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 ‘면죄부’ 논란

셀프수사 후 셀프면죄부 “국민 우롱하나?”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방부 조사본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 정치댓글 작성 사건’과 관련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이 편향적 정치댓글을 인터넷상에 달기는 했지만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특히 사이버사를 이끌었던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에게는 ‘정치관여 혐의’ 대신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를 적용했고, 지휘라인의 정점에 있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군과 박근혜정권에 면죄부를 준 ‘꼬리 자르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 19일 2012년 총·대선 당시 집중적으로 이뤄진 ‘사이버사 정치댓글 작성 사건’에 대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이버사가 정치에 관여했지만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 조사본부 발표의 요지다. ‘운전자가 음주는 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꼴이다. 9개월 전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비교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군의 황당한 ‘셀프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꼬리 자르기 수사

조사본부에 따르면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이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지난 2010년 1월 사이버사 창설 이후 불법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까지 인터넷상에 게시한 글은 총 78만7200여건이다. 이 중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지지한 글은 7100여건으로 확인됐다.

무려 7100여건의 정치개입 글이 발견됐지만 조사본부의 최종수사결과는 지난해 12월 중간수사결과와 같은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이다. 다만 사법처리대상만 21명으로 10명 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입건한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오히려 퇴보한 수사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정치댓글 보고를 못 받았다고 판단해 한 차례의 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또 이모 전 심리전단장으로부터 활동상황을 보고받은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에게는 정치관여 혐의 대신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실제로 정치관여 혐의가 적용된 인사는 정치댓글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심리전단장 담당관 4명, 총괄담당자 3명, 개인적 일탈 4명, 피고발자 5명 등 16명뿐이다. 이 전 단장의 지시로 서버 등에서 자료를 삭제한 1명은 증거인멸 혐의, 예규를 보완한 후 시행일자를 소급 기재한 1명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각각 형사입건 됐다.

앞서 이 전 단장은 지난해 12월 옷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정치관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계류 중이다.

9개월 전 중간수사결과 재탕한 최종수사 결과
“정치관여 했지만 조직적 개입 아냐” 황당 결론
심리전단 대규모 정치댓글 작성 ‘윗선’ 진짜 몰랐나?

지난해 12월 조사본부는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정치댓글 작성의 몸통으로 이 전 단장을 지목해 “전·현직 사령관은 이 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내용이 이번 최종수사결과에도 그대로 적용돼 두 전직 사령관들은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만 적용받고, 중간수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이 전 단장이 최고 윗선으로 지목된 셈이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사이버사 요원들은 극우보수성향을 가진 이 전 단장의 부당한 지시로 편향적 정치개입 글을 썼으며,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없었다. 다만 국방, 안보 관련 사안에 대응하다 과해서 정치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보다 사법처리대상이 내용적으로 후퇴했다”며 “꼬리 자르기식 면죄부 수사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심리전단의 다른 작전요원들(전체 120명 규모)의 정치관여 글도 확인됐지만 조사본부는 이 전 단장의 지시에 따라 관련 행위를 했다고 보고 군 조직 특성을 감안해 이들에 대해선 입건 유예했다.

이외에도 조사본부는 야권이 문제제기 한 국가정보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받아쓰며 사이버사와 국정원이 연계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원 추정 아이디 650여개와 심리전단 아이디 150여개를 분석한 결과 국정원 추정 아이디 380여개와의 리트윗 횟수가 1800여회로 전체 리트윗의 0.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본부는 “단지 추정일 뿐이지 국정원 요원 아이디로 단정할 수 없다”며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을 일축했다.

이렇게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가량 이어진 군의 셀프장기수사는 ‘결과적으로 정치에 개입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결과를 내놓고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정권과 국방장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사본부가 수사를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으로 재수사?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방부가 셀프수사를 통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국방부의 사건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특히 김관진 전 장관을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특검 도입, 김관진 해임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전면적 재수사를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논평을 내고 “개인적 일탈로 꼬리 자르기 해 정권과 김관진 실장에게 면죄부를 발급한 (조사본부의) 발표를 규탄한다”며 “특검을 임명해 진실을 규명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이어 “국회에서 임명된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특검의 임명에 의혹 당사자 중 최고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관여는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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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