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개파 5378명> '최신판' 조폭 동향보고서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설치는 '형님'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은 음지로 스며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조폭과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조폭은 그대로다.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3 범죄통계' 등을 토대로 현황을 분석했다.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수는 5384명, 5년 전인 2007년에는 5296명이었다. 지난해 4월 사법당국이 발표한 조폭 수는 5425명. 몇 년째 5000여명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정부 2년차인 올해는 어떨까. 현재 경찰이 집계한 조폭 수는 5378명, 조직 수는 216개로 확인됐다.

조폭 오천명
전국 곳곳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 관리대상에 포함된 조직 수는 217개였다. 그러나 '정치깡패' 김태촌으로 대표되는 '범서방파'가 와해되면서 그 수는 216개로 줄었다. 칠성파, 국제PJ파 등의 폭력조직은 아직 당국의 감시 하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지난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시도별 조직 및 조직원 수는 ▲경기(31개·879명) ▲서울(22개·477명) ▲경남(17개·393명) ▲경북(12개·391명) ▲부산(22개·385명) ▲전북(16개·343명) ▲광주(8개·326명) ▲인천(13개·324명) ▲대구(11개·312명) ▲충남(18개·307명) ▲충북(6개·237명) ▲강원(14개·232명) ▲울산(6개·240명) ▲전남(8개·234명) ▲대전(9개·165명) ▲제주(3개·133명) 순이었다.


위 통계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조폭 수와 실제 조폭 수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조폭은 자신의 신분이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불렸던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은 수사기관의 솜씨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조폭은 무슨 사정으로 조직의 이름을 함구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조폭을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는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가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일이 많다.

따라붙는 경찰
뒷돈 주고 쉬쉬

하지만 오리발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된다. 그럴싸한 근거가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 통념에 조폭하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봐 주는 범죄정보가 중요할 때가 있다"며 "한 조직의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 자연스레 견제하는 세력이 생겨나 관련한 첩보가 우리 쪽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은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주변으로부터 견제받은 전력이 있는 셈이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사건은 초동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임을 인지하고 시작하는 일이 많다.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에 신원이 노출된 5000여명의 조폭은 잠재적인 내사 대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죄가 없다"며 항변하기도 한다. 당국의 감시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폭도 아닌데 조폭과 엮여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8일 복수매체는 '아름다운 컨벤션' 회장 여운환씨가 경찰로부터 부당한 사찰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잡으면 또 생기고, 잡으면 또 생기고
그렇게 단속해도…몇년째 제자리걸음

과거 여씨는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됐다. 이후 여씨는 대법원에서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여씨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끼워맞추기식 검찰수사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 담당검사는 '모래시계'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여씨는 "내가 조폭 두목이란 증거가 없자 고문이라는 가상의 직책을 만들어 형을 살게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씨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이번 진정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사복형사 및 거주지 경찰관들에게 수시로 사찰받았다"고 적었다. 또 "가족 모두가 연좌제식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았고 사업장에 이유 없이 형사가 오는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읍소했다. 여씨는 자신이 민간인이므로 경찰이 임의로 동향을 파악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씨의 동향 파악은 '우범자 동향 관찰'에 해당한다는 반론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찰은 불법이지만 우범자나 수사 연루자 등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활동은 규정 안에서 허용돼 있다고 했다.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씨와는 반대로 따라붙은 경찰을 돈으로 구워삶은 조폭도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는 기업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폭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박 경위에게 현금을 건넨 조폭은 '신(新)종합시장파' 행동대장 이모씨다.

이씨는 강동경찰서 관할에 있는 소위 '텍사스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수년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이씨는 업소 3곳에서 모두 10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3년부터 박 경위가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는 "친구인 이씨로부터 빌려 준 돈을 받았거나 잠시 돈을 빌렸던 것"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돈의 성격은 논외로 하더라도 박 경위는 조폭 이씨와 '호형호제'하며 친구로 지내온 셈이다.

