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개파 5378명> '최신판' 조폭 동향보고서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설치는 '형님'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밤거리를 활보하던 조폭은 음지로 스며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일환으로 '조폭과의 전쟁'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조폭은 그대로다.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3 범죄통계' 등을 토대로 현황을 분석했다.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수는 5384명, 5년 전인 2007년에는 5296명이었다. 지난해 4월 사법당국이 발표한 조폭 수는 5425명. 몇 년째 5000여명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정부 2년차인 올해는 어떨까. 현재 경찰이 집계한 조폭 수는 5378명, 조직 수는 216개로 확인됐다.

조폭 오천명
전국 곳곳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 관리대상에 포함된 조직 수는 217개였다. 그러나 '정치깡패' 김태촌으로 대표되는 '범서방파'가 와해되면서 그 수는 216개로 줄었다. 칠성파, 국제PJ파 등의 폭력조직은 아직 당국의 감시 하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지난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시도별 조직 및 조직원 수는 ▲경기(31개·879명) ▲서울(22개·477명) ▲경남(17개·393명) ▲경북(12개·391명) ▲부산(22개·385명) ▲전북(16개·343명) ▲광주(8개·326명) ▲인천(13개·324명) ▲대구(11개·312명) ▲충남(18개·307명) ▲충북(6개·237명) ▲강원(14개·232명) ▲울산(6개·240명) ▲전남(8개·234명) ▲대전(9개·165명) ▲제주(3개·133명) 순이었다.

위 통계와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조폭 수와 실제 조폭 수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조폭은 자신의 신분이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불렸던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은 수사기관의 솜씨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조폭은 무슨 사정으로 조직의 이름을 함구하는 것일까.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조폭을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는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가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일이 많다.

따라붙는 경찰
뒷돈 주고 쉬쉬

하지만 오리발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된다. 그럴싸한 근거가 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 통념에 조폭하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봐 주는 범죄정보가 중요할 때가 있다"며 "한 조직의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 자연스레 견제하는 세력이 생겨나 관련한 첩보가 우리 쪽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은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주변으로부터 견제받은 전력이 있는 셈이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사건은 초동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임을 인지하고 시작하는 일이 많다.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수사기관에 신원이 노출된 5000여명의 조폭은 잠재적인 내사 대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죄가 없다"며 항변하기도 한다. 당국의 감시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폭도 아닌데 조폭과 엮여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8일 복수매체는 '아름다운 컨벤션' 회장 여운환씨가 경찰로부터 부당한 사찰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잡으면 또 생기고, 잡으면 또 생기고
그렇게 단속해도…몇년째 제자리걸음

과거 여씨는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됐다. 이후 여씨는 대법원에서 국제PJ파의 자금책 및 고문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여씨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끼워맞추기식 검찰수사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 담당검사는 '모래시계'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여씨는 "내가 조폭 두목이란 증거가 없자 고문이라는 가상의 직책을 만들어 형을 살게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씨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조폭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이번 진정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사복형사 및 거주지 경찰관들에게 수시로 사찰받았다"고 적었다. 또 "가족 모두가 연좌제식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았고 사업장에 이유 없이 형사가 오는 등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고 읍소했다. 여씨는 자신이 민간인이므로 경찰이 임의로 동향을 파악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씨의 동향 파악은 '우범자 동향 관찰'에 해당한다는 반론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찰은 불법이지만 우범자나 수사 연루자 등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활동은 규정 안에서 허용돼 있다고 했다.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씨와는 반대로 따라붙은 경찰을 돈으로 구워삶은 조폭도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는 기업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조폭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현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박 경위에게 현금을 건넨 조폭은 '신(新)종합시장파' 행동대장 이모씨다.

이씨는 강동경찰서 관할에 있는 소위 '텍사스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수년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이씨는 업소 3곳에서 모두 10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3년부터 박 경위가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경위는 "친구인 이씨로부터 빌려 준 돈을 받았거나 잠시 돈을 빌렸던 것"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했다. 돈의 성격은 논외로 하더라도 박 경위는 조폭 이씨와 '호형호제'하며 친구로 지내온 셈이다.

