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경필 ‘가족 잔혹사’ 집중해부

벼랑 끝 정치생명 “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허언은 아니로세”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족발 잇단 악재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장남의 군부대 폭행·성추행 사건에 이어 부인과의 이혼 소식까지 알려진 까닭이다. 유교적 관습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의 수신제가(修身齊家)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경기지사까지 한 번에 당선되며 탄탄대로를 걷던 남 지사의 정치행보는 순식간에 적신호가 켜졌다. 남 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고 있는 ‘가족 잔혹사’를 <일요시사>가 세세히 들여다봤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유교 경전이나 옛 서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이는 유교적 관습이 남아 있는 현대에도 적용된다. 특히 국민을 대표해 국가 또는 지역을 운영하는 정치인에게 가정의 화목은 중요한 덕목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기본단위조차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나가야 할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남 지사의 설상가상 가정사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남경필 장남
막장 군생활

지난 17일 남 지사의 장남 남모(23) 상병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6사단의 한 부대에서 발생한 후임병 폭행·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확인됐다. 군 당국과 군 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남 상병은 지난 4월 초~8월 초까지 맡은 일과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A일병의 턱과 배를 7차례에 걸쳐 50회 때렸다. 또 지난 7월 말~8월 초에는 B일병 엉덩이를 자신의 성기로 문지르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직후 남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들이 군복무 중 일으킨 잘못에 대해서 피해를 본 병사와 가족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은 모두 저의 불찰이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며 “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서 법으로 정해진 대로 응당한 처벌을 달게 받게 될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저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습니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동료 병사의 폭행으로 숨진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등으로 가뜩이나 군 장병의 열악한 인권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던 시점에서 나온 남 상병 사건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인과 이혼, 장남은 군부대 폭행·성추행 가해자
즉각적인 사과에도 부적절한 처신에 진정성 의심

게다가 남 지사의 사과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더해져 더욱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남 지사는 사과 기자회견 4일 전인 지난 13일 장남 사건과 관련한 얘기를 군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나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한 중앙일간지에 실은 기고문에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인용해 군에 간 두 아들이 맞지는 않는지, 가해자가 된 건 아닌지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장남 사건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 측 관계자는 “기고문은 장남의 일을 군에서 통보받기 하루 전인 지난 12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고문을 보낸 다음날 장남의 군부대 가혹행위 가해 사실을 전해 듣고도 기고문을 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특수지위 이용
영향력 행사?


남 지사와 민·군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6사단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남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6사단 군사법원은 지난 19일 남 상병 구속영장에 대해 “피의자의 범죄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점, 범행의 정도가 아주 중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해 기각한다”고 밝혔다.
 

후임병을 50회에 걸쳐 폭행하고, 성기를 엉덩이에 비비는 등의 행위가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군에서 약자인 피해자가 자유의사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일방적 설명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당장 군 인권센터 임훈 소장은 6사단 군사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입수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남 상병은 7월 말~8월 초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B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성기를 툭툭치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또 4월 초~8월 초 경계근무지에서는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A일병의 얼굴 등을 주먹 등으로 7차례에 걸쳐 총 50회 폭행했다”며 결코 “경미하지 않은 폭행사건과 강제추행임에도 불구하고 남 상병을 불구속 수사하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6사단 헌병대의 현재 수사를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방부 검찰단에 이관하는 한편, 남 상병을 즉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남 상병 사건은 경기도정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임 소장 기자회견 전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이 전화로 기자회견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본 후 3명의 공무원이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남 지사의 정치적 입지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인적인 일과 관련해 도청 공무원들을 이용한 것은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군 인권센터가 실체적 진실을 얘기하는데 고위 선출직 공무원이 처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경기도를 관할하는 리더십 발휘에 투명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가정사…탄탄했던 정치적 입지 적신호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순식간에 반토막

결국 군 인권센터의 문제제기가 나온 다음날 군 당국은 6사단의 상급부대인 5군단 보통검찰부로 남 상병 사건을 이관했다. 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남 상병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보강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급부대에서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이관한 것”이라며 “보강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군단 역시 사령부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해 남 지사와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야권 핵심 관계자는 “남 지사의 아들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추방하자고 외치는 군내 폭력행위에 연루된 것은 충격적”이라며 “군 당국이 엄정하게 수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부인과의 이혼

설상가상으로 이 와중에 남 지사가 최근 부인과 이혼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지사와 부인 이모씨는 지난달 28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씨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남 지사의 선거운동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투표도 함께 하지 않아 두 사람의 불화설이 무성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남 지사의 이혼사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이전부터 아내의 사업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 지사의 불미스러운 가정사가 잇달아 불거지며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18~19일 조사에서 남 지사의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2.9%로 나타났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0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p). 같은 기관의 전주 조사(11~15일, 5.4%)와 비교하면 며칠 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의 불미스러운 가정사는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남 지사가 대권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가족관리에 실패했다’는 세간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수신제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가족관리 비상령 가족 관리 잘못하면 정치생명 ‘위태위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이혼과 아들의 군 후임병 폭행·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의 가족 관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족 관리를 잘못하면 정치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남 지사는 아들 사건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조속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들춰봐도 가족과 관련한 문제가 정치인의 운명을 좌우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까이는 지난 6·4지방선거에 나섰다 낙선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과 고승덕 전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자녀 문제로 단순한 낙선을 넘어 정치생명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족들을 ‘미개하다’고 표현한 재수생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문제가 돼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결국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에서도 패배한 그는 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 전 의원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다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아버지 고승덕은 자신의 아이들 교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이 없다” 등의 폭탄선언이 널리 알려지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이외에도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후 숱한 후보자들이 자녀의 이중국적, 병역문제 등으로 낙마하거나 곤욕을 치렀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당초 우위를 점했던 상황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패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정치인에게 자신의 이력뿐 아니라 가족 관리도 중요한 숙제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신제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