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이승한 사퇴 진짜 이유

15년 장기집권 마감 ‘물러났나 밀려났나’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홈플러스를 뒤덮고 있던 이승한 그림자가 완전히 걷혔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15년 만에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것. 연구와 교육에 전념키 위해서라는 게 홈플러스 입장이지만 영국 본사 회장 퇴임과 녹록치 않은 국내 상황이 이 회장의 사임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홈플러스 내홍을 짊어진 도성환 사장의 어깨는 더욱 처지게 됐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홈플러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지난 8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사내게시판에 이승한 회장의 사퇴소식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도 사장은 "그동안 쉼표 없이 살아오면서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을 회복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이 회장의 희망에 따라 회사는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퇴임 후 막후서
강력한 영향력

경북 칠곡 출생으로 계성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입사, 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99년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홈플러스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14년간 홈플러스 지휘봉을 잡아온 이 회장은 지난 14년간 홈플러스를 연매출 12조원에 달하는 대형마트 2위 업체로 키워냈다.

홈플러스는 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출자한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 홀딩스가 1대 1로 합작해 만든 삼성테스코㈜가 모태다. 이후 2011년 3월 삼성과 테스코의 상호 계약기간이 만료돼 법인명이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변경됐다.

이 회장은 2013년 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회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홈플러스 e-파란재단 이사장,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테스코그룹 경영자문역을 맡아왔다. 지분이 0.1%도 없는데 '왕회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이사 퇴임 이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분간 경영이론 연구와 후진 양성에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도 사장은 "앞으로 이 회장은 지난 45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쌓아온 동서양을 넘나드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영이론 및 모델 개발 등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내외 독보적인 존재…연구·교육 전념?
돌연 대체 왜? 사퇴 배경 두고 설왕설래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보스턴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성품 중심의 '인성 리더십' 설파에 나섰고 보스턴대학은 이 회장의 경영이론을 학부 교과과정에 반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먼 보스턴 경영대학장은 "홈플러스는 영국기업이 한국에서 성공한 글로벌 사례로서 학생과 글로벌 경영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의 경영사례를 바탕으로 글로벌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교과과정에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가 내놓은 분석은 다르다. 이 회장의 사임이 테스코 회장의 퇴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

필립 클라크 테스코 회장은 지난달 21일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테스코는 지난달 40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날 <BBC>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언론은 테스코의 클라크 회장이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오는 10월1일자로 데이브 루이스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부문 사장이 후임 CEO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클라크 회장은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실적부진으로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5월까지 테스코 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 하락했고 클라크 부임 이후 주가는 27% 하락해 주주들의 손실이 88억파운드(약 1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투자자들은 클라크 회장의 능력 부재가 테스코의 저조한 경영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일선 후퇴 후 테크코 경영자문역을 맡아온 이 회장이 클라크 회장의 퇴임이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경품사기·노사갈등
흔들리는 도성환호

이 회장의 퇴임으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도 사장은 이 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사실상 단독 경영을 해 왔지만 '회장님'의 막강한 후광에 가려 최근 홈플러스를 뒤덮은 내홍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승한 그림자'가 걷힌 지금, 업계는 모든 짐을 짊어진 도 사장이 어떤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써 갈지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홈플러스 브랜드 이미지는 '갑질 논란'과 '경품 사기극' '동반성장 꼴지' '국부유출 논란' 등으로 한 없이 추락했고 회사 내부는 '노사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3 동반성장지수'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홈플러스 측은 "동반성장 평가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홈플러스의 '상생'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항상 물음표를 달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주력하던 대형마트와 SSM의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편의점 사업으로 골목 상권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 '365 플러스'라는 명칭의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뒤 지난 4월 100호점을 오픈하며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취임하면서 '상생'과 '성장'을 강조하고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도 사장은 해외에선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5000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해 상생의지가 아예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내우외환에 시름
추석 전 파업예고

이를 뒷받침하듯 홈플러스는 잇따른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에는 명절 알바에 대한 갑질로, 지난 3월에는 액세서리 입점 매장에 대한 갑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들어서는 홈플러스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을 냉동창고에 가두고, 수시로 욕설을 하는 등 노예처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내릴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매장 리뉴얼 시 협력업체의 직원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영국 본사에 바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로열티로 영국 본사에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2509억여원의 25% 수준이고 2012년 대비 16배가 넘는 액수다.

상표 수수료 인상에 대해 홈플러스는 "한국에 대한 수수료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낮다는 영국 세무당국의 지적을 받은 영국 테스코 본사의 요청으로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전까지 한국 홈플러스가 본사에 낸 수수료율은 0.05%에 불과하고 다른 국가는 1% 안팎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 경기 침체로 영국 본사의 수익이 줄자 이를 한국 홈플러스의 돈을 가져다가 메꾸려는 의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 홈플러스는 'TESCO'라는 상표명을 사용하는 곳이 없다. 법인명에서도 '테스코'는 빠졌다. 반면 중·인도·말레이시아·체코 등에서는 국가명 앞에 'TESCO'라는 상표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도 사장이 영국 본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텅텅 빈 곳간은 노사 임금 협상 파행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노사는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사측과의 임금교섭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0년을 일해도 월급이 100만원 남짓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임금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직원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필 이때…각종 논란으로 몸살
회장님 그림자서 벗어난 사장님
도성환 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노조는 "사측은 시급은 170원(3.25%)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2015년 최저 임금과 90원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임원들은 여전히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회사가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4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쩜오계약제'로 불리는 '꼼수'가 드러나면서 총파업 직전에 간신히 합의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악재의 정점은 지난달 말 불거진 '경품사기극'이 찍었다. 지난달 27일 <시사매거진 2580>은 홈플러스의 경품사기극을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홈플러스가 비싼 경품을 걸고 행사를 한 뒤 정작 주요 당첨자에게 경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게 방송의 주요 내용.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수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외제차 등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대상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행사 1등 당첨자들은 경품을 받지 못했고 다른 당첨자들의 미지급 사례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고 이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경품 행사 진행 사실도 몰랐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 3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은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고 외제차를 경품으로 받고 되팔아 3000만원을 챙겼다.

홈플러스의 고객 기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품 행사로 할 수 있는 나쁜 짓(?)을 총 동원했다.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개인정보를 제휴보험사에 팔아넘긴 것.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아 챙겼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얻어낸 개인정보는 4200∼4500원으로 더 비싸게 팔았다.

지난 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가 홈플러스에서 보험사로 넘어갔다. 올해 목표치(?)는 400만명. 이를 위해 4번의 경품행사를 기획했고 48억이라는 구체적인 수익 목표치도 정해놨다.

말로만 '상생'
뒤로는 '갑질'

논란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락이 부족해 경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문자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염려로 당첨 고지에 대한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경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품지급을 조작한 직원은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해당직원 2명을 고소했다"며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홈플러스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불똥은 홈플러스 임대매장에도 튀었다. 홈플러스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피부과 등의 업체 등 테넌트 매장은 홈플러스 불매운동으로 받는 피해가 극심하다.

홈플러스 실적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위기 극복 특명을 안고 도성환호가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지난해 매출(연결재무재표기준)은 8조9297억원으로 전년대비 0.6%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년대비 24% 급감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줄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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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