체포는 되는데
구속은 어렵고

조폭들은 이씨처럼 사업가 행세를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해 사람을 해치는 빈도는 줄고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의 활동무대를 사업 영역으로 옮겨왔다. 건설, 금융, 유통,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포함해 합법적인 투자회사 형태로 주식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변신에 실패한 조폭들은 성매매업소, 불법도박장, 유흥업소 등 전통 '나와바리'를 지키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사업가 명함을 뿌리고 밤에는 '식구'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들의 범죄 성향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 또는 개인 범죄화되면서 구속률이 낮아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김 의원이 건네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검거된 조폭은 3688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 구속률은 17.59%였다. 2013년도 마찬가지, 검거된 조폭은 2566명으로 크게 줄었고 구속된 인원은 444명으로 구속률은 17.30%를 기록했다.

올해도 감소세는 계속됐다. 2014년 7월까지 조폭 1346명이 검거됐고, 구속된 조폭은 230명으로 확인됐다. 구속률은 17.08%로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거된 인원은 모두 1만1590명, 이 가운데 불구속 처분된 인원은 9548명이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조폭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그대로 풀려나는 상황인 것이다.

법망 피한 지능범죄 다수…검거돼도 풀려나
조폭 추종세력 여전…"엄정한 법집행 필요"

관련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먹을 앞세우던 과거 조폭과 달리 최근 폭력조직은 대규모 기업화되어 각종 이권사업은 물론, 자체 사업확장을 통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회정의 실현과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조폭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고 ▲검거율은 낮아지면서 ▲우범률은 높아지는 악순환을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조폭을 추종하거나 필요로 하는 세력이 아직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칠성파 추종세력 김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한 자영업자를 상대로 연 1263%의 고리를 챙기며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부산 재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지난해 10월 500만원을 빌려주고 올 6월까지 1주일에 60만원씩 이자와 원금을 갚도록 하는 등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수차례 위협을 가하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조폭 모방 범죄다.

같은 달 13일에는 유흥업소를 빼앗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이모씨와 조폭 국모씨 등 5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이들은 지난 3월 광주 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와 부하 직원 등 2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김씨에게 2300여만원을 빌려 준 뒤 그의 유흥업소를 갈취할 목적으로 조폭을 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고 활동한 범죄자에 대해선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외의 자(조직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의 일원이 청부살인, 공용물 파괴, 업무방해, 경매 및 입찰 방해, 강도 등의 범죄행위를 실행 또는 계획했을 경우엔 선고형의 절반을 가중토록 돼 있다. 이는 조폭에게 매우 엄격한 법률이란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관련 법조항으로 검거된 인원은 664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은 71명, 불구속은 593명이다. 10명 중 1명 정도만 구속된 셈이다. 또 구속요건이 충분치 않아 영장이 기각된 인원도 12명으로 확인됐다. 처벌이 중한 만큼 아무에게나 조폭의 딱지를 붙이진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조폭들 역시 붙잡히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결론이다.

법보다 주먹
처벌은 물렁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건되는 조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868명이 검거됐던 서울은 2012년 566명, 2013년 398명으로 검거인원이 급감했다. 2014년 7월 기준 검거인원은 150명으로 전년에 비해 최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475명이었던 검거인원은 2012년 283명, 2013년 118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4년 7월 현재 검거인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일부 반등 기미를 보인 도시도 있다. 대구의 경우는 2012년 287명에서 2013년 142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올 상반기 81명을 검거했다. 인천도 2012년 306명에서 2013년 112명으로 추락했다가 올 들어 반년 만에 93명을 검거하면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입건하자마자 혐의 불충분으로 풀어준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불과 10여년 전 조폭은 남자다움과 의리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TV 등 매체의 힘이었다. 한때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은 많은 청소년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은 어디까지나 '깡패'였다.

시대가 바뀌었고 이젠 조폭이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조폭들은 음습한 지하로 숨어 들었다. 횟칼 대신 돈으로 무장한 그들은 합법을 가장해 배를 불리고 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늘 조폭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당국의 수사 의지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법망을 피해가는 그들의 지능이 유별난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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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