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믿고 보는 '국민배우' 최민식

12척 배로…한국 영화사 다시 썼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과거 1362만명을 기록해 5년간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수성했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한국영화사에 새 역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명량>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들이 이토록 명장 이순신에 열광한 것은 리더십이 부재한 작금의 현실이 한몫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행 뒤엔 배우 최민식(52)의 열연이 주요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528만9623명으로 나타났다.

거침없는
무적 거북선
 
<명량> 1000만 돌파 이후 김한민 감독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몸소 찾아주시는 걸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큰 떨림과 큰 감사함이 앞선다”며 “다시 한 번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준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최민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신념, 그리고 그 분께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500만을 돌파하자 최민식은 “너무 과분하다.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딱 한 가지, 내가 하는 일로서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는 나뉘지만 <명량>이 남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기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거 역사 속 승리의 한 순간을 우리가 그래도 지금 곱씹어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영화의 긍정적 기운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명량>의 신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0대 주도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호응까지 끌어내며 기록에 기록을 거듭하며 일각에서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을 넘어 2000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처럼 한 순간에 꿈의 영화가 돼버린 영화의 흥행엔 최민식의 역할이 주요했다.
 
그는 이순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난중일기>를 꺼내들어 작품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이순신역을 지탱했다. 노력이 곧 영화 흥행과 이어졌고, 결국 생에 최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리더십 부재 현실에 민심 흔든 영웅 연기
관객 수 1500만 돌파…끝나지 않은 신기록
 
지난 20일엔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재능이다. 존경했던 배우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거절했더라면 내가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살벌한 농담과 함께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최민식은 “이 작품을, 살기 위해 출연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섭외를 받고 ‘한길을 꾸준히 가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며 할리우드 진출 소감을 전했다.
 
언어적 장벽에 대한 질문에 최민식은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위협적인 감정으로 대사를 했을 때 상대 배우가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말은 안 통해도 교감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다”고 답했다. 최민식은 100% 한국어로 악역을 소화했다.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과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화 현장과 영화인은 똑같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전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한 건 비슷했다는 것이었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어느 날 우연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두뇌와 육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벗고 다시 악당 미스터장 역을 소화했다. <명량>의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가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루시>는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더불어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북미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최민식은 <루시>를 올 추석 한국에서 선보인다. <명량>에 이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할리우드 진출
노력의 결실
 
이날 최민식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준수야 루시 홍보하다가 좋은 일에 동참한다! 고맙다! 루게릭 환자 돕기 챌린지! 다음 지목은 김한민 감독, 조진웅, 류승룡, 정재야 경구야 동참해라”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최민식은 욕실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신세계>(2013) <범죄와의 전쟁>(2012)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악마를 보았다>(2010)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올드보이>(2003) <취화선>(2002) <파이란>(2001) <해피엔드>(1999) <쉬리>(1999) <조용한 가족>(1998) <넘버3>(1997) 등이다.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해왔다. 그러다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상업영화를 선택했다.
 
‘최민식’ 하면 자동적으로 영화 <올드보이>가 연상된다. 2002년 개봉한 <올드보이>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 ‘군만두’로 관객 수 330만명을 동원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는 311만명, <신세계>는 468만명, <범죄와의 전쟁>은 472만명을 기록했다.
 
‘명불허전’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
최민식 신드롬 어디까지 이어지나
 
최민식은 한때 연출에 뜻을 뒀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후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최민식의 연기생활은 단역을 맛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리는 작품으로 유명했던 연극 <에쿠우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박종원 감독의 데뷔작 <구로 아리랑>(1989)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연극계에 뛰어들어 연극배우 생활을 했다. 영화나 TV에서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었다.
 
이후 1989년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의 아들(극중 별명 ‘꾸숑’) 역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보인 거친 이미지는 한동안 최민식의 상징이 될 것이라 여겨졌으나 이후 변신을 시도해 ‘거칠기는 한데 덜 떨어진 동네 날건달 아저씨’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폐인스러운 몰골까지도 넘나들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 반항적인 ‘꾸숑’의 모습을 서서히 지우는 데 성공했다.
 
 
94년 MBC드라마 <서울의 달>에서는 상경해 해맑게 생활하는 순박한 시골총각 박춘섭 역할을 맡아 김홍식(한석규)과 함께 2류를 꿈꾸는 3류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이때 찍은 전설적인 광고가 바로 운지천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95년에 MBC에서 방영한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96년엔 드라마 <그들의 포옹> 촬영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연기를 쉬기도 했다.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캐릭터
소화 가능
 

이후 97년 영화 <넘버 3>를 통해 스크린에 정식 데뷔해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다시 돌아와 그 다음해인 1998년,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에서 그의 특기인 어수룩한 삼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서울의 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 함께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 최종보스인 북한 특수 8군단 박무영 소좌 역할로 등장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의 달>에서 맡은 순박하고 부지런한 청년의 느낌이었던 최민식은 이 영화로 그동안 주목을 받아온 주연 한석규를 넘어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는 조연급 캐릭터에서 순식간에 주연을 넘어, 그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5년 <태백산맥>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김갑수에 이은 두 번째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개봉한 <해피엔드>에서 무력한 중년남자의 모습을 연기했다.
 
2001년 <파이란>에선 지방 삼류 건달 똘마니인 이강재 역을 맡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식은 그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02년 <취화선>에선 오원 장승업 역을 맡아 혼란스런 자아를 갖고 있는 화가로 등장해 “야! 이 개자식들아!”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짤방(사진)’이라는 신조어로 강림하기도 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는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남우주연상으로 그랜드 슬램에 올랐다. 당시 군만두를 보면 최민식이 떠오를 정도로 <올드보이>의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후 2010년 <악마를 보았다>에선 잔인무도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쳐 감독들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 어줘즈 시상식에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영화계 이끈
천의 얼굴
 

사실 <명량> 이전까지 최민식에게 1000만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매 작품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며 폭풍 연기력을 선보였다. <신세계>의 베테랑 형사 강과장, <범죄와의 전쟁>의 반달(민간인도 건달도 아닌)  최익현,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늘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이끈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때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옥관 문화훈장을 반납하며 항의의 뜻을 보여 주목을 받았었다. 또한 최민식은 영화계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가 좋은 편으로 알려진다. 
 
 
<khlee@ilyosisa.co.kr>
 

[최민식 대표작]
 
<넘버 3>(1997)
<조용한 가족>(1998)
<쉬리>(1999)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주먹이 운다>(2005)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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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