체포는 되는데
구속은 어렵고

조폭들은 이씨처럼 사업가 행세를 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해 사람을 해치는 빈도는 줄고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의 활동무대를 사업 영역으로 옮겨왔다. 건설, 금융, 유통,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포함해 합법적인 투자회사 형태로 주식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변신에 실패한 조폭들은 성매매업소, 불법도박장, 유흥업소 등 전통 '나와바리'를 지키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사업가 명함을 뿌리고 밤에는 '식구'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들의 범죄 성향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 또는 개인 범죄화되면서 구속률이 낮아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김 의원이 건네받은 '2011년 이후 조직폭력배 검거 및 구속, 불구속 현황'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12년 검거된 조폭은 3688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 구속률은 17.59%였다. 2013년도 마찬가지, 검거된 조폭은 2566명으로 크게 줄었고 구속된 인원은 444명으로 구속률은 17.30%를 기록했다.

올해도 감소세는 계속됐다. 2014년 7월까지 조폭 1346명이 검거됐고, 구속된 조폭은 230명으로 확인됐다. 구속률은 17.08%로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거된 인원은 모두 1만1590명, 이 가운데 불구속 처분된 인원은 9548명이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조폭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그대로 풀려나는 상황인 것이다.

법망 피한 지능범죄 다수…검거돼도 풀려나
조폭 추종세력 여전…"엄정한 법집행 필요"

관련 자료를 분석한 김 의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먹을 앞세우던 과거 조폭과 달리 최근 폭력조직은 대규모 기업화되어 각종 이권사업은 물론, 자체 사업확장을 통해 날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회정의 실현과 치안질서 확립을 위해 조폭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고 ▲검거율은 낮아지면서 ▲우범률은 높아지는 악순환을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조폭을 추종하거나 필요로 하는 세력이 아직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칠성파 추종세력 김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한 자영업자를 상대로 연 1263%의 고리를 챙기며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부산 재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지난해 10월 500만원을 빌려주고 올 6월까지 1주일에 60만원씩 이자와 원금을 갚도록 하는 등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수차례 위협을 가하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조폭 모방 범죄다.

같은 달 13일에는 유흥업소를 빼앗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이모씨와 조폭 국모씨 등 5명을 조사했다고 알렸다.

이들은 지난 3월 광주 한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와 부하 직원 등 2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김씨에게 2300여만원을 빌려 준 뒤 그의 유흥업소를 갈취할 목적으로 조폭을 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하고 활동한 범죄자에 대해선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외의 자(조직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의 일원이 청부살인, 공용물 파괴, 업무방해, 경매 및 입찰 방해, 강도 등의 범죄행위를 실행 또는 계획했을 경우엔 선고형의 절반을 가중토록 돼 있다. 이는 조폭에게 매우 엄격한 법률이란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관련 법조항으로 검거된 인원은 664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은 71명, 불구속은 593명이다. 10명 중 1명 정도만 구속된 셈이다. 또 구속요건이 충분치 않아 영장이 기각된 인원도 12명으로 확인됐다. 처벌이 중한 만큼 아무에게나 조폭의 딱지를 붙이진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조폭들 역시 붙잡히지 않도록 조심했다는 결론이다.

법보다 주먹
처벌은 물렁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건되는 조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868명이 검거됐던 서울은 2012년 566명, 2013년 398명으로 검거인원이 급감했다. 2014년 7월 기준 검거인원은 150명으로 전년에 비해 최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475명이었던 검거인원은 2012년 283명, 2013년 118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4년 7월 현재 검거인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일부 반등 기미를 보인 도시도 있다. 대구의 경우는 2012년 287명에서 2013년 142명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올 상반기 81명을 검거했다. 인천도 2012년 306명에서 2013년 112명으로 추락했다가 올 들어 반년 만에 93명을 검거하면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입건하자마자 혐의 불충분으로 풀어준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불과 10여년 전 조폭은 남자다움과 의리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TV 등 매체의 힘이었다. 한때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은 많은 청소년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조폭은 어디까지나 '깡패'였다.

시대가 바뀌었고 이젠 조폭이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조폭들은 음습한 지하로 숨어 들었다. 횟칼 대신 돈으로 무장한 그들은 합법을 가장해 배를 불리고 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늘 조폭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당국의 수사 의지가 약한 것일까. 아니면 법망을 피해가는 그들의 지능이 유별난 것일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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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