러미가 큰 것이 특징이다.

어릴 적 이쑤시개 하나 들고 쏙쏙 뽑아 먹던 다슬기는 철분이 많고 숙취 해소에 좋아 해장국으로도 인기다. 해마다 다슬기축제를 여는 초량다슬기마을에서는 봄, 여름, 가을 세 계절 동안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 다슬기는 냇물 속 바위에 붙어 살기 때문에 물속에 손을 넣고 바위를 헤집으며 잡아야 한다. 뗏목 타기와 농사 수확 체험, 삼림욕 등이 가능하고, 예약하면 다슬기로 요리한 시골밥상을 맛볼 수 있다. 다슬기와 물고기 잡이, 반딧불이 보기, 소망등 날리기, 등 전시, 향토 음식과 농산물 판매 등으로 꾸며지는 다슬기축제는 9월 중순에 열린다.

초량다슬기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라 지증왕 때 창건한 고찰 다솔사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해 한용운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은신한 곳이기도 하다. 봉명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가람 뒤편으로 차 밭이 넓게 펼쳐져 향기롭다. 스님들이 직접 차를 만들고 다도를 전하며 우리나라 차 문화를 이끈 도량으로 이름이 높다.
다솔사가 사천의 역사를 고즈넉이 지켜온 곳이라면, 삼천포대교는 사천의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곳이다. 해 질 무렵이면 붉은 노을이 떠난 자리에 노랗게 불이 들어오기 시작해 마음까지 빼앗기고 만다. 다리 아래 마련된 삼천포대교공원이 야경 포인트다.
삼천포대교에서 자동차로 3∼4분 동쪽으로 가면 숨은 명소 대방진 굴항이 나온다. 조선시대 군사 목적으로 둑을 쌓아 항구를 축조한 뒤 병선 정박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거북선을 숨겨두고 굴이 배 표면에 달라붙지 못하게 민물을 채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별주부전> 배경
최첨단 볼거리도

할머니한테 듣거나 책에서 본 옛이야기 <별주부전>의 배경이 바로 사천이다. 비토섬과 거북섬, 토끼섬, 목섬, 월등도 등이 그곳으로, 비토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돼
<별주부전>의 무대를 편하게 찾아갈 수 있다. 비토섬 일대는 갯벌이 발달해 물이 빠지면 갯벌 체험하기에도 좋다. 

미래 첨단 산업의 현장인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과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기다린다. 과학관 입구에서 말하는 로봇이 인사를 하고 퀴즈도 내는가 하면, 전시실에는 체험형 전시물이 가득하다. 대한민국 공군의 블랙이글을 직접 타보고, 월면차를 조종할 수 있다.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세계 항공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야외 전시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항공기 또한 인상적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체험 여행1 : 비봉내마을(혹은 초량다슬기마을)→다솔사→비토섬→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대방진굴항→삼천포대교 야경
· 체험 여행2 :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항공우주박물관→바리안마을→비토섬→대방진굴항→삼천포대교 야경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비봉내마을(혹은 초량다슬기마을)→다솔사→비토섬→대방진굴항→삼천포대교 야경→숙박
· 둘째 날 : 바리안마을→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항공우주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사천시 문화관광 www.toursacheon.net
· 비봉내마을 www.beebong.co.kr
· 바리안마을 http://barian.go2vil.org
· 초량다슬기마을 www.crvill.com
· 다솔사 www.dasolsa.co.kr
·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 www.sasm.co.kr
· 항공우주박물관 www.aerospacemuseum.co.kr

문의 전화

· 사천시청 문화관광과 055)831-2727
· 비봉내마을 055)854-5111, 010-4032-5111
· 바리안마을 055)852-4508, 010-5509-0485
· 초량다슬기마을 055)854-2336, 010-9280-2336
· 다솔사 055)853-0283
· 사천첨단항공우주과학관 055)831-3344
· 항공우주박물관 055)851-656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사천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9회(07:00∼23:30)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비행기> 김포-사천(진주) : 하루 2회(07:05, 18:25) 운행, 55분 소요.
*문의 : 대한항공 1588-2001, http://kr.koreanair.com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 곤양 IC→곤양IC사거리 우회전→다솔사 방면 1km 직진→우회전→비봉내마을(상정마을회관)

숙박 정보

· 남일대리조트 호텔 엘리너스 : 사천시 남일대길, 055)832-9800, www.namiltte.com
· 삼천포해상관광호텔 : 사천시 사천대로, 055)832-3004, www.3004hotel.com
· 비토섬신우리조트 : 서포면 토끼로, 055)855-4242, http://bitoresort.co.kr

식당 정보

· 실안장어촌 : 장어구이, 사천시 해안관광로, 055)835-3735
· 물회집 : 생선회·물회, 사천시 목섬길, 055)833-8231, www.055-833-8231.kti114.net
· 양지해물전골 : 해물전골, 사천시 수남3길, 055)832-1149
· 해원장횟집 : 생선회·백합죽, 용현면 선진공원길, 055)854-4433

주변 볼거리


남일대 코끼리바위, 진널전망대, 삼천포용궁수산시장, 한려수도 유람선관광, 선진리성, 사천녹차단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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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